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 시간 넘게 배를 타고 포항에 도착, 배에서 내렸다.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서 가방을 실은 뒤 시동을 걸고 잠시 후 출발. 포항 여객선 터미널은 하루 주차비가 5,000원이다. 경차, 국가 유공자, 장애인 등은 50% 할인이 되고. 근처 영일대 해수욕장은 무료니까 거기 주차하라는 걸 팁이랍시고 소개하는 글도 꽤 있던데, 정작 영일대 해수욕장 앞에서는 여객선 터미널 이용자는 주차하지 말아 달라는 플랑 카드가 걸려 있다.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주차비 얼마나 한다고 그걸 아끼냐 싶어 그냥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거다.
입구에서 유공자증과 함께 10,000원 짜리 한 장을 건넸는데 앉아 있던 아저씨가 유공자증만 돌려주며 유족은 안 된단다. "유족은 안 된다고요?"라고 되물었더니 대답도 안 하고 다른 데 쳐다 보고 있다. "다른 공영 주차장은 다 되는데 왜 여기만 안 돼요?"라고 하니까 역시 대꾸도 없다. 규정도 모르면서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거다. 7H AH 77I 고만.
맘 같아서는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확인하라고, 나 그 돈 못 준다고 질알 염병 떨고 싶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뒤에 차들이 줄줄이 밀릴테니 그럴 수는 없었다. 짜증내며 15,000원을 다 냈다.
돈 받던 그 멍청한 ××는 그러고 끝날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쪼잔하기 짝이 없어서 절대로 그렇게 안 한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쉬는 날이었기에 시간이 많았다.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남겼다. 이러저러한데 무작정 안 된다며 돈 다 받아갔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항 지방 해양 수산청에서 여직원이 전화를 걸어 왔다. 죄송하다고, 자기들 잘못이라고. 그러면서 자기들이 연락을 해놓을테니 오후 두 시가 지나 ○○○-○○○○으로 전화해서 환불을 진행하라더라. 규정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퉁명스러웠다고 한 마디 했더니 하루에 상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더라. 하... 사람 상대하는 게 직업인데 사람 많이 상대한다고 퉁명스러운 게 당연하단다. 말이냐 방구냐. ㅽ
오후 두 시가 지나 전화할 생각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였다. 연락 받았다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더라. 영수증 받았냐고 묻기에 안 주더라 했더니 그러면 환불 받을 통장 사본, 차량 등록증, 유공자증을 보내달라고 한다. 영수증도 없으니 당연히 그래야겠지. CCTV 확인해서 차 나가는 거 확인하고 나서 환불해야겠지.
짜증이 왈칵! 나서, 잘못은 그 돈 받는 양반이 했는데 번거로운 일은 내가 해야 되는 거냐고 했더니 다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화내며 소리 지른 건 아니고 조곤조곤 착하게 말했다. 😑). 아니, 전화주신 분이 무슨 잘못을 하셨냐고, 돈 받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번거로우니까 그 돈 안 받고 말겠다 했다.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번호가 제대로 보호 받을 것 같지도 않았고.
포항 여객선 터미널이 생긴 게 언제인데, 지금까지 국가 유공자 유족증으로 할인 받으려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걸까? 말이 되나? 규정도 모르면서 확인도 안 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시건방 떨며 앉아 있던 꼰대 ××의 앞날에 불행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아무튼. 여행 다녀왔으니 팁이라면 팁일 수 있는 것들 몇 가지 적어본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쾌속선은 세 시간 반 정도가 필요합니다. 파도가 울릉도에서 포항 쪽으로 치는데도 10분 정도 더 걸리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날씨가 안 좋아도 시간이 더 걸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차와 큰 짐을 싣고 가는 대형 페리도 있는데 이건 배가 엄~ 청나게 큰만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포항 여객선 터미널 안에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에서 멀미약을 살 수 있습니다. 일곱 시가 넘어 문을 여는 것 같습니다.
여행객들의 연령대가 상. 당. 히. 높습니다. 아저씨, 아줌마보다 할저씨, 할줌마라고 하는 편이 맞다 싶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 연륜이 빛나는 중후함과 점잖음을 볼 수 있었음 좋으련만, 추한 꼴 밖에 못 봤습니다. 새치기는 기본이고 줄 서 있으면 미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사람을 툭툭 치며 이야기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댑니다. 볼 일 보고 물 안 내리고 그냥 가버리는 꼰대들도 여럿 봤고 기본적인 예의는 개나 줘버린 한심한 것들 투성입니다. 맞딱뜨리지 않으면 그만인데 패키지 여행을 하면 같이 움직여야 하니까 무조건 그 꼴을 보게 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울릉도의 최고 히트 상품은 멀미 약인 것 같습니다. 도동에 윤정 약국이라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도 추천하던데, 거기 2,000원 짜리 조제 멀미 약이 있습니다. 효과 끝내줍니다. 독도 갈 때에도, 울릉도에서 포항 올 때에도 멀미 1도 안 했습니다. 몇 개 더 사다 놓을 걸...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울릉도는 이동하는 게 꽤 불편합니다. 버스는 띄엄띄엄 배차되어 있고 택시도 몇 대 안 됩니다. 차를 빌리는 것도 꽤 비싸고요. 게다가 운전하기 좋은 환경도 아닙니다. 길이 이리저리 구부러진데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합니다. 부산에서 면허 딴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분에게는 차 빌려서 다니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길도 좁더라고요. 기름 값은 육지보다 400원 가까이 비쌉니다. 2022년 10월 18일에 휘발유가 2,069원이었습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가게가 여전히 있습니다. 일부이긴 합니다만. 현금이 없다고 하면 계좌 이체 해달라고 합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은 육지보다 비싸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맥주도 네 캔에 11,000원 했고요.
독도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 마른 오징어 등은 도동보다 저동에 많았습니다. 만약 자유 여행을 하게 된다면, 저는 도동보다는 저동에 숙소를 잡을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건 대략 이 정도네요. 생각나는대로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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