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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6월 02일 목요일 맑음 (오늘도 푹푹)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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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닐 때 받았던 수면제를 아껴두고 있다. 수면제를 처방 받으려면 병원에 가서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번거로워서, 그리고 약의 힘을 빌어 자는 일이 잦아지면 내성이 생길까 싶어 어지간하면 먹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제대로 못 잔 탓에 몸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약을 먹었다.

영화에 나오는 수면제처럼 먹자마자 훅! 가는 건 아니다. 뭐, 졸피뎀은 좀 더 강력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약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살살 쏟아지기에 바로 태블릿을 엎어 놓고 눈을 감았다. 자다 깨서 화장실에 다녀온 뒤 시계를 봤더니 한 시. 당연히 세 시일 줄 알았는데 너무 이른 시각이라 조금 놀랐다. 침대로 돌아와 다시 퍼질러 잤고 일곱 시에 눈을 떴다. 중간에 깨긴 했지만 그럭저럭 아홉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나쁘지 않다. 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또 다섯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을테지. 제대로 자서 그런지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더워지기 전에 운동을 가고 싶었는데 배가 고파서 당최 운동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 싶어 냉장고에 있던 순두부 찌개 밀키트를 냄비에 넣고 끓였다. 금방 끓기 시작해서 즉석 밥을 데운 뒤 잔뜩 익은 파김치와 함께 먹어 치웠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정말 없어 보이는 차림으로 한 끼를 해결했지만 굉장한 만족도다. 20년 뒤에도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가 조금 불쌍해지긴 했지만, 이제와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 혼자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아버지는 1948년에 태어나셨다. 서른하나에 나를 낳으셨고. 돌아가셨을 때의 나이는 예순여덟. 살아 계셨다면 일흔 넷이 된다. 어머니는 스물다섯에 날 낳으셨고 올 해 예순여덟.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었다. 스물다섯이든, 서른하나든,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는 참 이른 나이다. 내 입장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

'결혼 같은 건 못 하겠다.', '아니, 안 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한 게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꽤 오래되었다는 것만 알겠다.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아버지를 지독하게 닮아 있다 싶으니까 혼자 사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

내 나이 또래가 인구 폭발의 정점인지라, 내가 노인이 될 무렵이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들이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을 게다. 요양 병원 같은 것들 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서비스도 점점 나아질테니까, 늙어서 거동하기 힘들어질 정도가 되면 혼자 살더라도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다가 죽을 수 있겠지. 이제 와서 다른 사람과 같이 살 자신도 없고, 다 늦게 애 낳아서 올바르게 키울 자신도 없다. 그저 내 몸 하나 다치지 않고 잘 살자 싶다.

 

 

'다치지 말고 잘 살자!'라 생각하면서 바이크 살 궁리를 하고 있다. 😩

스즈키에서 나온 125㏄ 바이크가 500만 원 가까이 하더라. 수십 년 전의 물가에 묶여 있는 항목들이 몇 가지 있는데 바이크도 그 중 하나다. 내 머리 속에서 125㏄ 바이크는 100만 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500만 원이라니... 100원 하던 새우깡이 1,000원을 넘긴 지 오래인데 다른 물가가 뛴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콜라도 초등학교 때 950원(포스코 직원을 상대로 조금 더 저렴하게 팔았기에 가능한 가격이었다. 동네 슈퍼에서는 당연히 더 비쌌다.) 주고 산 기억에 머리 속에 콱! 박혀 있어서 2,000원 넘는 가격을 보면 대경실색한다. 아무튼.

125㏄ 바이크 값만 500만 원 가까이 한다. 손전화 거치대 같은 건 서비스로 받는다 쳐도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약간의 편의 장치를 달면 500만 원을 넘기게 될 게다. 게다가 보험료도 최소한 30만 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연비가 45㎞/ℓ 라고 하니 회사 다닐 때 타고 다니면 딱 좋겠다 싶긴 한데, 회사에서 바이크 타고 다니는 걸 그냥 보고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이 동네의 더럽디 더러운 운전 매너 때문에 걱정이 된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내가 돈을 쌓아놓고 사는 것도 아니고, 이미 빚이 잔뜩인데 또 큰 돈 쓸 궁리를 하고 있다니...

