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리  뷰 』

핏빗 알타 HR(Fitbit Alta HR) 분해한 이야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4. 19.
반응형

글 못 쓰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본론 꺼내기 전에 뱀다리가 어마 무시하게 긴 글입니다. 😑

 

 

 

나이키 퓨얼 밴드를 중고로 산 게 2012년 여름이었으니 스마트 밴드를 쓴 지 10년이 됐다. 나이키 퓨얼 밴드×2 → 아디다스 마이코치 핏 스마트×2 → 제이버드 레인인바디 밴드 2핏빗 알타 HR갤럭시 핏 2 순으로 사용해왔다. 방금 엄청난 고민 끝에 핏빗 차지 5를 질렀기 때문에 저 뒤에 차지 5가 추가될 예정이고.

 

기기 욕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렇게 많은 기기를 써온 건 지름병이 도졌기 때문이 아니다. 1년 쓰면 고장나는 극악의 내구성이 원인이다. 희한하게도 모든 스마트 밴드들이 1년 만에 고장났다.

 

 

 

스마트 밴드를 사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운동량 측정일 거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 땀이 나는 게 당연지사. 고로 대부분의 스마트 밴드는 어느 정도의 방수 기능은 갖추고 있다. 땀은 물론이고 샤워할 때의 물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는 건 충전할 때를 제외하고는 몸에서 풀 일이 없다는 거고, 많은 시간을 몸에 붙인(?) 채 사용하게 된다. 그 때문에 가장 먼저 너덜너덜해지는 건 실리콘으로 만든 밴드(=스트랩) 되시겠다.

위에서 언급한 제품 중 나이키 퓨얼밴드와 아디다스 마이코치 핏 스마트는 밴드와 제품이 일체형이기 때문에 밴드가 낡아 찢기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교체가 안 되니까. 제이버드 레인과 인바디 밴드 2는 밴드만 교체가 가능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환 밴드, 흔히 짭퉁이라 부르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없어서 밴드 비용도 부담이 된다.

 

뭐, 대부분의 제품이 밴드 교체를 고민하기 전에 본체가 고장나버렸다. 퓨얼 밴드를 구입한 지 1년만에 고장이 나서, '중고로 사서 그런가보다.' 하고 어렵게 새 제품을 구입했는데 그것마저도 1년 만에 고장이 나버렸다. 이후 구입한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핏 스마트도 두 대 모두 1년 만에 사망. 제이버드 레인과 인바디 밴드 2 같은 경우는 고장나지 않았지만 밴드가 낡아서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긴 할텐데 시간이 오래 흐르기도 했고, 현역 복귀는 무리라고 본다.

 

이후 구입한 핏빗 알타 HR을 정말 잘 썼다. 얇고 가벼워서 차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었고 기능도 맘에 들었다. 게다가 저 녀석은 사용한 지 1년이 지나도 문제가 없었다. 중국산 저가 호환 밴드를 질러 교체까지 해가며 잘 썼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맛이 갔다. '충전할 때가 됐던가? 하루, 이틀 더 써도 되겠지.'라고 했다가 갑작스럽게 장거리 출타를 하게 됐고 그 동안 방전되어 꺼져버렸다. 집에 돌아와 충전을 하려고 케이블을 물렸는데 무반응.

 

 

 

 

핏빗 알타 HR은 본체에 아무 버튼도 없기 때문에 충전 케이블을 통해 초기화를 해야 한다. 케이블의 USB A 포트 쪽에 동그란 버튼이 하나 있는데 그걸 꾹! 꾹! 꾹! 하고 세 번 눌러주면 초기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아무 반응이 없더라. 한~ 참을 만지작거렸지만 되살리는 데 실패했다. 결국 사망 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센터라도 있으면 수리라도 보내겠는데 핏빗은 수리 자체가 안 된다. 홍콩이든 어디든 외국에라도 있음 왔다갔다 오래 걸리더라도 보낼 의향이 있지만 핏빗은 고장나면 그냥 버려야 한다. 구입한 지 1년 이내에 고장이 나면 고객 센터를 통해 신품으로 1 : 1 교환이 가능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고장이 나면 고장난 기기를 반납하고 다른 제품을 25% 할인 받는 게 고작이다. 나처럼 차지 5를 산다면 249,000원의 25%인 62,250원을 할인받아 186,750원에 사는 게 최선이다. 3만 원 할인 행사 중이니까 164,250원(219,000 - 54,750)에 살 수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경험 상 저렇게 중복 할인은 안 해줄 게다. 아마도.

 

 

차지 5가 계속 눈에 들어왔지만 20만 원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대체품으로 선택한 게 갤럭시 핏 2였다. 한 때 품절되어 정가의 두 배 이상을 주고도 못 산다는 그 녀석 말이다. 지금은 정가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고 장터에 미개봉 신품이라며 정가보다 비싸게 올린 게 꽤 있더라. 😑)

저렴한 가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성능이 형편없다. 스마트 밴드라는데 전혀 스마트하지 못하다. 나 같은 경우 운동량 측정도 중요하지만 수면 측정도 상당히 중요한데 제대로 잤는지 그렇지 않은지 측정하는 수준이 개판이다. 훨~ 씬 전에 나온 갤럭시 기어 S2보다도 못하다. 예를 들어 23시에 잠이 들어 새벽 두 시에 한 번 깨고, 다섯 시에 또 깨고, 일곱 시에 완전히 눈을 떴는데 삼성 헬스 앱은 여덟 시에 켰다고 치자. 기어 S2는 중간에 두 번 깬 걸 정확하게 인식하고, 다시 잠든 시간도 제대로 표시한다. 마지막 기상 시간인 일곱 시도 제대로 표시하고. 하지만 핏 2는 23시부터 여덟 시까지 계속 잔 걸로 나온다. 중간에 깬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깊은 잠, 얕은 잠, 나름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긴 하는데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내가 눈 뜬 건 일곱 시인데 삼성 헬스 앱을 실행한 여덟 시를 기상 시간으로 인식한다.

