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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5월 02일 월요일 흐림 (동네 산책)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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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에 토트넘 경기가 있어서 일찌감치 누웠더랬다. 전반에 손흥민이 어시스트 하는 걸 보고, 하프 타임에 손전화 붙잡고 빈둥거리다가 후반전 시작. 잠이 살살 몰려오기에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 후반전에 손흥민이 원맨쇼를 해버렸다. 전반에 라인 브레이킹 하면서 뒷 공간 노리고 뛰어들어가는 움직임이 거의 없기에 후반에도 그렇겠거니 했는데, 쿨루셉스키 들어오면서 막혔던 혈이 뚫려 엄청난 활약을 했단다. 골 장면 영상을 보니... 새벽에 라이브로 봤으면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를 뻔 한 골이었다.

2012년이었던가? 스포츠 조선에서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을 두고 반대 의사를 내비친 손웅정 氏를 대차게 까기에 니들이나 잘 하라는 글을 썼었더랬다. 그 글의 댓글에 손흥민의 군 복무를 두고 이러니 저러니 조롱했던 오지라퍼들, 지금 잘 살고 계신가? 손흥민은 군 면제 받은 뒤 기초 군사 훈련 잘 마쳐서 병역 의무 해결했고, EPL에서 최고의 폼을 보이며 잘 뛰고 있는데, 조롱하며 낄낄거렸던 것들은 어찌 살고 있으려나? 제 손으로 밥벌이는 하고 있나 모르겠네. ㅋ

 

 

자기 전까지만 해도 영덕을 가느냐, 팔공산에 가느냐를 두고 고민했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미 느꼈다. 오늘 집을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새벽에 자다 깼을 때 바로 잤어야 했는데 손전화 붙잡고 시간을 보낸 탓에 너무 피곤하더라고. 일단 침대에서 빠져나와 몸무게부터 쟀다. 71.6㎞더라. 자고 나서도 안 빠지는고만. 배가 너무 고팠으니까, 진짜장 둘에 사천짜장 하나를 섞어 세 개를 끓였다. 예전 같으면 서로 다른 라면을 섞어 끓이는 짓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았을 건데. 나이 먹으면서 하나, 둘 변해간다.

배 부르게 먹고 나서 바로 설거지를 하고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73.8㎞이다. 어떻게 이렇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영덕 갈까? 팔공산 가?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나 귀찮았다. 다음에 다녀오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방구석을 뒹굴기로 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레더 시즌 1이 시작되면서 서버가 터져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접속이 되더라. 하지만 몸이 피곤하니 게임이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아서 한 시간 남짓 한 뒤 침대에 누웠다. 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조금 자고 나니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세탁기를 돌리고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리다가 빨래가 끝나 건조기를 돌렸다. 한 시간 조금 더 지나 건조기마저 할 일을 마쳤다고 알려와서 빨래 개러 나갔는데 방치해둔 혈압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혈압이나 재볼까?' 싶어 혈압계에 전원을 넣고 측정 단추를 눌렀다. 당연히 높게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한 방에 120/80 정상 혈압이 나왔다. 하... 하하... 하하하... 내 고혈압의 원인은 운동 부족이었던 거냐?

 

하루종일 방에 있느니 근처라도 다녀오자 싶어 가방에 손전화와 이어폰, 카메라만 챙겨 집을 나섰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맑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흐리다고 하기도 애매한, 어중간한 날씨였다.

 

톨게이트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보이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더랬다. 집에서 1.5㎞ 정도 밖에 안 되니까 걸어서 갔다.

 

 

 

 

 

 

 

과거 가야가 자리했던 땅이라 그런지 삼국시대 이전과 신라의 이야기가 많은 동네다.

 

봉분인지 그냥 이렇게 꾸며놓은 건지 모르겠다. 아무 설명도 없으니 그냥 흙더미겠거니 했다.

 

 

 

 

줌 기능을 이용해 최대한 당겨봤다. 이게 한계다.

