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은 경상북도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 인구는 2022년 07월 기준으로 55,671명이다. 경상북도에 속해 있지만 바로 윗 동네가 충북 단양인지라 한반도 남쪽의 중간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 『 1박 2일 』 시즌 1에서 회룡포를 방문해서 촬영한 적이 있고 드라마 『 가을동화 』에 뿅뿅다리가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에 안동에 다녀오다가 들린 적이 있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954
얼마 전부터 회룡포에 가보고 싶다, 뿅뿅다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에 여름이 가기 전에 다녀오긴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최근 계약직 신입 사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던지라, 가슴에 쌓인 화도 풀 겸 열 시가 넘어서야 느지막히 출발했다.
2차로 고속도로의 1차로를 막고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정체였다. 1차로에서 한 대가 끼어들고, 2차로에서 한 대 가고, 또 1차로에서 한 대가 끼어들고, 2차로에서 한 대 가고,... 이렇게 되면 정체가 좀 덜할텐데 저런 일은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다. 차례로 번갈아가면서 가면 될 것을, 기를 쓰고 앞 차에 붙어가려는 사람들이 여럿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2차로 하나만 사용하게 되니까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대형 차량 뒤에 있는 차들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도로 위의 차들이 죄다 속도를 낼 수 없게 되는 거다.
'평일 낮에 공사하고 질알이야...'라고 궁시렁거렸는데 생각해보니 주말보다는 평일에 공사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주말에 차량이 더 많아지니까. 게다가 밤에 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작업자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못된 것이었다. 평일 낮이 가장 공사하기에 적합한 시간인 거다.
용문사
나중에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기 전에 화장실을 둘러 봤는데 모기향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산 속에 있다보니 모기가 극성인 모양. 소변기는 손으로 버튼을 눌러 물을 내리는 녀석이었고 청결 상태는 그냥저냥 정도.
윤장대는 내부에 불경을 넣고 돌리게끔 만든 구조물이다. 불경은 일반인이 읽기에 많이 어려운데다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 사람도 많았던 시기가 있었던지라, 안에 불경을 넣고 돌리면 불경을 한 번 읽은 셈이 된다고 만들어 놓은 거다. 실제로 돌아가는 모양인데 국보로 지정된 문화 유산인 만큼 돌리지 말라고 써놨다. 돌리려면 관리 사무소로 연락하라고 써놨던데, 연락해서 허락 받으면 돌려볼 수 있는 건가? 🤔 아무튼, 보통은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찍는 건 문제 없다고 하기 마련인데 아무 설명 없이 사진·비디오 촬영 금지라고 써놔서,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도 보지 않고 있지만 사진은 찍지 않았다. 하지만 못내 아쉬워서 멀찌감치에서 건물 전체를 찍었다.
실제로 천 개가 넘는 불상이 놓여져 있다고 한다. 교토의 산쥬산겐도(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096)와 비슷한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느낌은 아예 달랐다.
200m 위에 문효 세자 태실이 있다기에, 문효 세자가 뉘신지도 모른채 모처럼 왔으니 가보자는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여름치고는 그럭저럭 시원한 날씨였지만 산길을 오르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라? 이건 아닌데... 뭔가 본격적으로 등산하게 되는 미래가 예상되었다. 호젓하다 못해 살짝 섬뜩한 느낌까지 드는지라 결국 옆 길로 빠져 돌아나가려는데,
종교가 없기도 하거니와 돈독이 오른 개신교는 혐오하는 수준이다. 불교라고 딱히 다른가 하면, 어느 절을 가도 불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기와 한 장에 만 원씩 받고 여기저기에서 돈 달라고 징징거리고 있어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절은 대부분 경치 좋은 산에 자리잡고 있으니 여행을 가면 겸사겸사 둘러보는 거지.
딱 그 정도 수준이니까, 아는 게 없으니까, 절 건물이 가진 가치라던가 불상, 불화 등의 의미 같은 걸 모른다. 그러니 절에 가도 뭔가 배우거나 느끼는 게 별로 없다. 그저 경치 구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게지.
'용문사 템플 스테이'로 검색하면 대부분 양평에 있는 용문사에 대해 나온다. 예천 용문사에서 머물렀던 분들이 쓴 글은 대부분 2019, 2020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전화로 문의해야 하는 모양이다.
초간정
주차장도 넓고 깔끔한 건물도 여러 채 보이긴 하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인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뒤로 살짝 돌아가봤지만 출렁다리는 보이지 않았고. 다시 차에 올라 몇 백 m 떨어진 초간정 주차장으로 향했다.
드론 띄울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보니 관제권에서 살~ 짝 벗어나 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기에 가방에서 주섬주섬 드론을 꺼내 바깥으로 날려 보냈다.
