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학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다가, '시간 순서대로 한, 두 장씩 올려서 주절주절 떠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한 글!
일본에서 아파트라고 하면 2층 짜리 다세대 주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진 때문인지 높이 올리지 않는데다 규모가 크지 않아 못 사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건물은 보통 맨션이라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타워 맨션은 부자들이 사는 고층 건물의 이미지고요.
제가 살았던 곳은 주차장 부지에 지어진 11층 짜리 신축 맨션입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베란다에 창이 없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가슴과 허리 높이에 접고 펼 수 있는 플라스틱 구조물이 있는데요. 빨래 건조봉을 걸 수 있는 장치입니다. 양 쪽을 펼친 후 구멍에 봉을 걸거나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널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계속 고정해서 써도 되고, 쓰지 않을 때에는 접어도 됩니다.
새 집에 이사를 가면 빨래봉도, 빨래줄도 없기 때문에 새로 사야 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멀쩡한 빨래봉을 버릴 수밖에 없어서 아까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퇴거할 때에는 당연히 원상복구를 해놓아야 합니다. 스티커로 된 녀석인데 벽지에 붙인 건 잘 떨어졌습니다. 벽지가 그냥 종이로 된 게 아닌데다 우둘투둘하게 생겨서 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수납함에 붙여놓은 건 안 떨어지더라고요. 억지로 떼어내다 망가질 것 같아 그냥 뒀는데 퇴거할 때 건물 관리 회사에서 나온 분이 그걸 보고는 3,000円을 내라 하시더군요.
일본으로 떠나기 전, 같이 운동했던 누나들과 밥 먹고 나서 차를 한 잔 마셨는데 거기에서 본 게 마리아쥬 프레르. 맘에 쏙 들었기에 사진을 찍어두고 같은 걸 사려고 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차를 많이 마시니까 백화점 지하에서 금방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못 찾았습니다. 이 때에는 일본에 막 도착해서 어리버리할 때였으니까 못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프 라인에서 사지 못해 아마존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종종 마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통해 술을 팔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예 막아놨다가 최근에 국산주만 풀어줬지요. 그래서 과실주 같은 건 인터넷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맥주나 소주는 아직도 불가능합니다. 일본은 인터넷으로 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신용 카드로 인증을 했던 것 같은데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습니다. 한 달에 500㎖ 스물네 캔이 든 상자 두 개씩 꼬박꼬박 주문해서 냉장고에서 술 떨어지는 날이 없었습니다. ㅋ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남쪽에 있습니다. 세레소의 연고지이고요. 감바는 오사카 북부를 연고지로 하고 있습니다. 2018년의 세레소에는 윤정환 감독, 김진현 선수가 있었지요. 북패에서 뛰었던 오스마르 선수도 있었고요. 감바에는 오재석 선수가 붙박이 주전이었고 황의조 선수도 있었습니다.
두 팀 모두 오사카를 연고로 하기 때문에 더비가 있는 날이면 엄청난 열기에 휩싸입니다. 경기장이 꽉 찹니다. 이 날 경기는 감바가 이겼는데 관중석에서 태극기 여러 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도서관은 책을 보는 장소라기보다는(대부분 빌려서 집으로 가지고 가니까) 공부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일본은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 공부하는 장소가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공부하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저기만 그런 게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일본에 있는 동안 갔던 모든 도서관이 다 그랬습니다. 책을 빌릴 수 있는 공간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약간 마련되어 있는데 다들 거기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봤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주는 걸 굉장히 꺼려하는 일본이니까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의 도서관보다 소음에 관대했습니다. 신문 넘기는 소리는 물론이고 반복적으로 내는 소리에도 뭐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제가 살았던 맨션은 냉난방기가 부착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히터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가스는 음식을 해먹을 때와 씻을 때에만 사용을 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야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욕조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어디에 쓰라고 이런 걸 만든 거야?'라 생각했지만 뜨거운 물을 채우고 반식욕을 하니 참 좋더라고요. 욕조 있는 집의 매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8년에 소주 한 병이 1,000円이었습니다. 환율이 1,000원을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10,000원이 넘는 수준이지요.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기본 안주 같은 게 없습니다. 소주 한 병과 잔만 딱 갖다 주고 아~ 무 것도 안 줍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깡소주를 마셔야 합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김치찌개만 시켜서 소주를 두 병 마셨습니다. 한 병만 마시고 나가려 했는데 일본 처자 세 명이 들어오더라고요. '진짜 한국인의 한국어를 들려주마!' 따위의 한심한 생각이 들어 괜히 여기저기 전화하고, 소주 한 병 더 시켜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장님이 서비스라고 준 게 8절 김 한 봉지. 일본에서 먹는 한국 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교해 더 달고 많이 비쌉니다. 어디를 가도 그랬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계속 업데이트 합니다.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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