기를 쓰고 아껴서 내년에는 차 값 다 갚아버려야 하고, 3년 안으로 생활비 대출 받은 것도 다 털어버리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될까 싶다. 살고 싶은 수준의 집으로 이사 가려면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있는 빚도 한, 두 푼이 아닌 상황이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더 나이 먹으면 바이크 타는 게 훨씬 두려워질 게 뻔하니까, 돈과 나이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중이다. 어차피 바이크를 타려면 지금처럼 더운 시기가 딱인데. 차가 없다가 생기게 되면 활동 범위가 확~ 늘어나듯이, 바이크가 있으면 시골 국도 위주로 여유있게 놀러 다니는 게 가능해지니까 지금보다 확실히 즐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그 놈에 돈이... 😭

 

 

런타스틱이라는 자그마한 회사가 있었더랬다. 운동량을 측정해서 개인에게 최적화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는 곳이었다. 아디다스에 팔려서 지금은 아디다스 런타스틱이 되었다.한 때 아디다스에서 나온 스마트 밴드를 썼었기에 저 앱을 간간히 썼었다. 한동안 방치했었는데 순토와 연동이 되는 걸 알게 되어 최근에 다시 쓰고 있다. 순토 5로 운동한 내용을 기록하면 자동으로 런타스틱에 넘어간다. 아디다스 러닝과 공유가 되고. 그런데...

 

 

이런 메일이 왔다. 뭔 소리인가 싶어 번역기를 돌려 봤더니...

 

 

이렇게 나온다. 한국은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다. 흠...

 

 

뭐, 어차피 순토 앱과 핏빗 앱만으로도 운동량 측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특정 운동량을 돌파할 때마다 선물이랍시고 뭘 보내줘서 그동안 양말도 받고 그랬는데 말이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을 먹어서, 어느 정도 소화가 되고 나면 운동하러 갈 생각이었다. 바로 가서 뛰면 옆구리 아프니까. 그런데 도서관에서 메시지가 왔네? 빌린 책의 반납이 내일까지라고 한다. 내일은 낮 근무라서 퇴근하고 도서관 가기가 번거롭다. 가려면 오늘 가야 한다. 잘 됐다 싶다. 오늘은 운동 대신 도서관에 다녀와야겠다. 왕복하면 8㎞가 넘으니까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려고 일부러 좀 떨어진 곳으로 가는 거다.

시설은 깔끔하고 좋은데 소장하고 있는 책이 너무 적어서, 오늘은 책 반납을 하고 나면 다시 빌리지 않고 그냥 올 생각이다. 운동하러 가는 저수지 근처에 정보 센터인가 문화 센터인가 하는 게 있는데 거기가 도서관이란다. 거기에 회원 등록을 해서 책을 빌려올 생각이다.

 

열한 시가 다 되어 간다. 도서관에 갔다가 정보 센터인가 문화 센터인가에 들린 뒤 집에 오면 딱 씻고 출근할 시간이 될 것 같다. 정보 센터인가 문화 센터인가 홈페이지가 있나 싶어 봤더니 있네. 정식 이름은 경상북도 교육청 정보센터 되시겠다. 문제는, 오늘까지 종합 자료실 이용이 제한된다는 안내가 떠 있다는 거다. 장서 점검이란다. 그냥 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원래 가던 도서관 신세를 한 번 더 져야겠고만. ㅋ

 

빈둥거리다 더 늦어진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까지 정보센터가 쉰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ㄱㅅ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슬렁슬렁 걷는데도, 바람이 꽤 부는데도 땀이 나기 시작. 도서관에 도착해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뭔가 눈에 들어온다. 5,000원 짜리 지폐다. 응?

처음부터 주워서 주머니에 넣을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도서관에 맡겨야겠다 생각했지만 바로 주울지, 어딘가에 올려두고 책부터 고를지 망설였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 비어있는 책장에 올려놨는데 내가 반납한 책을 책장에 꽂으려고 일하는 분이 다가왔다. 그 분도 돈을 보신 듯, 한참을 머물다가 가셨다. ㅋㅋㅋ

책을 고른 뒤 돈을 주워 자동 대여/반납기 쪽으로 가다가 일하는 분께 역사 코너에서 주웠다고 돈을 맡겼다. 5,000원을 욕심낼 정도로 어렵지 않다. 만약 저게 50,000원이었다면 어땠을까? 50,000원 짜리 열 장이었다면? 뭐, 사람 마음이 워낙 간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맡겼을 것 같다. 떨어진 돈을 냉큼 주워 주머니에 넣고 하루종일 찝찝해하는 것보다 낫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또 판매점을 지나쳤다. 인터넷으로 매 주 사고 있긴 한데 본전도 못 찾은 지 오래. 지갑을 두고 와서 살 수도 없다. 순간 아까의 5,000원이 떠올랐다. 조상님이 돌보아서, 가는 길에 로또 사가라고 준 건데 어리석게도 도서관에 맡겨버린 건 아닐까? 조상님이 애써 차려준 밥상을 걷어차버린 게 아닐까? 😑

 

밥을 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웠는데 고작 8㎞ 걸었답시고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참아야지. 슬슬 샤워하고 돈 벌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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