 

오늘 들고 나간 카메라는 캐논에서 나온 익서스 230 HS라는 모델이다. 2011년 9월에 출시된, 10년도 더 된 카메라. 아버지의 유품이다. 카메라에 남은 사진으로 짐작컨데 2011년 12월 24일에 사신 모양이다. 찍은 사진은 몇 장 되지도 않고, 동영상도 3초 남짓한 것 달랑 하나. 아버지 모습은 전혀 찍혀 있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지금이야 전 국민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지만, 내가 어릴 때에는 카메라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 씬 높았다. 카메라는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아무나 카메라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국민학교 운동회에 가면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랬다. 그런 시대에, 아버지는 카메라를 여러 대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얼리 어답터였다.

카메라 뿐만이 아니었다. 소니, 아이와, 파나소닉에서 나온 워크맨도 여러 대 가지고 계셨더랬다. 아버지의 전용 캐비닛은 말 그대로 보물 상자였다. 블로그에 여러 번 썼지만, 아버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 얻어가며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을 거다. 결혼하면 안 될 사람이 결혼해서, 본인과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걸 보면서 자라왔으니까, 나이 먹으면서 아버지 판박이가 되어가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으니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말이 옆으로 샜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5년 전에 산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공원이 작아 딱히 찍을만한 풍경이 없더라. 아직 한참 더 걸어야 할 것 같아 일단 근처 대학교 쪽으로 향했다.

 

 

요란한 굉음이 들려 하늘을 보니 F-15K가 훈련 중이었다. 줌 성능 때문에 이 정도가 고작이다.

캠핑용 의자 같은 거 있음 집 근처 공원에 펼쳐놓고 누워 있다가 비행기 지나갈 때 제대로 사진 좀 찍었음 싶은데 마음만 앞서고 만사 귀찮다. 올 여름이 가기 전에 RX10 들고 나가 제대로 찍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에 이어 또 대학교 트랙으로 가자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그냥 쭉~ 걸어가 둔치 공원을 걷기로 했다. 이사온 지 4개월 만에 처음 가보는 건데 꽤 잘 꾸며놨더라. 탄천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유류세 30%를 까준 덕분에 기름 값이 1,800원 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곳은 경유와의 가격 차이가 20원, 다른 한 곳은 불과 5원. 이렇게 되면 경차 끄는 사람은 엄청 손해보는 기분일 거다. 그나마 연비와 조금 저렴한 기름 값이 장점이었는데.

소주 값이 미친 듯 올라 식당에서 먹으면 맥주와 같은 값이 되어버린 걸 보고 이런 세상이 오는고나 싶어 좀 어이 없었는데, 이제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같은 수준이 되어버리다니. 참...

 

 

부지런히 걸어 집에 도착하니 10㎞ 가까이 걸었더라. 목표 달성이다. 다시 체중계 위에 올라가니 71㎏대가 되었다. 샤워하면서 혼자 머리 밀고, 대충 닦고 나와 저녁을 만들었다. 익다 못해 썩어가고 있는 열무 김치와 냉장 병아리가 될 것 같은 달걀을 팬에 넣고 대충 휘젓다가 참치와 밥을 넣고 볶았다. 개밥이 따로 없다. 국이 아쉬워서 뜨거운 물 끓여 컵라면에 부었다. 그렇게 얼추 3인분에 가까운 밥을 먹은 뒤 다시 몸무게를 재보니 73㎏가 됐다. 몸은 정말 정직하다.

 

 

마사미 님께 보낼 편지를 써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오늘 써서 내일 부쳐야 어머니 날 전후로 도착할텐데. 일단 컴퓨터로 써서 인쇄해놓고 손으로 옮겨 적는 건 밤에 카페 가서 하던가 해야겠다. 집에 있으면 안 할 것 같으니까.

 

다음 휴일은 토요일. 주말에는 사람 많으니 어디 돌아다니면 안 된다. 그 다음 휴일은 휴가 썼으니 팔공산을 가든, 영덕을 가든,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 회룡포 근처에 게스트하우스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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