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은 아침에 창 밖을 보면 회색이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흐렸더랬다. 오늘은 모처럼 노~ 랗게, 밝게 빛나는 아침이다. 일기 예보 앱을 보니 계속 맑은 걸로 나온다. 별로 믿음이 안 가긴 하지만.
어제는 주말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빨리 집에 올 수 있었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집까지 20분 넘게 걸리는데 어제는 15분이 채 안 걸렸다. 회사 정문을 나오는 순간까지도 '천천히 가야지'라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미친 듯 밟고 있다. 딱 밟기 좋은 길이거든. 문제는, 길을 막고 있는 머저리들이 항상 있다는 거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운전이 많이 거칠어진 것 같긴 하다. 오랜만에 내 차에 탄 분도 운전이 왜 이렇게 험해졌냐고 했었다. 1,600cc 차 타다가 2,000cc 차 타니까 좀 더 잘 나가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이 아닐 게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앞이 휑~ 하니 비어있는데도 세월아~ 네월아~ 기어가는 것들은 도저히 못 참겠다. 차선을 넘어가 추월하면서 보면 어김없이 통화 중이거나 스마트 폰을 쳐다보고 있다. 맘 같아서는 앞에서 급정지 해 심정지라도 가게끔 했음 좋겠지만 상상만 하고 만다. 실제로 그런 짓을 하는 건 범죄니까.
정차 중에 손전화 들여다보는 거야 그런가보다 하지만, 신호 대기의 가장 앞에 선 차 or 주행 중인 차에서 스마트 폰 쳐다보는 건 대체 뭐하는 짓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그런 것들을 성토하는 글 밖에 안 보이는데, 왜 현실 세계에서는 욕 처먹기 딱 좋은 머저리들만 보이는 걸까?
어제도 길막하는 쪼다 AH 77I 가 있었지만 쌔려 밟아 추월했다. 그러면서 저런 ㅵ 때문에 내 운전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한 장 발급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달걀 네 개를 뱃 속으로 순간 이동 시켰다. 대부분 소금을 찍어 먹는데 어제는 케첩에 꽂혀서 그 맛으로 먹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가서 크래커에 치즈를 얹어 역시나 순간 이동 시켰고, 생라면 하나 먹을까 말까 한참 고민한 끝에 어렵게 참았다.
새벽에 깨서 한 시간 정도 손전화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네일베 쇼핑 카테고리에 들어갈 때마다 돈 쓰고 싶어 부들부들 떤다. 생각해보면 필요한 건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 자꾸 뭔가를 더 사려 한다. 욕심이 끝이 없다. 당장 컴퓨터부터 바꾸고 싶다. 노트북이 지나치게 버벅거린다. 쉬는 날 하루 홀랑 까먹을 각오하고 포맷해버릴까 싶은데 귀찮아서 엄두가 안 난다. 그래픽 카드 값이 많이 떨어졌으니 하나 사버릴까 싶기도 한데, 경기 불황이 오래 간다는 말도 있고, 빚 내서 사놓은 주식은 날마다 떨어지고, 몇 백 만 원을 한 방에 털어먹을 정도로 건방 떨어도 되나 걱정이 되니 쉽사리 지를 수가 없다.
순토 시계는 이미 세 개나 가지고 있는데, 하나만 차고 나머지 두 개는 잊어버릴만 하면 충전만 해두는 게 고작인데, 순토 9 할인한다 하니 또 지르고 싶어진다. 옷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 이미 충분한데 자꾸 눈에 들어온다.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면 더 이상 아무 것도 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그 순간 뿐이다.
남들처럼 땅 사거나 건물 사서 되파는 걸로 돈 벌 궁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재테크라고 할만한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지라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걱정이 된다. 그 와중에 카카오 뱅크 앱을 오랜만에 실행했더니 거기 통장도 거래 제한으로 묶여 있더라. 신한도 오랫동안 거래 안 했다고 묶여 있는데 말이다. 해제하려면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는데, 보이스 피싱 따위로 다른 사람 인생 조지는 7H AH 77I 들 때문에 애먼 사람들이 줄줄이 피해를 입는다. 귀찮아.
