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리  뷰 』

위드앤올 휴대용 에어건 WNA-AG6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4. 15.
반응형

윈도 98이 대세이던 시절, 뻥 조금 보태서 하루에 한 대 꼴로 컴퓨터를 조립했더랬다. 사방에서 부탁을 해대는 통에 내 20대 초반은 남들 컴퓨터 조립해주고 밥 얻어 먹은 기억이 절반일 정도.
그 때 깡통에 든 압축 공기를 무척 많이 썼더랬다. 컴퓨터 고쳐주러 가서 본체를 뜯으면 케이스 내부의 팬은 물론이고 CPU 팬에도 먼지가 가득해서 압축 공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누가 컴퓨터 조립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없지만, 가끔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 청소한답시고 압축 공기를 쓴다. 3,000원 정도 하는데 다이소에 가면 2,000원 짜리도 있더라. 하지만 깡통에 든 압축 공기는 초반에만 잠깐 만족스럽고 어느 정도 쓰고 나면 뿜어져나오는 공기의 압력은 약해지고 깡통이 차가워져서 손이 시릴 정도가 된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에어건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로 공기를 뿜어내려면 컴프레셔가 있어야 한다. 모기 잡겠다고 화염 방사기 쓰는 꼴이 되는 거지.

그러던 중에, USB C로 충전하는 휴대용 에어건이 나왔다며 사방팔방에 광고 띄우는 걸 봤다. 여기저기에 다 뜨더라.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구입 후기나 사용 후기는 1도 없고, 죄다 제품을 협찬 받아 운운하는, 염병할 것들이 쓴 글 밖에 없었다. 가격도 마치 짠 것처럼 죄다 69,000원.
한 3일 고민하다가 질러버렸다.

 

제품이 도착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자가 작다. 응? 이거라고?

 

크기 비교용으로 아이폰 SE 2세대를 올려놓고 찍어봤는데 전혀 크기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ㅅ-

 

택배 상자에서 꺼내어보니 제품 상자는 더 작다. 그리고... 못 생겼다.

 

봉인 씰 같은 건 취급하지 않는다.

 

넓은 면이 위로 들리면서 열릴 줄 알았는데 옆 면이라 생각했던 곳이 열리는, 지극히 싼 티 나는 포장이다.

 

이게 제품 구성의 전부. USB C 케이블과 코딱지만한 사용 설명서, 그리고 뽁뽁이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제품 본체. 충전기는 없다.

 

제품 본체는 이렇게 생겼다. 다시 봐도 못 생겼다. 게다가 검정 + 보라 조합은 촌스럽기 어려운 조합인데, 촌스럽게 잘도 뽑아놨다. 

 

가격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69,000원. 글 쓰는 현재 기준으로 저게 최저가다. 더 싸게 파는 곳은 못 봤다. 손잡이 뒤 쪽에 USB C 포트가 있지만 충전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5V 2A 충전기로 충전하라고 되어 있더라. 충전기를 연결하면 포트 위 쪽에 빨간 색 LED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는데 속도가 제법 빠르다. 자동차 깜빡이 속도 정도는 된다.

검은 색의 무광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냥 딱 봐도 싼 티 난다.

앞 부분에 점점 가늘어지는 막대기 또는 솔이 달린 막대기를 끼워서 쓰면 되고 남는 건 손잡이 앞 부분에 끼워서 보관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는 듯.

설명서에 완충해서 쓰라고 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충전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전원 버튼을 눌러 봤다. 버튼이 두 개 있는데 위 쪽에 있는 걸 길~ 게 누르면 전원이 켜지면서 1 단계로 바람을 뿜어낸다. 충전을 안 했는데 바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어? 생각보다 바람이 힘이 제법이다. 소싯적에 탄탄했지만 지금은 덜렁거리는 허벅지에 쏴보니 자그마하게 파이는 수준이다.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보다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데 노트북 키보드에 있는 먼지 정도는 우습게 날려버릴 힘이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먼지까지 날려버리는 건 무리겠지만, 제품 외관을 보고 기대를 하지 않은 탓인지 힘이 나쁘지 않다. 다만, 측면에 팬이 있어서 그게 부지런히 돌아가기 때문에 손목에 조금만 힘을 주고 본체를 흔들면 이리저리 휘청거리게 된다. 아직은 괜찮지만 한 40년 더 살아서 여든이 되면 제대로 다루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차 실내 청소와 키보드 청소를 생각하고 지른 건데 그 정도는 하고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한 것처럼 바람이 약하거나 하지는 않다. 청소용으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건을 생각하면 안 된다. 당연히 그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 글머리에 언급했던 깡통에 든 압축 공기와 비교하자면,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압축 공기를 쏠 때 정도의 파워는 나온다.

단점은... 일단 촌스러운 디자인. 어차피 권총 형태로 만들 거였으면 차라리 글록 디자인을 베껴서 만드는 쪽이 낫지 않... 아, 그랬다가는 청소하다가 잡혀 가려나? 음... 우리나라니까 오해 받아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걱정하지, 천조국이라면 경찰한테 바로 총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검정과 보라의 조합으로도 이렇게 촌스러울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

어두운 곳 청소를 위해 조명을 달았단다. 아래 쪽 스위치가 조명 버튼이다. 차라리 배터리 잔량 표시하는 LED를 다는 게 나을 뻔 했다. 5V 2A 충전기로 네 시간을 충전해야 6000㎃h 배터리를 꽉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완충된 상태에서 1단계로 사용하면 한 시간, 2 단계로 사용하면 40분을 쓸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치고 설명서대로 동작하는 기기를 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까, 2단계로 연속해서 쓰면 대략 30분 정도이지 않을까? 하지만 30분을 내리 먼지 불어내야 하는 일이 살면서 있을까 싶다.

제품 상자에 안전한 설계라고 쓰여 있던데 대체 어떤 측면에서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팬이 있는 부분이 잘 막혀 있어서 손가락 썰리는 일이 없다는 의미인 걸까?

아무튼, 제품 자체는 맘에 든다. 상자를 보고 실망했지만 뿜어져나오는 공기의 힘을 보고 만족했다. 다만, 가격은 비싼 감이 있다. 4만원 대? 그 정도가 적정가 아닐까 싶은데... 그리고, 권총형 디자인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좀 더 예쁘게 만들 수는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에서도 써보고 앞으로 여기저기에서 써본 뒤에 실사용 후기를 추가하던가 말던가 해야겠다. 끄읕~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