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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9월 08일 목요일 맑음 (무능력자/분노 유발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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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낮 근무는 태풍 때문에 열 시까지 출근했더랬다. 두 시간 반 늦게 출근하라 하니 알람 안 맞추고 잘 수 있어서 참 행복했는데. 오늘은 당연히 평소와 똑같이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이 몹시 고프다.

 

 


 

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분이 계시다. 그냥 딱 봐도 나보다 한~ 참 선배님인데 일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저렇게 답답할 수 있나 싶다. 소위 말하는, 일머리가 1도 없는 사람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상당히 긴 편이니까 사람들이 어지간하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를 못한다. 눈치를 보다가 어렵게 말하거나 그냥 알아서 하는 거다. 가뜩이나 업무 능력이 바닥인데 일을 하다 말다 하게 되니 퇴화되기 딱 좋은 환경인 거다. 나 같은 경우는 ㅇㅇ에서 행정 업무를 정말 잘했던 분과 같이 일했기 때문에 더욱 더 비교가 된다.

최소한의 업무도 안 되는 사람, 즉 월급 도둑은 대놓고 무시하는지라 나도 모르게 그 선배를 무시했던 것 같다. 짜증스러운 태도가 얼굴과 행동에 다 드러나니까 그 선배도 무시 당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그 분의 입사 년도를 봤는데 1993년이더라. 1993년이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갔던 때. 정말, 한~ 참 선배인 거다. 좀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어이없는 꼰대 드립을 날려도 하하하 웃어주면서 적당히 맞춰줘야겠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 먹은 날, 이번 달에 나올 거라는 수당이 안 나온 걸 알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이번 달까지, 8개월이 밀린 상태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니까 언제 나오더라도 나오겠지만, 행정 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못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화가 난다. 엄청 짜증스럽다.

돈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저 답답한 양반 때문이다. 급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애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지라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거다. 신청했냐고 물어보면 했다고 하면서 결국 밀리고, 밀리고, 밀리고. 왜 안 나오냐고 하면 어버버~ 하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ㅽ

잘해주긴 개뿔. 그냥 계속 면전에서 인상 쓰고 무시하며 살아야겠다. 잘~ 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기본만 딱 해주면 되는데, 자기한테 주어진 기본 업무조차 안 된다. 하아... 월급 도둑놈들, 진짜...

 


 

Excel로 프로그램을 워낙 잘 짜놔서 업무가 정말 수월하다. 딱히 할 게 없다. 가뜩이나 업무에 열심이고 싶은 의욕도 없는데 마우스 클릭 몇 번만 하면 업무가 다 되는 환경이니 자꾸 퍼지게 된다. 그렇게 편하디 편한 환경인데도 문제가 생긴다. 신입 계약직 애들이 들어오고 나서 부쩍 그렇다. Excel을 제대로 못 쓰니까 버벅거리는 것도 있지만,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일단 저질러 놓고 문제가 생기면 죄송합니다로 빠져나가려 든다. 특히나 세 명 중 한 명이 유난히 그런다. 그동안은 그 녀석을 잘 피해왔는데 하필 오늘, 같이 근무를 하게 됐다.

아침부터 멍청한 소리를 해서 속을 뒤집어 놓더라니, 기초 중의 기초에 대한 것도 몰라서 물어보고 있다. 근무한 지가 벌써 몇 달인데. 저 바보 녀석 때문에 계약직 선배들은 혹시라도 사고칠까 전전긍긍. 조금만 웃으면서 농담하면 맞먹으려 드는지라 일부러 업무 외의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다. 바짝 정신 차리고 근무해야 할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또 일을 저질렀다.

불과 2주 전에 저질렀던 꼴통 짓을 고스란히 반복한 거다. 저녁 근무 들어갔더니 낮에 말 같잖은 실수를 저질러놓고 퇴근했더라고. 당최 이해할 수 없어서 퇴근한 애를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틀린지도 모르고 있다가 아... 아... 만 반복한다. 예전 같으면 엄청 화를 냈을텐데, 나도 이제는 제법 말랑말랑해졌으니까, 천천히 틀린 부분과 주의해야 할 부분을 알려주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그 때의 실수를 또 한 거다.

