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쓰는 일기 되시겠다. 지난 6월 9일부터 3일 쉬고 이틀 동안 회사에 돈 벌러 다녔다. 그 사이에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방전이 되어버렸는지 녹아내린 플라스틱처럼 퍼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이 먹었음을 느끼는 일이 부쩍 늘어난 요즘인데, 여행 다녀와서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젊었을 때의 두 배 이상 걸리는 것 같다.
흔히 독한 사람을 이야기할 때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 사람, 한 방에 담배 끊는 사람, 여행 다녀오자마자 짐 푸는 사람을 꼽는다. 나는 저 세 가지 예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 지독하디 지독한 인간인건가? 😑 아무튼. 여행을 다녀오면 바로 짐을 풀고,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후기를 올렸더랬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서 여행 후기를 쓰는 게 조금씩 미뤄지더니 급기야는 일주일이 지나서도 못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그 때에는 먹고 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면, 이제는 그저 지쳐서, 키보드 두드릴 체력도 남아있지 않아서 못 올리는 거다. 경험 상 이럴 때 꾸역꾸역 글 올려봐야 인터넷 쓰레기만 양산할 뿐이다.
그런 이유로, 아직 여행 후기는 쓰지 못하고 있다. 오늘 쓸까 싶은데 쓰다 보면 돈 벌러 갈 시간이 될 것 같으니 쉬는 날 제대로 각 잡고 쓰자 싶기도 하고, 당일치기로 지리산 다녀와야 하니 그 전에 빨리 끝내자 싶기도 하고.
오늘 저녁 근무, 내일 낮 근무를 마치면 쉬는 날이다. 다섯 시에 출발해 중산리 → 칼바위 →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코스로 당일 치기를 하려 했는데... 그랬는데... 직장 내에 다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 중 한 명은 이미 확진, 다른 세 명도 확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계약직 직원들이 줄줄이 격리되게 되면 정직원들만으로 자리를 채워야 한다. 근무 일정도 바뀔 것이고 쉬는 날도 바뀔 게다.
이번에 확진된 직원은 지난 4월, 나에게 코로나를 옮겨 줬던 그 직원이다. 이번에 또 다시 감염되면서 더블 크라운을 달성했다. 😰 어제 교대하면서 잠시 접촉했을 뿐이고 둘 다 마스크를 쓰고 있긴 했지만 퇴근 후 목이 칼칼한 것이 영 기분이 나쁘다. 아침에 일어나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를 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뒀다. 점심 때 지나서도 목에 불편함이 계속 느껴지면 그 때 검사를 해볼까 싶다.
평소 같으면 그냥 또 걸려서 일주일 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게다. 방에서 게임이나 실컷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장 들어오는 수입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휴가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7월에 내리 8일을 쉬는 걸로 일정을 잡아 놓고 제주도를 가느냐, 울릉도를 가느냐, 자전거로 속초까지 가느냐, 뭐 그런 걸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지. 이번 달에 일주일 격리 당하게 되면 다음 달에 길게 못 쉰다. 방에 갖혀 있느니 계획대로 여행 다니는 게 낫다.
모처럼 비가 온다. 내일부터 온다고 본 것 같은데 일계 중계답게 실시간으로 바꾸고 자빠졌다. 아무튼, 바람이 강한 가운데 내리는 비라서 창문을 열어 놨더니 빗방울이 방으로 들이친다. 어제 잘 때에도 빗소리 듣고 잔답시고 창문을 다 열어 놨더니 새벽에 춥더라. 덜덜 떨면서 잤다. 결국 아침에 눈 뜨자마자 깔깔이 꺼내 입었다. 6월에 깔깔이라니. 하지만 입고 있으니 딱 좋다. 에어컨 켜고 이불 덮은 기분이다. ㅋㅋㅋ
앉아서 마저 빈둥거리다가 점심 무렵에 자가 검사 해보고 출근하던가 말던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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