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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 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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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눈이 반짝! 떠져 시계를 보니 세 시가 조금 넘었다. 30년 넘게 이 시각에 일어난다. 지독하다, 진짜. 한 시간 정도만 빈둥거리다가 더 잘 생각이었는데, 어찌 하다보니 그대로 해뜰 때까지 손전화를 붙잡고 시간을 보내게 됐다. 계속 누워서 손전화 쳐다보고 있느니 컴퓨터 앞으로 가자 싶어 몸을 일으켰다. 『 뱀파이어 서바이벌 』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보내다가... 보내다가...


글 쓰면서 '뱀'파이어인지 '벰'파이어인지 알아보겠답시고 네일베에 검색했다가 갑자기 '딱~ 한 판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스팀 실행 → 게임 실행... 두 시간이 날아갔다. 😱   도트 그래픽의 그저 그런 3류 게임 같지? 한 번 시작하면 놓을 수가 없다. ㄷㄷㄷ


아홉 시가 지나 근처 우편물 취급소에 가서 고모께 드릴 홍삼을 부쳤다. 원래 7일에 보냈어야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보낸 것. 집에 와서 대충 짐을 싼 뒤 열 시가 넘어서야 길을 나섰다.

 

버스보다 전철을 선호하는지라 고민하지 않고 전철 역으로 향했다. 출발 역이라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손전화 를 쳐다보며 빈둥거리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엉덩이를 들이미는 아주머니 한 분. 이제는 한 자리씩 비워두고 앉는 것도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아주머니의 풍채가 그리 부~ 해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1인분 이상이신지라 엄청난 압박감으로 밀어붙인다. 어떻게든 신체 접촉은 피하고 싶다보니 결국 기둥에 붙은 쭈그리 신세가 됐다. 아오~

 

 

 

내릴 때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는데 할줌마가 옆에 와서 멈춰 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못 이긴 척 일어나 자리를 내어 드렸다. 괜찮다고 사양하시던데 이어폰 때문에 들리지도 않아서 괜찮다고 손사례 치고는 문 앞에 서 있다가 환승역에서 내렸다.

 

며칠 전에 와봤던 덕분에 갈아타는 길이 눈에 익다. 아침부터 종종거리고 걸어다닌 덕분에 꽤 더웠는데 2호선보다 에어컨이 빵빵한 1호선 덕분에 금방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어찌 하다보니 맨~ 앞 칸에 타게 됐는데 혹시라도 뒤로 멘 가방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잽싸게 앞으로 돌려 멨다. 벽 쪽에 바~ 짝 붙어 서 있는데 영감 하나가 오더니 가방을 툭~ 친다. 가방이 신기해서 뭐라고 한 마디 던질 요량으로 건드린건가 싶어 무시했더니 또 친다. 누가 봐도 일부러 치는 거다. 고개를 들어 쳐다봤더니 자기 내리는데 거슬린다고 손으로 미는 거였다. 허...   어이가 없더라. 최대한 벽 쪽에 붙었고, 혹시나 사람들한테 걸리적거릴까 싶어 가방을 몸 쪽으로 당겨 안고 있었던데다 내부가 그리 혼잡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내리는 데 전혀 방해가 안 되는데 왜 저 질알인가 싶어 짜증이 확 나더라. 염병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하여튼 이 동네는 다른 동네에 비해 몰상식한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무슨 가방이기에 신기하다고 하냐 하신다면... 이렇게 생긴 가방입니다만... 😝   출처: https://blog.naver.com/hh3737/221968311016

 

 

플랫폼 가장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라서 두근두근. 마침 SRT가 들어오고 있었다.

 

ㅍㅌ 살 때에는 그나마 기차를 좀 타고 다녔는데, 유학 갔다 와서 ㅇㅇ 살면서는 한 번도 안 탄 것 같다. 오랜만에 본다.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할 게 없다. 타야 할 열차가 멈추는 곳 근처에 가서 블로그에 몇 명이나 왔다 보고 있었다. '프리플로우'로 검색해서 들어온 게 몇 건 되기에 내가 썼던 글을 읽고 있는데... 딱! 그 타이밍에! 프리플로우에서 메일이 왔다. 이벤트 당첨됐다고.

 

 

 

1등을 기대했지만 역시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2등이 어디냐. 웃음이 실실 새어나오는 걸 애써 참으며 도착한 열차에 올랐다. 다리를 살~ 짝 벌리고 앉은 뒤 사이에 가방을 뒀다. 노트북을 꺼내서 블로그에 올릴 내용을 대충 써두고 디즈니+에서 『 미즈 마블 』을 봤다. 『 문 나이트 』가 오질라게 재미 없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똥망은 피한 것 같다.