속에서 욱! 욱! 올라오는데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안 되니까 꾹~ 눌러 참았다. 일단 자리를 비우고 옆으로 비키라고 했다. 그리고 선배들한테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하는데 됐으니까 비키라 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지나자 옆으로 스윽~ 다가오더니 정신 차리고 근무하겠다고,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그래.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는 낫다. 못 이긴 척 하고 다시 근무하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못 미덥다. 쟤랑은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다. 기본 근무가 안 되는데 남들 하는 건 다 하려 드니 엄청 얄밉다.

 


 

바로 근처에 인사도 제대로 안 하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꼰대가 있다. 말하는 스타일도 그렇고,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꼴 보기 싫다. 인사를 해도 눈도 안 마주치고 무시하기에 그 때부터는 바로 코 앞에서 눈이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한다. 그랬더니 인사 안 한다고 뒤에서 까고 다니는 모양이다. 게다가 내일 모레 환갑 되는 양반이 'ㅈ나게'를 비롯해 주둥이 놀림이 굉장히 저렴하다. 진짜 싫다.

 

저 양반 뿐만 아니라, 그냥 이 동네 자체가 정이 안 간다. 살고 있는 곳은 그럭저럭 맘에 든다. 대학가라서 젊은 사람들도 많고. 하지만 회사가 싫다. 꼴도 보기 싫다. 진짜, 먹고 살려고 참고 다닌다. ㅽ

 


 

추석 연휴의 여파인지 퇴근 길이 굉장히 막혔다. 막힐 시간이 아닌데 막히니까 더 짜증스럽더라. 그 와중에 세월아~ 네월아~ 길 막고 가는 머저리 때문에 화가 났다.

옷을 갈아입고 운동하러 갔다. 날이 선선해지니 에어컨을 켜지 않고 문을 열어 놨더라. 그 덕분에 평소보다 땀을 더 흘렸다. 개학하고 나니 대학생들이 운동하러 많이 오는 듯 하다. 대부분 근력 운동을 한다. 울퉁불퉁한 몸을 바라는 모양이다. 유산소는 거의 안 하는 듯. 오늘도 트래드 밀 라인을 독점한 채 한 시간을 걷고 뛰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에는 하루에 3㎞가 목표였는데 시나브로 늘어나 지금은 6㎞를 채우려 한다. 다른 건 안 하고 오직 걷고 뛰는 것만.

운동 덕분에 혈압이 떨어져서 고혈압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다행이긴 한데 발바닥과 발목이 너덜너덜해지는 게 느껴진다. 나이 먹으니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운동하고 파스 붙이고, 운동하고 파스 붙이고.

몸무게는 68㎏ 밑으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좀 덜 먹고 빡쌔게 뛰면 67㎏대로 내려가긴 하는데 더는 안 빠진다. 먹는 걸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될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먹고 싶은 건 먹으면서 살고 싶다. 밤 늦게 뭐 안 먹고 배달 음식 덜 먹으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데.

 

운동을 마치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항상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오늘 만큼은 사먹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전부터 가겠다고 다짐했던 일본식 카레 가게에 도착.

 

 

음식이 나왔는데... 아... 아니야... 이 맛이 아닌데... 일본의 코코이치방야에서 먹었던 카레 맛이 아니다. 캡사이신 퍼부어 매운 맛을 내는 한국식 카레 맛은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일본의 카레 맛도 아니다. 뭐지? 추억 보정된 건가? 이쯤 되니 대체 일본의 카레 맛이 뭔지 당최 모를 지경이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가 미심쩍다.

 

밥 먹으면서 ㄱㅅ 도서관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봤더니 22시까지다. 밥 먹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난 지원금 받은 걸로 밥 값을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빌리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도 안 읽은 상태니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으면 그걸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도서관에 가는 건 포기.

 


 

내일은 쉬는 날이지만 집에만 있을 생각이다. 명절 연휴인지라 어디 돌아다니면 스트레스 받는다. 모레부터는 또 돈 벌러 가야 하는데 명절 연휴인지라 무두절이다. 여유롭게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딱히 한 게 없는데 엄~ 청 피곤하다. 일찍... 이라고 하기에는 곧 자정이지만. 슬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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