그렇다고 운동량 측정은 잘 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같은 거리를 이동했는데 순토 5와 거리부터 다르다. 당연히 최고 심박도 다르고 소모 칼로리도 다르게 측정이 된다. 게다가 이유를 모르겠지만 자기 맘대로 운동을 종료해버리기도 한다. 편도 4㎞, 왕복 8㎞ 거리를 여러 번 걸어 비교해봤는데 핏 2는 당최 못 믿을 기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냥 망설이지 말고 차지 5 살 것을...' 하고 후회했지만 막상 지르려니까 부담이 된다. 인터넷 최저가는 17만 원대로 뜨긴 한다. 정가가 249,000원인데 3만 원 할인 행사 중이더라. 219,000원에 살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인터넷 오픈 마켓 최저가가 17만 원대 되시겠다.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핏 2는 열심히 걷기 운동하고 계신 고모 께 드리기로 하고, 질러버렸다.

 

차지 5도 질렀겠다, 이제 알타 HR에는 미련이 없다. 뜯어서 혹시라도 되살아나는지 보기로 했다.

 

네일베에서 선구자가 있는지 검색해봤지만 예상대로 없고... 구글에서 검색하니 IFIXIT 링크가 뜬다. IFIXIT은 각종 기기에 대한 문의/답변이 등록되어 있고 수리 방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부품도 궁비할 수 있는 사이트 되시겠다. 영어가 안 되면 이래저래 제한이 따르는 곳인지라 불편하다. 일단 알타 HR 수리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니 배터리 교체 방법이 올라와 있더라. https://ko.ifixit.com/Guide/Fitbit+Alta+Battery+Replacement/126347?lang=en 

 

Fitbit Alta Battery Replacement

How to replace a Fitbit Alta battery that no longer holds a charge.

ko.ifixit.com

 

난이도가 어려움으로 떠 있기에 살짝 쫄았지만 버릴 각오를 했으니까 도전하기로 했다.

 

 

따로 볼트 같은 게 없어서 어떻게 여나 했는데, 윗 부분의 검은 색 창 부분을 힘으로 들어내는 방식이었다. 마이너스 드라이버를 이용해 아래쪽을 벌린 후 지렛대처럼 이용해서 위로 드니까 어렵지 않게 열렸다.

 

 

액정은 접착제로 붙어 있다. 역시나 마이너스 드라이버로 조금씩 들어 올리면 위로 들린다. 왼쪽에 얇은 박막 케이블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예 빼버리면 안 된다. 참고로 위에 링크 건 사이트에 있는 사진과 내부가 조금 다르다.

 

 

T2 볼트 두 개로 고정이 되어 있다. 살짝 힘을 줘서 풀어내면 메인보드가 들리고 그 아래로 배터리가 보인다.

 

 

배터리도 접착제로 붙어 있기 때문에 드라이버로 살짝 살짝 들어 올리면 딱! 떨어진다.

 

 

아래 쪽에 뭔 QR 코드가 보이기에 찍어 봤는데 웹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가 분해할 수 있는 한계다. 똥 손이라서... 😶

 

저렇게 뜯어놓고 혹시나 해서 충전기를 연결해봤지만 역시나 켜지지 않는다. 초기화도 안 되고. 배터리가 아예 요단강을 건넌 것인가? 여분의 배터리라도 있으면 인두질을 해서라... 도는 무리겠고나. 인두가 없으니. 아무튼, 배터리가 없으니 교체해보고 자시고 할 수도 없다. 아무래도 쓰레기 통으로 가야 할 모양이다.

 

분해 역순으로 조립을 한다. 원래 자리에 넣고 살짝 누르면 묻어 있던 접착제 때문에 적당히 고정이 된다. 풀었던 볼트를 조이는데 자동차 휠 고정하던 버릇이 몸에 베어 있는지라 힘줘서 조였더니 뚝! 하고 볼트가 부러져버린다. 아무래도 볼트가 워낙 작아서 큰 힘을 못 받는 모양이다. 적당히 조여야 했는데. 😑

마지막으로 덮개(?)를 닫았더니 처음에는 없던 유격이 약~~~ 간 생겼다. '방수 안 되겠는데?' 싶더라. 혹시라도 핏빗 알타 HR 뜯으실 분들은 저처럼 고이 떠나보낼 각오를 하고 진행하시던가, 다이소의 싸구려 방수 테이프라도 준비해서 작업하시길.

 

 

아무튼... 혹시라도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제품인데,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할 것 같다. 켜지기라도 하면 가지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후 '맞아! 예전에 이런 거 썼었지!' 하고 추억팔이라도 할텐데, 전원조차 안 들어오니 쓰레기 통에 넣어버려야지, 뭐. 중국산 호환 밴드가 두 개인가 있는데 그것도 같이 쓰레기 통에 보내던가 해야겠다.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할 때가 있다지만 그게 언제인 줄 알고.

 

이렇게 해서 핏빗 알타 HR은 2년 조금 넘게 쓰고 사망. 내일 도착할 차지 5를 기다리면서 갤럭시 핏 2나 다시 케이스에 고이 넣어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