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이틀을 쉴 수 있다는 게 참으로 큰 벼슬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매 주 돌아오는 주말일 뿐이니까 특별할 게 없는 일인데, 그 특별할 게 없는 것이 부러운 환경이다.
낮 근무를 마치는 시간이 17시 30분. 다음 날 저녁 근무 시작 시간이 17시 30분. 스물네 시간의 여유가 있는 거지. 그런데 퇴근하느라 시간 까먹고, 출근 준비한다고 시간 까먹고, 이거 한다고 뭐, 저거 한다고 뭐, 그러다보면 여유가 없다. 4일을 일하고 나면 하루 쉬는데 돈 벌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맘이 편하다가도 내일은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콱! 막혀온다. 그러면서 주말이 있는 평범한 환경이 부러워지는 거지.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면 내일이 일요일이니까 출근할 생각하며 답답해하지 않아도 될텐데...
이 동네는 꼰대가 설쳐대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지라, 내가 내 휴가 쓰는데도 길게 쓰면 눈치를 준다. 입으로는 휴가 쓰는 걸로 눈치 안 준다, 주면 안 된다 하면서 비번 껴서 한 일주일 쉰다 그러면 뒤에서 엄청 까댄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들 눈치 보느라 여름 휴가가 아니면 그렇게 휴가를 안 쓴 모양이더라. 난 눈치 따위 보는 사람이 아니니까, 가고 싶은대로 썼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만 괜찮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 그들이 그렇게 휴가 갈 때 나 역시 질알 안 하면 그만인 것이고. 그런데 그걸 뒤에서 그렇게 깠다더라. 내가 그렇게 시범(?)을 보이니까 나처럼 휴가 쓰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걸 가지고는 원래 안 그랬는데 내가 다 망쳐놨다고 꼴값을 떨었다나. 진짜, 가지가지한다.
올해 12월까지만 일하고 나가는 사람이 관리자랍시고 앉아 있는데 최근에 저 ××랑 휴가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내 휴가, 저 ×× 휴가가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바람에 2주일 내내 한 번을 못 보게 됐는데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저 ××한테 보안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거지. 그걸 마치 내 탓인 것처럼, 내가 내 고집만 내세우는 것처럼, 자기한테 맞추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쪼아댔고. 좀 더 되바라지게, 싸가지없게 쏴주지 못한 게 너무 억울하다.
아무튼. 두 달 뒤면 그만두고 나가 자연인이 될텐데, 그 때 깨닫게 되겠지. 조직이라는 뒷 배경이 없으면 그저 환갑 먹은 영감이 될 뿐이라는 것을.
우리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뒷 배경이 얼마나 큰지 자각하지 못한다. 본인의 능력이나 인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게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 뒤를 받치고 있어 거지 발싸개 같은 인성에도 사람 좋다 소리 듣고, 개나 소나 다 하는 일 밖에 못하는데도 능력 있다 소리 듣는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나처럼 한 번, 두 번 나갔다 온 사람들이 현실을 깨우치게 하고자 입 바른 소리를 하면 그게 그렇게 쓰게 들리는 모양이다. 내가 저들보다 한~ 참 어리고, 경력도 부족한데 성격이 ○○ 맞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면서 뒤에서 엄청 까댄다. 그러면서 저들이 참는단다. 참긴 개뿔이나. 쪼다 같은 것들이.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뭣 같은 직장에서 15년을 더 일해야 한다. 직장 생활하는 내내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도 있기 마련이고, 꼰대들 욕하고 있지만 내가 젊은 동료들에게 꼰대 취급 받을 날이 분명히 올 게다(이미 온지도 모르고). 그러니 직장에 대한 험담은 블로그에 쓰는 일기를 통해 가끔 하는 걸로 만족해야지. 그 정도가 딱 좋기도 하고.
5일에 한 번 찾아오는 휴일인데 하는 일이 없어도 순식간에 휙~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직장 험담으로 흘러갔네. 평소 같으면 휴일에 가까운 어디라도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한데, 오늘은 그냥 방에서 쉬기로 했다. 아침에 운동 다녀올까 했는데 눈 뜨자마자 라면 두 개를 때려 넣는 바람에 실패. 14시 전까지 등기 갖다 준다고 연락이 왔으니 그 때까지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우편물 받고 나면 근처 공원으로 가서 뜀박질해야겠다 싶었는데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침대 위에 널부러진 겨울 이불. 그렇다. 미뤄둔 이불 빨래를 해야 한다. 근처 빨래방에 가서 세탁기 돌리고, 건조기 돌리고 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두 시간은 걸릴테지. 노트북 들고 가서 여행 정보나 알아봐야겠다.
