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라 머리머리 약을 먹은 뒤로는 헌혈을 못하고 있다.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 전에는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헌혈을 했더랬다. 금장 받고 나서도 몇 번 더 했으니까 60번은 넘겼을 게다.
헌혈할 때마다 혈압을 쟀는데 단 한 번도 높게 나온 적이 없다. 항상 정상이었다. 그런데 회사 건강 검진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그 때마다 혈압이 높게 나오는 거라. 희한한 건 자동으로 측정하는 건 높게 나오고 손으로 펌프질해서 측정하는 건 정상으로 나왔다는 거다. 그래서 병원의 혈압 측정 결과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유학 다녀오고,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체력 검정이 실시되지 않다가 오랜만에 하게 됐는데 혈압이 엄~ 청 높게 나오더라고. 당연히 안 믿었지. 그런데 잴 때마다 그 모양이고, 손으로 푸쉭푸쉭하는 걸로 해도 그랬다.
생각해보면 항상 짜게 먹고 운동은 안 했으니 혈압이 높아질만도 하다. 고지혈증도 있고, 내장 비만도 있고. 그리하여, 술을 줄여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냥 딱 끊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술 끊는 건 어려울 것 같더라. 그래서 최대한 길게 쉬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3개월 넘게 한 방울도 안 마시고 있다.
금주로 인해 혈압이 좀 떨어졌을지 궁금했는데 마침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혈압 측정기를 팔더라고. 잽사게 네일베에서 검색해봤더니 카카오 메이커스의 판매 가격이 더 싸다. 4만 원이 채 안 되더라. 냉큼 질렀다. 3월 31일에 주문했고, 4월 1일부터 배송한다고 하더니 4월 2일에 바로 도착했다. ㅋ
따로 모델명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블루투스도 지원한다는데 이건 그런 기능은 없는 녀석.
봉인 씰 같은 건 붙어있지 않았다.
상자를 여니 까맣고 촌스러운 전용 가방이 등장했다.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고나.
가방을 여니 혈압 측정기 본체가 뒤집혀 자태를 드러냈다.
본체를 꺼내면 팔뚝에 차는 밴드가 등장.
정체 불명의 AAA 사이즈 건전지 네 개가 들어있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아, 모델명 여기 쓰여 있고나. 그나저나, 의료 기기였어?
내부에는 건전지 넣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없더라도 스프링 쪽이 -인 건 아저씨들에게 기본 상식. ㅋ
건전지를 넣고
버튼을 누르니까 바로 켜졌다. 혈압을 쟀더니... 3개월의 금주가 무색하게 고혈압. ㅽ
내 몸뚱이가 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다고... 다시 쟀더니 조금 낮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고혈압. ㅽㅽ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안정시킨 후에 다시 측정해봤지만 똑같다. 인정하자. 나는 고혈압이다. 제기랄.
쉬는 날마다 5㎞ 이상 걷자고 마음 먹은 뒤 오늘이 세 번째 날인데 막상 나가려니까 너무 귀찮더라. 그래서 운동이고 나발이고 건너뛸 생각이었는데 혈압을 보니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 트랙을 걸었다. 400m 트랙을 가장 바깥 쪽으로 도니까 한 바퀴 돌면 400m가 조금 넘는다. 그렇게 다섯 바퀴를 걸은 뒤 한 바퀴 뛰고,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 뛰고,... 그렇게 해서 스무 바퀴를 채웠... 다고 생각했는데 열아홉 바퀴였나보다. 아무튼 8㎞ 걸은 걸로 나온다.
운동하고 와서 샤워하고 잠시 앉아 있다가 숨 좀 고른 뒤 다시 혈압을 측정했다.
오!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고혈압은 아니고 정상 범주지만 높은 편에 속하는 수치가 떴다.
혈압을 떨어뜨리려면 짜게 먹지 말고, 과일 많이 먹고, 운동 부지런히 하고, 술과 담배도 금지에, 카페인도 줄여야 하니까 커피도 마시지 말라더라. 대체 무슨 재미로 살라는 거지? 샐러드를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비싸기도 하거니와 풀때기를 돈 주고 사먹는 게 썩 내키지 않는다. 제철 과일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분명 있을텐데 그것도 엄청 비싸겠지?
담배는 안 피운 지 10년이 넘었고, 술은 안 마시고 있긴 하지만 마셔야 되는 상황이면 마실 것 같다. 아예 끊을 수는 없겠지만 예전처럼 소 여물 먹듯 마시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짜게 먹는 것과 커피 줄이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운동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날씨도 슬슬 풀렸으니 이제부터는 날마다 운동해야겠다. 저녁 근무 때에는 정오 전에 나가서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고, 낮 근무 때에는 퇴근하고 밥 먹은 뒤 산책 겸 한 시간 걷고 와야겠다. 헬스장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가는 게 가장 귀찮은데... 혈압 생각해서라도 운동해야지. 염병할 코로나 끝나면 배드민턴 등록해서 운동해야겠다.
아무튼, 수시로 혈압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 사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안 아프게 자다가 죽으려면 몸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 😑
'『 리 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핏빗 차지 5 (Fitbit Charge 5) (0) | 2022.04.21 |
---|---|
핏빗 알타 HR(Fitbit Alta HR) 분해한 이야기 (0) | 2022.04.19 |
리복 러닝 벨트 PRAC-10120BK (Reebok Running Storage Belt) (0) | 2022.03.31 |
알로 코리아(Allo Korea) APS600 공기 청정기 필터 교체 (0) | 2022.03.19 |
줄 그어진 검은 종이 노트 (까만 속지, 까만 내지, 검정 속지, 검정 내지) (0) | 2022.03.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