아무튼, 10만 원 정도만 넣어두고 딱히 안 쓰는 통장들인지라 거래 제한으로 묶여 있어도 큰 지장이 없긴 한데 괜히 찝찝하다. 신한 은행에 일단 10만 원 추가 이체해놨다. 대략 100만 원 정도 되면 생활비 용도로 사용한다고 풀어달라 하던가 해야겠다. 카카오 뱅크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26주 적금이라는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저 상품에 가입해서 26주 동안 자동 이체가 완료되면 자동으로 해제 된다고 한다.
상품에 대한 설명을 보니 1,000원 / 2,000원 / 3,000원 / 5,000원 / 10,000원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매 주 그만큼 증액되어 26주 동안 돈이 모이는 거다. 1,000원을 선택했다면 첫 주에 1,000원이 자동 이체 되고, 다음 주는 2,000원, 그 다음 주는 3,000원,... 이런 식이다. 엑셀로 금액을 확인해보니 5,000원 짜리로 가입하면 최종 금액이 180만 원이 채 안 되더라. 저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 그걸로 가입했다. 바로 첫 주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가더라. 카카오 뱅크에 180만 원 이체해서 잔액 부족으로 문제 생기는 걸 막아놨다. 26주 뒤면 자동으로 해지 되고 거래 제한도 풀리니 딱이다 싶다.
화요일에 일본으로 보낸 EMS는 어제 도착했다. 나카모토 선생님께는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왔고, 마사미 님과 모토조노 선생님께는 아직 소식이 없다. 부재 중이라서 배달하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왔는데 아마도 모토조노 선생님일 게다. 항상 한 번에 못 받으시더라고. ㅋ 마사미 님은 오카야마라 하루 정도 더 걸리는 건가 싶다.
다른 고마운 선생님들도 많지만 역시나 일본어를 공부하는 동안은 저 두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일본어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매 년 5월에 약간의 선물을 보내는 거다. 나카모토 선생님이 답례를 보낸다 하셔서 그러지 말라 했는데 아무래도 보내실 것 같다. 일본의 우체국 택배 비용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니 훨씬 부담스러울텐데...
얼마 전까지는 스승의 날이라고 연락주는 제자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 명도 없다. 다들 30대가 되었고 시집 가서 애 낳고 사느라 정신이 없을테지. 스승의 날 or 생일에 연락을 주곤 하는데 1년에 한 번이 어디냐. 잊지 않고 안부 인사라도 전해주는 게 그저 고맙다.
예전에는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꽤 계셨는데 점점 기억이 흐릿해진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저학년 때 임신 때문에 그만뒀다가 고학년 때 돌아온 선생님이 계셨는데 나를 많이 예뻐하셨더랬다. 그 이유가 공부 잘 해서였다. 저학년 때에는 공부를 잘 해서 그 기억으로 나를 예뻐하셨는데 고학년 때에는 살짝 맛이 가 있으니까 당황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김연라 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뭔 사고인지 지병인지, 아무튼 병원에 입원한 선생님 문병 간답시고 학급 임원들이랑 우르르 몰려서 꽃집에 갔는데 국화 달라고 해서 아주머니께 죽은 사람한테 주는 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게 몇 학년 때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중학교 때 교과서와 다른 실제의 역사를 가르쳐주신 이영권 선생님도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에는... 뭐, 딱히 좋았던 선생님이 없어서... 😑
좋아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져가는데 싫어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다. 6학년 때의 담임이라거나, 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이라거나. 나이 먹어보니 그들도 그저 애들한테 시달리는 직장인이었고나 싶긴 한데 그렇다고 나쁜 선생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포장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저 나쁜 AH 77I 일 뿐이지.
