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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2월 10일 수요일 맑음 (기분 좋게 일 잔)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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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때에는 말이야~' 못지 않은 꼰대 언어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있다고 생각한다. 희한하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런 생각이 있어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꼰대 언어로 시작을 해야겠다.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때에는 군복에 줄을 잡았었다. 바지 무릎 부분부터 一자로 반듯하게 칼 각을 잡는 건 당연하고, 상의 같은 경우는 가로로 한 줄 잡은 뒤 세로로 세 줄을 잡았다. 공식이었다.

  • 웃긴 건, 나는 저걸 고등학교 때부터 경험했다는 거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故 박태준 명예 회장님이 해군 사관 학교를 다녀온 뒤 부러워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군대스러웠더랬다. 교복은 해군의 군복과 상당히 닮아 있었고 선배들에게 거수 경례하는 문화까지 있었다. 심지어는 기숙사에서 선배가 호출하면 당장 뛰쳐 올라가 온갖 심부름을 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으로써는 믿기 힘들 정도의 군기(?)가 있기도 했다.

  • 아무튼, 고등학교 교복에도 줄을 잡아야 했는데 그 때에는 세탁소에서 다 해줬다. 입학 후에도 내가 다림질을 한 기억은 전혀 없다. 빨래, 요리, 청소,... 일찌감치 살림을 했지만 희한하게 다림질 만큼은 직접 한 기억이 없다.

  •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입고 다니는 옷이 박스 티셔츠 내지는 후드 티셔츠가 고작이었기에 다림질 할 일이 없었다. 회사에도 그러고 다녔냐고? 회사에는 그나마 체크 무늬 남방 따위를 입고 갔지만 회사에 잘 보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후줄근하게 다녀도 된다 생각했다. 전혀 꾸미지 않고 다녔다.

  • 그러다가, 최근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혼자 사는 아저씨인데 냄새 나고 꾸질꾸질하면 정말 최악이다 싶더라고. 냄새 안 나게 노력한 건 오래 됐지만 주름진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좀 뜨끔했다. 마침 카카오 메이커스에 5만원 대에 스팀 다리미가 나왔기에 얼씨구나~ 하고 질렀지.

  •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다림질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고로, 스팀 다리미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른다. 스팀 나오는 걸 들이대면 되는 건지, 그냥 일반 다리미처럼 열판 부분을 직접 들이대야 하는 건지, 그러면 스팀은 어떻게 되는 건지, 1도 모르겠다.

  • 아침에 허겁지겁 스팀 다리미를 처음으로 써보긴 했는데 당최 감이 안 와서 내던... 질 수가 없는 게, 이게 열을 동반한 기기라 열이 식을 때까지 아무렇게 둘 수 없는 거다. 일단 선반 모서리에 잘 기대어 놓은 뒤 돈 벌러 갔다.

  • 아침에, Y 선배님이 오늘 늦게까지 남아 있을 거냐고 묻더라. 아니라고, 바로 갈 거라고 했더니, 자기 혼자 남아있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칼퇴하고 똑! 한 잔 하자고 액션을 했더니 예상 외로 OK 사인이 떨어진다.

  • 결국 땡! 하자마자 퇴근해서, 중급 집에 가서 일 잔 했다. 부지런히 다른 사람들 까면서.

  • 일단, 우리 팀장은 입이 너무 가벼워서 믿을 수 없다. 오늘 출근했더니 어제 술 마신 걸 죄다 알고 있더라. 게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어제 쟤가 이렇게 말하더라, 저렇게 말하더라, 다 얘기하더라고. 아, 이 사람에게는 내 패를 다 깠다가는 크게 후회하겠다 싶더라.

  • Y 선배님은 내가 예상한대로의 액션과 반응이라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게 뭔가 특별하다거나 조종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 없는 게, 빨강을 보면 빨갛네, 파랑을 보면 파랗네, 딱 그 정도의 예상인 거다. 간혹 빨강을 보고도 보라 아냐? 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름 신중한 거지.

  • 어찌 되었든 Y 선배님은 분명 좋은 분이다. 오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주로 내가 떠들고 선배님은 들었을 뿐이지만, 그게 확 느껴졌다.

  •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중국 집에서 소주 한 병 반 정도 마셨을까? 조금만 먹자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2ℓ 정도 마셔버렸네. 뭐, 내일은 하루종일 쉬는 날이니까.

  • 연휴 중간에 근무가 있어서 딱히 연휴가 연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의 내 관심사는,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기득권을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재수없는 대머리 똥배 아저씨로 비춰지지 않기 정도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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