모처럼의 기차 여행인데 노트북이나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창 밖을 보다가, 20분만에 10%가 날아가버린 배터리를 보면서 피 같은 배터리를 소중히 해야겠다 싶어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 잠이 온다. 새벽에 잠을 설친 탓인 모양이다. 졸다가, 화면을 보다가, 졸다가, 화면을 보다가,... 그러는 사이 서울에 도착했다.

일기 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는데 집에서 나갈 때 바깥을 보니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 역에 진입할 때 바닥을 보니 젖어 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우산을 쓴 채였고.

 

 

 

플랫폼에서 나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라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병목 현상이 엄청나서 당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잠시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좀 더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 여유롭게 나가려고 했는데 멍 때리는 동안 다른 열차가 도착해서 사람들을 쏟아낸다. 밑도 끝도 없겠다 싶어 약간의 인파를 헤치고 계단을 올라 서울 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이지만 익숙하다. 밖으로 나가 전철을 타러 갔다. 마침 급행 열차가 대기 중이었고 빈 자리가 있기에 손전화를 쳐다 보면서 여유롭게 ○○ 역까지 갈 수 있었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순대국밥 가게로 들어갔는데 약 20분 뒤에 브레이크 타임이란다. "아..." 하고 나가려는데 "금방 드시잖아요?"라면서 앉으란다. "빨리 먹고 갈게요." 하고 자리를 잡았다.

밥 먹고 있는데 영감탱이 하나가 들어온다. 일하시는 분이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니까 버럭! 화를 내고 나간다. 미친 놈인가봉가. 가게에서 정한 쉬는 시간인데 왜 질알인 거야? 저런 자원낭비 살껍데기 따위가 걸핏하면 나이 들먹이며 대접 받으려 들지. 쯧.

 

 

고모 댁에 도착. 오랜만에 뵙는 고모는 건강해보였다. 다행이다. 바로 가방을 던져놓은 뒤 가지고 간 새 손전화를 꺼냈다. 고모가 쓰고 있는 손전화는 유학 가기 전에 급하게 산 LG 제품. 모델명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싸서 산 거였다. 날마다 충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푸념을 하시는데 LG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가니 배터리 수명이 80% 이상이라 교체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들었더랬다. 막상 바꿔드리겠다고 하면 돈 쓰지 말라 하시면서 손전화 오래 썼다, 매일 충전해야 한다,... 이래저래 불만이 많은 것 같아 보여 이번에 바꿔드리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산 자급제 A23을 꺼내서 보여드리고, 스마트 스위치 앱을 이용해서 전화번호와 사진 따위를 옮겼다. 예전 같으면 한~ 참을 붙잡고 있어야 할 일인데 쉽게 끝났다. 좋은 세상이고만, 참말로.

 

 

 

그 성능에 실망해서 얼마 쓰지 않고 봉인해버린 갤럭시 핏 2도 고모 손목에 채워드렸다. 몇 걸음 걸었는지 기록하는 것과 수면 시간 기록하는 것 정도만 제대로 해줘도 다행인데 손전화와 연결하고 나니 전화나 문자 오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 새 손전화에 익숙해지시는 동안 조립식 행거를 조립해 상자에 넣은 채 방치하고 있었던 옷들을 걸었다. '가지고 가서 입을까?' 싶은 옷도 있고 '용케 이런 옷을 입고 다녔네...' 싶은 옷도 있었다. 옷걸이는 넘쳐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ㅇㅅ 사는 친척 누나가 갑자기 오겠단다. 그 전에 연락이 없었는데 내가 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갑자기 기차 타고 온다 했단다. 애들 다 키워놓고 나니 내키는대로 사는 아줌마다. ㅋㅋㅋ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누나가 도착할 시간이 되었기에 마중을 나갔다. 먹을 것을 사들고 와서 맥주나 한 잔 할까 했지. 그런데 누나랑 같이 걸어오는데 바닥에 시계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 응? 난 못 봤는데?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정말로 바닥에 시계가 하나 놓여 있다. 스트랩과 본체가 모두 어두운 색이라 잘 안 보였는데 그걸 어떻게 봤는지. 눈도 좋네.