당장 내일 저녁에만 돈 벌러 다녀오면 4일을 내리 쉰다. 첫 날은 용궐산 가서 등산도 하고 잔도 사진도 찍을 계획이고, 둘째 날은 낙안 읍성에 가서 드론 촬영 정도만 계획해뒀다. 그 뒤로는 달리 계획이 없어서 그냥 내키는대로 갈까 했는데 여수에 가서 유람선 타고 불꽃놀이 보는 게 그렇게 좋았다네? 그래서 여수 쪽 여행 계획을 세워볼까 싶은데 아직까지 진행이 안 됐다. 아, 그러고보니 순창이랑 순천 쪽 담당 부대에 전화해서 드론 촬영한다고 얘기도 해야 하네. 할 일이 많다. 빨래방 다녀오면 해질 무렵이 될텐데 근처 공원이 무리다 싶으면 헬스장에 가서 뛰다 와야지.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이라 여름에는 창문을 닫아두고 지내는 게 너무 아까워서 비 오는 날이 아니면 대부분 활짝 열어두고 지냈다. 그랬더니 쉬는 날이면 낮 시간 내내 밝디 밝아서 당최 PS5에 손이 안 가더라고. 이제 좀 쌀쌀해졌으니 창문 닫고 암막 블라인드로 가렸다. 바~ 로 게임할 환경이 갖춰진다. ㅋㅋㅋ 우체부 아저씨 오기 전까지는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데이터 센터에 불나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고 이후, 블로그 방문자가 확~ 줄었다. 좀 덜 왔다 싶은 날에도 1,000명을 넘어갔는데 사고 이후로는 700~8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티스토리가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 중에서도 찬밥 of 찬밥인지라 제대로 복구가 되긴 된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얼마 못 가 팽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고. 이미 블로거닷컴에서 한 번 이사한 건데 또 이사 가야 하나?
일본어를 쓸 일이 없다보니 유학까지 가서 배운 걸 다 잊어버리고 있다.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고 싶은데 근무가 들쭉날쭉하니 학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거지. 그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온라인 강의가 있다. 온라인으로 공부하면 원할 때 들을 수 있잖아?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도 안 보는 마당에, 돈 내고 등록했다고 공부를 할까 싶기도 하다. 괜히 헛 돈 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꾸준히 하는 게 참 중요한데 나는 내 의지가 얼마나 약한지 아니까. 일단 유명한 사이트 들어가서 회화 공부하는 데 얼마나 드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매일 게으르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공부도, 운동도,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라 큰 결심이 필요하다. 뭐, 오늘은 하루종일 이렇게 뭔가 하는 것 같으면서도 하는 것 같지 않게 보낼 예정. 그러하다.
10월 24일이니까 1024 by UP
뭐, 나름대로 바빴다. 일기 쓰고 나서 쓰레기 봉투 정리해서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버리고, 홍삼 음료와 오메가 삼을 고모께 보냈다. 집에 와서 이불 싸들고 빨래방으로 가서 빨래, 건조. 기다리는 동안 일본 여행과 관련된 이런저런 검색하면서 전화도 하고. 집에 와서 빨래 널고 건조기 돌리고. 완료되지 않은 숙소 예약을 마무리해서 7박 8일의 여행 계획을 마무리.
사실 가장 급한 건 여수 일정이다. 순창 → 순천 → 여수 일정인데 여수 쪽 계획이 1도 안 잡혀 있다. 오늘 유람선에서 불꽃 놀이 보는 상품 정도는 예약하고 게스트하우스도 미리 잡으려 했는데 일본에서 묵을 숙소 알아본다고 손도 못 댔다. 맨 정신이면 어찌저찌 했을텐데 술 처마시는 바람에...
일단 오늘은 일찌감치 자고, 내일 운동 다녀와서 여수 일정 잡던가 해야겠다. 업무 교육 있으니 14시까지 들어오라고 연락이 왔던데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싶다. 그냥 내가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련다. 내가 젊었을 때 그렇게 욕했던 월급 도둑놈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날로 먹기를 즐기는 것들이 있으니 죄책감 따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저런 것들도 일 잘 한다 소리 듣고, 꼬박꼬박 승진하고, 힘든 척 하고 있는데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드니까.
22시가 다 되어 간다. 여행 관련 글 하나 올리고 일찌감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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