배가 고프다. 뭐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하지만 그러면 운동하러 못 간다. 일단 운동하고 와서 뭘 먹더라도 먹어야지. 며칠 동안 운동 건너 뛰었으니 오늘은 해야 한다. 뛰지 못하면 걷기라도 해야지.
드디어! 드디어! 몸무게 앞 자리가 바뀌었다! (라면 두 개 끓여먹고 났더니 도로 바뀌고 말았지만. 😅)
예전에는 '나이 들면'이 그저 핑계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다. 실컷 먹고 바로 퍼질러 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게 다 옆구리 타이어로 가버리니 맛있다고, 좋아한다고 마구 입으로 넣을 수도 없게 됐고 건강 관련해서 신경쓸 게 점점 많아진다. 하긴, 예전 같으면 이미 관짝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버렸으니.
아무튼. 오늘은 자주 가던 대학교 트랙이 아니라 근처 공원으로 갔다. 근처라지만 집에서 1㎞ 정도 떨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아이들 노는 곳에 있는 벤치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 한 바퀴가 2.5㎞인 줄 알았는데 채 안 된다. 대략 2.25㎞라 봐야 할 것 같다. 바닥에 있는 거리 표시가 1.6㎞까지 밖에 안 되어서 있어서 순토 시계나 핏빗 차지 5가 표시하는 거리를 믿을 수밖에 없다.
한 바퀴를 걸은 뒤 타박타박 뛰기 시작. 망사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숨은 안 찬데 종아리가 아프다. 참고 꿋꿋하게 뛰었다. 한 바퀴를 다 뛰고 싶었지만 막판에 힘이 빠져서 결국 걷고 말았다. 2㎞ 못 채우고 멈춘 것 같다. 숨을 고르며 다시 걷다가 또 1.5㎞ 정도 뛰고 자전거를 가지고 와 끌면서 걸었다. 탁탁탁탁 뛰고 있는데 저~ 앞에서 완전히 노~ 란, 양키들한테서나 볼 수 있는 노란 머리를 한 처자가 메이드 카페에서 일할 때 입을 것 같은 옷을 입고 걸어가고 있더라. 머리에 두건만 둘렀으면 알프스에서 소 젖 짜다 온 걸로 착각했을지도. 슥~ 지나쳤는데 그 다음 바퀴에 터덜터덜 걷고 있으니까 반대 쪽에서 또 나타났다. 에? 뭐야? 아까 나랑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역주행이지?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외국인이었다. 저런 복장으로 용케 산책하는고나 싶었는데 손에 뭔 상자 같은 걸 들고 있어서 산책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같은 구간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운동하는 건가? 저수지 주변에서 운동을 하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 그 재미도 만만치 않다.
저수지 주변을 네 바퀴 뛰면 얼추 9㎞ 정도 되는데 오늘은 끝까지 가지 않고 마지막에 조금 덜 걸었으니까 8㎞ 정도를 뛰고 걸은 것 같다.
의지 박약이라 포기할 법도 한데 운동하겠답시고 질러놓은 것들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바지만 대여섯 벌 되는데다 신발도 질렀고, 돈으로 따지면 수십 만 원 어치다. 오늘 앞자리가 바뀌는 걸 봤으니 여름 전까지 꾸준히 뛰면 목표치까지는 못 가도 비슷하게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몸이 좀 가벼워지면 뛰는 것도 그만큼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움직이는 게 수치화되어 성과가 보이니까 할 맛이 나는 것 같다.
좋은 축구 클럽이랑 배드민턴 동호회를 구할 수 있음 더 재미있게 운동할텐데 날마다, 주마다 갈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서 아예 알아보지 않고 있다.
오늘 저녁 근무하고, 내일 낮 근무 마치면 하루 쉰다. 날씨도 좋다는데, 경주에 다녀올까 싶다. 내일 퇴근하고 바로 가면 해질 무렵 도착하게 될 거고, 야경 보러 나갔다 와서 자고 모레 낮에 여기저기 구경한 뒤 돌아오면 되지 않을까? 일단 맘에 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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