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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4월 02일 토요일 맑음 (올해 최강의 날씨/혈압)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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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가 저녁에 고기 먹자고 하더라. 난 당일 예약이 가능한, 특별한 약속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사람인지라 그러겠다고 했지.

퇴근하고 집에 오니 18시. 자전거를 타고 회사 숙소로 향했다. 혹시라도 늦을까 싶어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오라는 시각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밖에서 멍 때리기도 뭐하니 그냥 일찌감치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아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삼겹살 구워 먹었더니 맛있더라. 회사 동료들과 먹는 거니까 당연히 회사 사람들 뒷담화가 주된 이야기였고, 같이 일하는 다른 동료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휴직 전에는 내가 승진 1순위였다.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해에 승진을 했을 거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너무 힘겨웠고, 승진이고 나발이고 살고 보자는 마음이 우선이었던지라, 그리고 복직하면 바로 승진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그냥 질러버린 거지.

복직하고 왔는데 바로 승진시키지 않더라고. 그래, 1년 정도는 밀릴 수 있지. 그런데 2년째 되는 해에도 승진 심사에서 미끄러졌다. 평가자가 엄청 좋은 평가를 줬는데도 말이다. 내가 유학을 간 사이에 나보다 입사가 늦은 사람들은 다 승진을 했고, 심지어 나보다 입사가 5년이나 늦은 사람도 나보다 높은 계급에 올라섰더라.

동기 중에는 고위직에 오른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되고 싶은 맘은 없지만 적어도 동기들보다 늦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그런데 휴직 덕분에 줄줄이 밀리고, 그 사이에 적체가 심해져서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곳에는 위에서 말한, 나보다 입사가 5년 늦지만 먼저 진급했다는 사람의 동기가 있다. 둘 다 입사 초기에 내가 업무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입사 초기의 이미지만 남아있는데 배가 출렁출렁한 아저씨가 되어 있더라. 그리고, 뭔가 까칠한 인상으로 변했다.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기보다는 껄끄러워 한다는 느낌?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동기가 승진했기 때문인지 승진하려고 아둥바둥하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와버렸으니 혹시라도 자기 승진에 방해가 될까 싶어 걱정하는 모양이더라. 입사도 내가 빠르고 경력도 내가 앞서니까.

 

하지만 지금 관리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니, 만날 같이 술 마시고 어울려 다닌다 하니, 저 사람에 밀려 올해에도 승진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복직한 해와 지난 해에 내리 물을 먹고 올해는 되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지도.

 

나이를 먹으니 확실히 모난 부분이 많이 깎여나간 것 같다. 어차피 다음 승진이 직장에서의 마지막 승진일텐데, 1~2년 먼저 한다고 달라질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욕심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능력 순으로 승진 시키는 게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정치하는 애들이 앞서 나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문제는, 머리는 잘 알고 있는데 막상 승진에서 떨어지면 짜증이 난다는 것. 주변에서 근무 잘하는데 왜 승진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위로를 해주지만 전혀 위로가 안 된다.

 

아무튼, 올해는 되지 않을까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을 비워야겠다. 그리고 ㅇㅇ에 자리 나면 냉큼 그 쪽으로 옮겨야지. 이 바닥은, 확실히 ㅵ이 너무 많다.

 


 

새벽에 월드컵 조 추첨이 있다고 해서 안 자고 버티다고 텔레비전을 켰는데 바로 추첨하는 게 아니라 뜸을 엄~ 청 들이더라. 결국 추첨하는 걸 못 보고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그냥저냥인데 일본은... 폭망... 😱

 

 

자다가 새벽에 깨서 폭풍 ××. 아무래도 덜 익힌 고기를 먹은 모양이다. 바짝 익힌다고 잘 익혔는데. 아무튼,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고, 새벽에 또 깨고. 뒤척거리다가 간신히 다시 잠들고 또 깨고.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몸을 일으킨 게 열 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침을 먹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그러고나니 정오가 지났다. 딱히 한 게 없는데.

 


 

『 벰파이어 서바이벌 』 하느라 두 시간 가까이를 까먹은 뒤 막 도착한 혈압 측정기를 들고 와 혈압을 쟀다.

 

지난 해 12월 23일부터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시고 있는데 혈압이 높기 때문에 낮춰보고자 해서이다. 헌혈할 때마다 혈압을 쟀는데 그 때에는 단 한 번도 혈압이 높다는 얘기가 없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건강 검진만 했다 하면 고혈압이라는 거야. 그래서 회사 건강 검진 때의 혈압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체력 검정 받기 전에 혈압이 너무 높다면서 자꾸 좀 있다 하라고 하니 짜증이 왈칵! 났다. 약 먹지 않고 혈압 떨어뜨리는 방법을 보니 금주가 있기에, 일단 술을 좀 쉬어보자고 생각했다. 그게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거다.

 

중간에 유혹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은 막걸리와 전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고, 맥주가 몹시 땡기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저찌 만 3개월 넘도록 한 방울도 안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 금주를 유지한 상태에서 측정한 혈압은... 고혈압. ㅽ

 

여전히 140/90 정도가 나온다. 회사에서 측정한 것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정상 수치는 아니다. 하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은 아예 안 하지, 짜게 먹으면 안 되는데 짠 거 좋아하지, 이것저것 온통 혈압 올리는 데 좋은 짓 밖에 안 하고 있으니...

근처 대학교 트랙으로 걷기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건너뛸까 했더니, 그냥 다녀와야겠다.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병원에서 끙끙 앓다가 죽고 싶지는 않다.

 

17시니까, 자전거 타고 스윽~ 가서 한 시간 정도만 걷고 와야지. 샤워하고 저녁에는 게임이나 하다가 일찌감치 자야겠다. 회사 안 가고 노는 날 시간 가는 건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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