좀 더 느긋하게 촬영하고 싶은데 사전 촬영 허가를 받지도 않았을 뿐더러, 코 앞에서 말벌 두 마리가 요란하게 붕붕거리고 있어서 겁이 났다. 드론을 착륙시킨 뒤 짐을 쌌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잠시 여유를 부리다가 슬슬 움직여야겠다 싶어 일어섰다.
뿅뿅다리
뿅뿅다리는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다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날이 좀 선선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쌀쌀하게 느낄 정도의 날씨가 되면 스텔스 차박을 가볼까 싶은데 그 후보지 중 한 곳이 여기였다. 주차장과 화장실 상태를 좀 볼까 싶어 미리 가본 것이었다.
주차장은 넓고, 화장실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에 가게도 있어서 직접 요리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어 딱이지 않을까 싶더라. 9월은 아직 더울 것 같고, 10월 쯤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
물이 제법 불어난 지금도 다리와 물은 약간의 간격이 있는 편이지만 물이 더 불어나면 다리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게 된다. 그 때 다리를 건너게 되면 사람의 체중 때문에 다리가 살짝 아래로 처지게 되는데 그 때 저 구멍 사이로 물이 조금씩 솟아 오르는 거다. 어떤 기자가 이걸 보고 마을 주민에게 다리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퐁퐁다리라고 한 것을 잘못 들어 뿅뿅다리가 되었단다. 사투리를 잘못 들었다는 식으로 설명해놨던데 누가 들어도 뽕 또는 뿅으로 들렸을 게다. 경상도 사람이 퐁퐁 다리라고 했을 리가 없다. ㅋ
평소보다 수량은 많고 유속은 빠르며 물은 탁한 편. 다리 끝 부분은 종아리 만큼도 오지 않을 정도로 얕지만 가운데 부분으로 가니 속이 안 보일 정도로 깊어졌다. 뭐, 그래봐야 1m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내비게이션에 뿅뿅다리 쉼터나 주차장으로 검색을 해서 도착하게 되는 쪽 말고, 다리를 건넌 쪽으로 가면 모래톱이 제법 넓게 펼쳐져 있다. 텐트 치기 딱 좋은 곳이라서 캠핑하기 좋겠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갈 때마다 가족 단위로 캠핑 온 사람들이 한 팀 정도는 있더라. 나는 귀찮은 게 싫어서 텐트 치고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싶지만, 혹시라도 캠핑한다면 여기가 딱이다 싶긴 했다.
삼강주막
원래는 회룡포 전망대를 거쳐 장안사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드론을 띄울 수 없으니 회룡포 전망대에 가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더라.
아! 쓴다고 해놓고 깜빡했는데, 가는 내내 전투기가 비행 중이었다. F-4 같아 보이던데 멀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구형기다. 한 바퀴 크게 선회해서 착륙하는데 굉장히 가까이 지나기에 내려서 찍어볼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뿅뿅다리 쪽을 가는데 바로 코 앞에서 고도 낮추며 내려오더라. 한적한 길이라 길가에 차 세워놓고 찍으면 조종사 헬맷까지 나올 정도로 가까웠다.
착륙하는 전투기를 보고 나니 여기에서는 드론 못 띄우겠고나 싶더라. 아니나 다를까, 뿅뿅다리에서 확인해보니 관제권이었다. 드론은 날릴 수 없다. 뿅뿅다리 건너는 거, 회룡포 전망대에서 360도 돌면서, 영상으로 남겨 놓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하지 말라면 안 해야지.
그렇게 드론 촬영을 포기하니 회룡포 전망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다 싶었고, 장안사도 딱히 뭘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없었던지라 안 가도 그만이다 싶더라. 삼강 주막이 근처에 있었기에 거기에 갔다가 돌아가자고 마음 먹었다.
영업 중인 가게는 두 곳. 한 곳은 팥빙수를 파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주막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방문객 연령대는 상당히 높은 편. 할아저씨, 할아줌마가 왁자지껄 떠드는 분위기였다.
삼강 주막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쳤다. 선몽대와 석송령은 다음에 가봐야지. 10월에는 차박하러 뿅뿅다리에도 다녀오고. 뭐, 갈아입을 옷 챙겨가서 물에 들어갔다 나오려면 9월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지만... 나한테는 더울 거야, 틀림없이.
여기저기에 수로로 추정되는 시설이 보이는 게 특이했다. 한적하고 깔끔하고. 몸만 아프지 않다면 은퇴한 뒤 여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은 시골 집이라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갖춰지려면 환갑이 넘어야 할텐데, 그 때가 되면 삐걱삐걱 고장나기 시작할텐데, 시골에 살면 아무래도 큰 병원이 없는 곳에서는 살기 어렵겠지.
아무튼, 오랜만에 멋진 풍경 봐서 스트레스가 좀 풀린 것 같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또 스트레스가 잔뜩 쌓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 여행도 다니고 하는 거니까. 두 번째 예천 여행은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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