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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5월 13일 금요일 흐림 (결국 또 운동 패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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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 앱이 또 일기 중계를 하고 있다.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 분 단위로 말 바꾸기를 시전하고 있다. 날씨를 예측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이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잔뜩 흐리다. 바람도 제법 차다. 운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운동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운동할 때 입고 신는다며 이것저것 질러댄 것들이 50만 원 어치를 넘어갔는데,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나 싶어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중이다. 냄비 근성에 의지 박약이 더해진 최악의 몸뚱이인데, 그걸 이겨내고 6×㎏ 몸무게로 돌아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벌써 귀찮아져버리다니... 😰

 

 

새벽에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가 있었더랬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왔고.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는데 경기 시작하기 전에 딱! 눈이 떠져서 중계를 봤다. 다 보고 나니 바깥은 이미 밝아진 상태였다. 오늘도 쉬는 날이었다면 그대로 일어나버렸겠지만 저녁에 돈 벌러 가야하니까, 쉬는 기간 내내 잠이 부족했으니까, 억지로라도 더 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억지로라도'라고 했는데 그럴 것도 없이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이 동네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면 전쟁난 줄 알고 도망갈 것처럼 요란하게 비행기들이 떠다녔고 그 굉음 때문에 두세 번 깨긴 했지만 아홉 시 넘어서까지 잤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열 시가 되면 운동하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어영부영하다 열 시를 넘겨버렸고, '열 시 반에 갈까?', '열한 시에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라면을 끓여 배를 채우고 말았다. 밥 먹었으니 운동은 물 건너 갔다. '차 끌고 가서 주차장에 세워두고 뛰지 말고 걸은 뒤 바로 출근할까?'라고 잠시 생각했었지만 어림도 없다 싶어 바로 포기했다. 내 성격에 운동하고 안 씻은 채 돈 벌러 갈 리가 없으니까.

 

 

어제 23시가 넘어서 전에 일하던 곳의 동료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식하고 나서 2차 하러 장소를 옮겼다가 내 얘기가 나와 전화를 해봤단다. 보고 싶다면서.

나는 E 파트에서 오래 일했다. 중간에 그만두고 나갔던 시기도 있고 유학 때문에 휴직한 기간도 있긴 한데 거의 15년을 꽉 채웠다. 오랜 시간 일하면서 온갖 인간 말종들을 만났기에 지금의 파트에 그다지 정이 안 간다. 약한 사람에게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 약한 최악의 쓰레기가 한, 둘이 아니었고 함부로 말하는 것들도 수두룩했다. 그런 것들이 선배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수도 없이 보아오다보니 회사에 가면 딱히 사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돈 벌려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 보내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다.ㅇㅇ에서는 지금까지 일했던 것과 아무 관계가 없는, 전혀 생소한 파트로 지원해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때 만난 사람들 중에는 좋은 이들이 참 많았다. 어제 전화를 준 사람들도 그런 이들이고. 물론 그 파트에도 형편없는 것들은 존재한다. 그런 것들은 철저히 무시하며 살았고 그들에게도 나는 무시해도 좋은 사람이니 연락이 오고 갈 리가 없는 거다.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서글서글하고 친절한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아 다행이다. 날 잡아서 한 번 놀러가겠다고 했는데 6월에는 ㄱㅇ에 다녀와야 하니 7월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9월에는 엔진 오일 갈러 한 번 올라가야 하는데 그 전에 만나고 올 수 있겠지.

 

 

화요일에 근처 우편물 취급소에 가서 EMS를 보냈고 수요일에 항공기에 실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수요일에 바로 비행기가 떴다면 그 날 도착해서 화물을 내렸을 거고, 목요일부터 배송이 들어갔겠지? 그렇다면 오늘 도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도 대략 5일 정도면 도착했던 것 같은데.일본에 보낼 선물 고른다고 머리를 굴리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간단하게 보냈다. 회사 매점에서 파는 것들로 보내다보니 간소하다 못해 조촐한 수준이 되어버린 것. 너무 대충 보냈다 싶어 민망하기도 한데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딱 좋다 싶기도 하고. 어찌 되었든 고마운 마음이 전달되면 좋은 거니까.

 

 

꿀맛 같은 3일 간의 휴일이 다 지나갔다. 오늘부터는 일상으로 복귀. 다음 휴가는 한 달 뒤가 된다. 저 때에는 대중 교통으로 고모한테 다녀올 예정이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뒤면 일주일 정도 쉴 수 있고. 하필 절정의 피서 시기와 겹쳐버리는 바람에 어디로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리 게스트하우스 예약하고 속초에 다녀올까 싶기도 하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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