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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1월 18일 화요일 맑음 (이사하고 첫 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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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잔 첫 날이다. 첫 날이라 그런지, 염병할 주변 환경 때문인지 잠을 설쳤다.

 

어떻게든 짐 정리를 마치고 자려 했지만 새벽 한 시가 넘을 때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오늘 다시 세 시간을 운전해야 하니까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 두 시 전에 자려고 누웠다. 가스가 끊겨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데다 다른 사람이 누웠던 매트리스에 그냥 눕고 싶지 않아 바닥에 누운 탓인지 아이스 링크에 누운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컨벡션 히터와 핫 팩이 있다는 것. 컨벡션 히터는 공기를 데워주는 역할 밖에 못하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핫 팩은... 진짜 꿀템! PCR 검사 받으러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와서 세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침낭 안에서 두 개 까고 잤더니 다리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따뜻했다. 누가 최초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해 큰 공헌을 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새벽 한 시 무렵부터 옆 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더라니, 두 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난리가 났다. 처 웃고, 소리 지르고, 쿵쿵거리고. 맘 같아서는 발로 벽을 차버리고 싶었다. 잠 좀 자자고, 아가리 좀 닥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다섯 시까지 저러고 떠들어서 계~ 속 자다 깨다를 반복해야 했다. ㅽ

 

피곤에 쩔어 짜증을 내며 침낭 속을 뒹굴고 있는데 일곱 시도 안 된 시각에 윗 집에서 쿵쿵거린다. 하아... 일단 이웃 사촌 복은 완전 꽝인 것 같다. 망삘이다. 다음에 또 새벽에 처 떠들면 벽에 스피커 붙여놓고 노래를 켤까 싶다. 염병.

 

 

주차가 편하니까 그거 하나는 좋다. 여기서 딱 한 블럭만 올라갔더니 거기는 헬. 도로 가장자리가 전부 세워진 차더라. 희한하게 내가 빌린 집 근처만 한적하다. 여기서 또 조금만 지나가면 다시 복작거리고. 대체 뭔 이유지?

 

○○에서 회사 숙소 쓸 때보다는 당연히 편하다. 혼자 쓰니까.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씻으러 가려 하기 전에 룸 메이트가 먼저 들어가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몸 속의 폐기물을 변기에 뱉어낼 때 문을 활짝 열어놔도 아무 상관 없다. 하루에 10,000원 이상이 들어가는 집인데, 그 정도는 당연하지.

 

 

집 보러 왔을 때 워낙 지저분했으니까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청소된 집을 보니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집이 열두 평이나 된다는 건 믿을 수 없다. 게다가, 네일베에서 부동산 중계 수수료를 알아봤더니 17만 원이 안 되는데 어제 172,000 원을 입금했다. 부동산에서 더 받아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1년 계약이니까, 살면서 더 좋은 집 좀 알아봐야겠다.

 

이사를 다니는 게 진짜 일이다. 워낙 자주 옮겨 다녔으니까 나름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짐은 싸면 쌀수록 점점 늘어나고, 일일이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게다가 이번 이사는 미리 예정된 게 아니라 갑자기 결정된 거였기 때문에 짐을 줄일 수도 없었다. 사무실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열흘 간 격리 당한 덕분에 묵혀놓은 먹거리를 거의 해결했는데도 이러니...

짐 늘리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그래놓고 지른 게 빨래 건조대, 가습기, 미니 건조기, 러그 두 개. 거기에다 기본으로 있는 의자가 너무 형편 없어서 의자 하나 정도는 사야 할 것 같다. 지금 의자는 창고로 쓰는 빨래방에 던져놔야 할 것 같고.

 

두닷에서 가로 2m 짜리 책상을 사서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공간이 안 나온다. 거실 정중앙에 공간이 있으니 러그 깔고 나서 1.2m 짜리 책상을 하나 놓을까 싶기도 하고. 집에서 공부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책상을 사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집에서 밥이라도 먹고 그럴텐데 맨 바닥에 앉아서 먹는 건 아니니까 책상이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오늘 좀 일찍 올라가서 책상을 볼까? 했는데 두닷 쇼룸 쉬는 날... 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네. ㅋ

아홉 시에 전입 신고하러 가고, 편의점에서 페브리즈 사서 매트리에 한 통 다 뿌리고, 창문 활짝 열어서 환기 시켜놓고, 3일 동안 입을 옷 챙겨서 올라가야겠다. 노트북 들고 갈까 했는데 귀찮으니 생략. 태블릿만 가지고 가서 저녁 시간에 영화나 봐야겠다. PCR 검사 받고, 두닷 쇼륨 가서 책상이랑 의자 보고 맘에 들면 사야지. 지르는 것만 100만 원 가까이 쓰고 자빠졌네.

아, 아이스크림도 사야 한다. 사과 맛 와가 나왔단다. 세상에나. 저건 안 살 수 없지. 일본 있을 때 여러 가지 맛의 와가 있어서 왜 한국에서는 출시하지 않느냐고 궁시렁댔는데, 포도 맛도 있더라. 오늘 주문하면 목요일에 도착한다니까 내일 주문해야지.

 

 

내일은 출근해서 빈둥거리다가 오후에 청소하면 땡. 퇴근하고 나서는 동료들과 간단하게 식사하기로 했다. 술 안 마시니까 차 가지고 가야지. 목요일은 아직 약속이 안 잡혀 있는데 누구라도 밥 먹자 하지 않을까 싶다. 뭐, 밥 먹자는 사람 없으면 숙소에서 뒹굴면 되고.

금요일 오전에 일찌감치 신고하고, 사무실 돌면서 인사하면 ○○ 생활 끝. 5년 꽉 채우고 움직이겠다고 다짐했는데 2년도 못 채우고 움직이게 됐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듯.

 

○○도 소문이 안 좋았지만 막상 가보니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여기 ○○도 꼰대들 많다고 소문이 안 좋은데다, 겪어본 여기 출신 사람들도 개차반이 많아서 좀 걱정이 되지만 결국은 내가 하기 나름 아닐까 싶다.

 

오늘 올라갔다가 이틀 보내고 금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여기 돌아와서, 미리 질러놨던 택배 가지고 들어와 정리하고, 디아블로나 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다음 주에 출근하면 될 듯. 그 전에 쓰레기 버리는 곳도 알아놔야 하고, 주변 지리도 좀 익혀야 한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닐까 싶다.

 

5G가 터지는 동네라니, 손전화에서 네 자리 숫자로 다운로드 수치가 뜨다니, 배달의 민족에 '텅' 대신 음식점이 주루룩~ 뜨다니, 새로운 세상이고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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