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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1월 11일 월요일 흐림 (월요일부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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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보고 어떤 의미의 표현이나 단어인지 배운 뒤, 예문을 읽고,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나서 자기가 쓴 걸 발표하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그런 식으로 수업을 했더랬다. 그 외에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시간이 당연히 많았지.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부터 일본어로 말하고 듣는 시간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일부러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거지. 그나마 다행인 건 마사미 님이 계셔서 가끔 통화를 하면서 일본어로 말하고 듣는 걸 연습할 수 있다는 거다.

  • 하지만 전화 통화를 하는 거니까, 딱히 할 말이 없거나, 피곤하거나 하면 전화를 거는 게 꺼려진다는 게 문제. 마사미 님은 언제든 전화하라 하시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전화 드리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3주 내리 통화를 하는가 하면 한 달 넘게 통화하지 않을 때도 있고, 아무튼 들쭉날쭉이다.

  • 새해에는 한 번도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메신저를 보니 2일에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게 마지막이더라. 그래서 짧게나마 몇 자 보냈다. 바쁘지 않은데 바쁜 척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 지난 해 JLPT 시험은 두 번 모두 취소가 되었다. 올 해 여름에 시험을 봐야겠다 싶어 일찌감치 일정을 알아봤는데...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됐다. 올 해 시험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네. 일본에서의 JLPT 시험은 지우개 커버까지 벗길 정도로 깐깐했는데, 한국에서는 정말 개판 5분 전의 느낌이다. 우리나라가 이 모양인데,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는 제대로 진행이 되는 걸까?

  • 책 빌린 지 꽤 된 것 같아 언제 반납해야 하는지 알아봤더니 이번 주 목요일까지는 갖다 줘야 한다. 아직 못 읽은 책은 한 권 뿐이니까, 목요일 전에는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책을 반납하려면 칼퇴가 필수다. 사무실에 남아서 할 게 많은데, 또 하루를 버리게 됐다. 뭐... 간만에 도시의 공기(?)를 맡는 게 나름 기쁘긴 한데, 도서관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 거라... 서브웨이에서 빵 쪼가리라도 싸들고 와야 할까나.

  • 다음 날이 쉬는 날이면 한 잔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5일 동안 고생했으니까 스스로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게다가 시골 of 시골인지라 허튼(?) 데 돈도 안 쓰고 있으니까 나 자신이 몹시 기특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는 어김없이 맥주 2,000㎖ 정도를 마시고 잤더랬다. 하지만 지난 주에는 내키지 않아서 안 마셨다. 그렇게 건너뛰었더니 오늘 뽐뿌가 오더라. 점심 무렵부터 퇴근하면 맥주 마셔야지, 맥주 마셔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

  • 원래의 저녁 메뉴는 굴국밥이었는데 날이 추워 굴이 안 들어왔단다. 그래서 내일 메뉴와 바뀌었다면서 오므라이스가 나왔다. 내일은 사무실에 남아 늦게 퇴근할 거니까, 내 입장에서는 땡큐다. 오므라이스 먹고 늦게까지 일 하느니, 굴국밥 먹고 남아서 일하는 쪽이 훨씬 낫지. ㅋㅋㅋ

  • 최근 젊은 처자가 국토 대장정 한답시고 수백 ㎞를 걷는 영상을 보고 있다. 보고 있노라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안 될 거다. 이미 일본에서 200㎞ 걷는 걸 목표로 했다가 딱 절반을 걸은 뒤 포기했지 않은가? 2년이 채 안 된 일이지만 뭔가 그리워져서 그 때 썼던 글을 찾아서 읽고 있다. 아련하다, 뭔가.

  • 좋지 않았던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추억 버프를 받아 미화되곤 하는데, 일본에서의 기억들은 대부분이 무척이나 좋은 것들이었다. 이게 추억 버프를 받아버리니 대책이 없다. 당장이라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일본에 있을 때에도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시기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즐기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지금은 지금대로 행복하지만, 역시나 인생의 한 순간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을 고를 것 같다.

  • 뭐, 아무튼. 어영부영 하다 보니 벌써 21시가 넘었다. 일찌감치 퍼질러 자야겠다. 나이 먹으면 잠이 는다더니, 잠이 늘지는 않는데 일찍 눕게 된다. 그래도 요즘 시간이 잘 가는 걸 보면, 딱히 스트레스 받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남한테 스트레스 주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어 팀장이 A와 B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서 일 배우면서 베테랑이 되라고 했는데, 팀장도 떠났고, A도 떠났고, B도 떠났다. 버라이어티 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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