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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2월 05일 토요일 맑음 (인생이란 무엇이냐~ 어묵탕을 먹는 거지~ 🤤)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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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근무를 마치면 다음 날은 저녁 근무다. 퇴근한 시점부터 다음 날 출근 커트 라인까지 스물네 시간이 있는 거다. 좋긴 한데 이게 딱 조삼모사다. 저녁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22시 30분이 되는데 옷만 갈아입고 냅다 누워도 23시 전에는 절대 못 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 아무리 오래 잔다고 해도 일곱 시간을 채 못 자는 거다.

나눠서 적당히 쉬는 게 좋은데 사람이란 참 간사한지라, 낮 근무만 버티자, 낮 근무만 버티자, 이러고 있다. -ㅅ-

 

다섯 시 반에 일어나 대충 씻고 출근. 사무실에 여섯 시 반에 도착해서 일할 준비를 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이 정말 좋았던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 혼자 일하는 시스템이었다는 거다. 물론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협업해야 하는 일도 많이 있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나 혼자 시작해서 나 혼자 마무리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거나 화낼 일이 없었다.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다 내 덕분이고 나 때문인 거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동료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내 욕심 같지 않다는 거다. 나는 점심을 안 먹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도 쉬지 않는다. 화장실에 갈 때에도 볼 일 보고 손만 씻고 오니까 길어야 2분이다. 하루에 화장실을 다섯 번 가도 자리 비우는 시간은 10분 남짓인 거다. 열 시간 중에 10분을 제외하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다. 그런데 동료들은 그렇지 않다. 근무 중에 코 골고 자는 ㅺ도 있고, 당당하게 딴 짓 하면 안 되냐고 따지는 ㅺ도 있다. 하지 말라고, 나중에 눈치 봐서 풀어주던가 할테니까 당분간은 눈치 보고 있자고 알아듣게 얘기했다 싶었는데 대답은 알겠다 해놓고 딴 짓 하고 있더라. 근무 태도가 하도 불성실해서 똑바로 일하라고 농담처럼 말했더니 삐져서 책을 던져대고 묻는 말에 대답도 똑바로 안 한다. 저런 것들이랑 같이 근무해야 한다. 어이가 없다.

 

오산에 있을 때 저런 월급 도둑놈들한테 똑바로 하라고 잔소리했다가 역공을 당해 갑질한다 소리 듣고 동료들 다 보는 데서 경고장 받았더랬다. 그 때의 경험 덕분에 오늘 아차! 하고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다.

그래. 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질알하지 않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못본 척, 가만히 있으련다. 그러다가 뭔가 이득을 보려 할 때 반대한다고, 근무 시간에 자고, 딴 짓 하고, 월급 도둑질하는데 왜 혜택을 주냐고 막아설테다. 그게 욕 먹는 일일지라도 그렇게 할 거다. 아쉬울 게 뭐 있어, 내가. ㅽ

 

 

나름 짜증이 잔뜩 난 상태에서 퇴근했다. 사무실에 머문 시간이 열한 시간. 출근 준비한 시간을 포함하면 열두 시간이다.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마트에 들렀다. 당장 필요한 건 커피였지만 오랜만에 어묵탕 생각이 나서 재료를 사들고 왔다.

가스레인지 화력이 약해서 잘 안 끓는다. 대충 익었다 싶어 그냥 막 때려 넣었다. 같이 사들고 온 열무 김치랑 같이 먹으니까 천상의 맛이다.

배가 너무 불러서 잠시 방치해뒀다가 배가 좀 꺼진 듯 해서 마저 먹었다. 목구멍까지 찬 느낌이다. 조금만 움직이니까 배가 아파온다. 꼼짝을 못하겠다. 배를 만져봤더니 빵빵하다 못해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소화를 도울 겸 탄산수를 마시면 꿀꺽 삼키자마자 배가 옆으로 찢겨 나갈 것 같다.

 

 

이틀 내내 외출로 뒀던 보일러를 오랜만에 켰더니 방이 훈훈하다. 등 따시지, 배 부르지, 내일 쉬지, 천국이 따로 없다. 마트 갔다 와서 밥 먹은 게 전부인데 21시가 넘어버렸다. 『 디아블로 2 』 좀 할까 싶은데 귀찮은 것도 사실. 그냥 액트 1에서 템이나 기대하면서 간단히 돌고 바로 누워야겠다. 오늘은 『 세키가하라 전투 』 유료 결제해서 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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