돌아가서 주웠다. 누나가 자기 달란다.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주인 찾아줘야지 무슨 소리 하냐고 잔소리를 했다. 그냥 자기가 주울 걸 그랬다며 후회하더라. 그러면 안 된다고, 나보다 열 살 많은 누나를 타일렀다. ㅋ

 

근처 닭 집에 가서 양념 치킨을 하나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연락할 방법을 찾아봤다. 애플 워치는 써본 적이 없어서 당최 모르겠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볼 수 있긴 한데 타이프하려고 키보드 모양을 누르면 손전화로 입력하라고 뜬다. 10분 가까이 헤매다가 아이클라우드 주소를 발견해서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읽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환경 설정으로 들어가 연락처를 기웃거리다가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바로 전화를 해서 ○○○氏 되시냐고 하니까 누구시냐고 되묻더라. 시계를 주워서 연락했다고 했는데 리액션이 밍숭맹숭하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어디어디에서 주웠는데 지금 찾으러 오겠느냐 →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 바로 갈 수 없을 것 같다 → 못 온다면 어디 맡겨 놓겠다 → 내일은 어디에 있느냐 → 지방에서 일 때문에 잠깐 들린 거라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 그럼 조금 있다 다시 전화하겠다, 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닭을 받아들고 돌아가는데 전화가 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단다. 그래서 어디로 오라 알려주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집에 도착해 양념 치킨의 봉인을 풀어헤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도착했단다.

시계를 들고 호다닥 나갔더니 차 한 대가 다가온다. 시계를 잃어버린 처자는 고등학생이 아닐까 싶은 처자였고, 운전해서 오신 분은 어머니로 추정. 시계를 건네 드리니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말도 못했다며 커피 음료를 주기에 감사하다 인사하고 받았다.

 

착한 일 했다는 생각도 있지만, 실은 이게 당연한 거다. 얼마짜리 물건인지 관계없이, 내 것이 아니면 손 대지 않는, 당연히 주인 찾아주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거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배운대로 산다.

 

 

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고모는 옛날 사람인지라, 한 때 유행했던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 같은 사람인지라, 내가 생각할 때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말을 종종 하신다. 어쩌겠어, 그런 세상에서 살아오면서 가치관이 만들어지신 분인 걸. 다만... 가정 파탄의 책임이 아빠에게 있음이 명백한데 자꾸 엄마 탓 하니까, 자기 동생이라 편 드는 거라 이해되면서도 가만히 듣고 있을 수는 없더라. 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돈이 문제다. 먹고 살만큼 가졌으면 더 욕심내지 않아도 좋으련만, 기를 쓰고 더 가지려 하니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간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얼마 안 마셨는데 취했다.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으로 『 1박 2일 』 켜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문이 삐익~ 열리더니 밥 먹으라 하신다. 난 입이 짧기도 하거니와 고모가 해주는 음식은 입에 안 맞아서 그닥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밥 타령을 하지만 난 사먹는 게 훨씬 맛있다. 안 먹는다고 하니까 모처럼 고모 집에 와서 한 끼도 안 먹는다며 짜증을 내신다. 뭐... 어쩔 수 없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국민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가르쳐왔다. ㅋ

 

화장실에 갔다가 샤워를 하려 했는데 역시 불편해서, 세수하고 면도만 대충 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짐을 싸고 있는데 고모가 들어와서는 봉투를 내민다. 돈 많다고, 필요 없다고 했는데 자꾸 마음이 안 좋다면서 돈을 주려 하신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수도 없었는데, 머리 굵어지고 나서는 안 받았더랬다. 여러 번 사양했더니 억지로 가방에 쑤셔 넣기에  받은 돈 + 10만 원을 계좌로 부쳤더니 그 다음부터는 돈 주려 하다가도 내가 계좌로 부친다고 하면 포기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강하다. 안 받으려면 다음부터 오지 말라 하신다. 😰

아무래도 손전화 산다고 돈 쓴 게 맘에 걸리시는 게지. 못 이기는 척 받았다.

 

고모와 누나는 남산 타워 보러 간다고 하더라. 나는 먼저 가보겠다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슬렁슬렁 걸어서 ○○ 역에 도착. 전철을 타고 가다가 금방 내렸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시계 찾아주고 받은 음료를 마시고 나서 3호선 타는 곳으로 이동. 맨 앞 쪽으로 가서 탔더니 자전거를 싣는 공간이더라. 휴일에만 싣게 되어 있어서 평일은 그저 텅 비어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손전화 쳐다보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서울 땅덩이가 하도 넓다보니, 시골스러운 곳도 등장하기 마련. ㅋ

 

밀리의 서재 해킹 당했다기에 궁시렁거렸는데... 안 털렸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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