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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종일 굶다가 저녁 한 끼 먹는 건데, 저녁에 대한 기대가 어마무시해지기 마련인데, 저녁 먹을 생각에 두 시간 전부터 두근두근하는데, 오늘은 하필 카레. 아무리 맛없게 만드는 음식이 없다는 우리 회사 식당이지만 카레와 짜장 만큼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저녁 먹고 퇴근.
- 같이 일하는 직원의 차 뒤 쪽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긁었다고.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아 컴파운드로 지워보자고 했다. 저녁에 회사 주차장에서 컴파운드로 문질러 보니 다행히 지워지네. 힘줘서 빡빡 밀어 흠집을 지우고 돌아와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 복분자 술이 궁금해서 한 병 까서 마셔봤다. 극찬이 대부분인 평가와는 달리 평범하다. 그저 그런데?
-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21시가 넘었다. 갑자기 최근 자전거 상태가 좋지 않음이 떠올랐다. 요 며칠 밖에 세워뒀더니 이슬 때문인지 체인에서 뻑뻑거리는 소리가 난다. 만져보니 녹슬기 직전의 상태. 게다가 브레이크에서도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한 번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동네에는 자전거를 고치는 곳이 없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인지 검색을 해봤는데... 15㎞ 떨어진 곳에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매장이 있는 거다.
-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또 시간이 흘러 간다. 내일은 축구 본답시고 한 잔 마셔야 할 거고, 금요일에도 약속이 생길지 모르고, 토요일도 약속이 있고. 오늘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거라. 한~ 참을 고민하다가 매장에 전화를 했더니 일단 와보란다. 부랴부랴 내려갔다.
- 자전거를 끌고 차로 갔다. 안 접어도 실릴 거라 생각했는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아예 안 들어간다. 큰 일이다 싶어 뒷 좌석을 다 접었다. 그래도 안 된다. 바디를 접는 건 너무 귀찮으니까 핸들 부분만 접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쑤셔 넣고 나니 20분 가까이 지나 있다. 달밤에 이게 뭔 짓인가 싶다.
- 운전석에 올라 출발하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몇 시간 전에 복분자 술을 한 병 먹은 게 떠올랐다. 대략 서너 시간 전이고, 400㎖가 채 안 되는 양이긴 한데, 7˚ 짜리인데다 잠도 안 자서 술이 다 깼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자전거 고친답시고 내 미래를 걸 수는 없는 노릇. 혹시라도 음주 운전을 하게 되면 안 되니까 다시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저녁에 반주를 해서 차를 끌고 갈 수 없다고, 나중에 다시 전화하고 들리겠다 하고 끊었다.
- 다시 자전거를 빼고, 시트를 펴고, 트렁크를 정리하고. 진짜 깊은 밤에 꼴 값 떨었다. 아오...
- 숙소로 돌아오니 오질라게 허무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냥 근처 적당한 곳에 가서 자전거 체인용 오일 사서 적당히 뿌리고, 브레이크도 알아서 고쳐볼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또 자전거를 접고 차에 실은 뒤 가지고 가야 한다. 그 짓은 못하지.
- 머리가 나쁘니 이 깊은 밤에 고생만 하다 왔다. 자야겠다. 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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