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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BOOK 』

칼에 지다(壬生義士伝)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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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라고 하면 '그게 누구야?'라고 할 사람도 『 철도원 』이나 『 파이란 』을 이야기하면 손바닥을 마주치며 안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 철도원 』, 『 파이란 』의 원작인 『 러브레터 』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 되시겠다. 오쿠다 히데오와 비슷한 분위기로 쭉쭉 읽히는 소설을 주로 썼고 작정하고 울리겠다는 각오로 쓴 게 뻔히 보이는 작품도 꽤 많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문예춘추'에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이 이 작품. 정식 소설가가 되기 전, 여기저기에 투고하던 시절에 600매 분량의 습작으로 쓴 것이 최초인데 20년 동안 다듬고 다듬어 네 배 분량인 2,400매 분량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180만 부의 판매량을 올렸다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첫 출판, 2009년 여름에 15쇄를 찍었다.


우리나라에는 『 칼에지다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원제는 『 壬生義士伝 』 으로 미부기시덴이라 읽는다. 미부(壬生)는 작품의 주인공인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속해있던 신선조를 뜻하는 별명이고, 기시(義士)는 의사 = 의로운 선비를 뜻한다. 덴(伝)은 전해지는 이야기를 말하고. 그대로 번역하면 '미부의 의로운 선비 이야기' 정도가 될텐데 이를 '칼에 지다'로 번역한 센스가 놀랍다.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며 눈물을 참은 것이 참 오랜만이었기에 정말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 몇 시간 동안 딴 짓 하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글솜씨가 정말 부럽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아사다 지로처럼 엄청난 글솜씨를 갖고 태어났으면 좋겠다.


주인공인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독백(19세기 중후반)과 그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이 신문 기자에게 늘어놓는 이야기(20세기 후반)가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다소 특이한 구성이다.


일본 동북부 지방의 하급 무사인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마을의 훈장 겸 검술 선생으로 존경 받고 있지만 연이은 기근으로 먹고 살기가 빠듯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 그렇잖아도 어려운데 아내가 셋째를 임신하자 이대로는 가족 모두 굶어죽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돈을 벌기 위해 번(행정 구역)을 벗어난다. 이 당시의 일본은 나고 자란 번을 함부로 벗어나는 것 자체가 큰 죄였던지라 범법자가 되는 것을 감안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칼 두 자루 허리에 차고 교토로 향한 것이다.

그렇게 눈에 밟히는 고향과 가족을 뒤로 한 채 교토에 도착해 신센구미에 몸을 담는다. 신센구미는 교토의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이면서 반대 세력을 잔인하게 진압해 악명 높은 조직. 수많은 살수들이 몸담고 있는 신센구미에서도 검술로 인정 받지만 버는 족족 고향의 가족에게 부치는 행동은 수전노, 돈에 눈이 먼 작자라는 오해를 산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868~1869년의 무진(=보신) 전쟁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 → https://ko.wikipedia.org/wiki/%EB%B3%B4%EC%8B%A0_%EC%A0%84%EC%9F%81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만 꽤나 복잡하니 나름대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본에는 천황이 있고 쇼군이 있습니다. 천황은 유럽의 교황에 비유되는, 정치적인 권한은 없지만 종교 또는 상징성 차원의 최상위 권력자입니다. 21세기의 영국 여왕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쇼군은 정치 권력을 쥐고 있는 사실 상의 통치자입니다. 쇼군을 비롯한 정치 세력을 막부라 부르고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한 이후 자식들에게 권력을 물려주어 도쿠가와 막부가 300년 간 이어졌습니다.

실질적인 권력은 쇼군이 잡고 있고, 천황은 빙다리 핫바지입니다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천황은 신으로 추앙 받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15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막부가 천황의 허가없이 외국과 불평등 조약을 체결합니다. 정치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던 이전의 천황들과 달리 고메이 천황은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정치 권력을 잡고자 했거든요. 이에 천황을 지지하는 세력, 막부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일본이 갈라집니다.

천황을 지지하는 세력은 도쿠가와 쇼군에게 권력을 천황에게 넘기고 꺼지라고 요구합니다. 쇼군 입장에서는 쿠데타였지요. 이에 토벌군을 조직해서 천황파를 물리치러 가지만 오히려 전투에서 지고 맙니다. 부랴부랴 권력을 천황에게 넘기겠다고 선언하지만 권력을 내놓을 맘은 전혀 없었습니다. 수하들과 자신을 지지하는 지방 세력을 독려하여 싸움에 나서라고 부추깁니다.

일본은 천황파와 막부파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게 되고 막부파가 전쟁에 지고 몰락하면서 신 정부가 태어나게 됩니다.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소설에서 만들어낸 인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존 인물이었다. 다만,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 부상을 입은 채 자신이 탈주한 번으로 돌아가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그 짧은 문장을 바탕으로 길고 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지금이야 남편과 부인이 같이 돈 벌고, 아이들은 알아서 크는 게 당연한 세상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돈 버는 건 가장인 남편이 할 일이었다. 부인은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은 일찍 철 들어 장남이나 장녀가 동생들 돌보는 것이 당연했다.

작품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50년도 넘는 과거니까 가장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더욱 더 무거웠을 터. 실제로 주인공인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허락없이 번을 벗어나는 범죄를 마다하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이 범죄자의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것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교토로 향한다. 먹을 것이 없어 집집마다 소금에 절인 인육을 두고 살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면서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인(仁)이네, 충(忠)이네 하지만 자신에게는 가족이 인이고 충이라고. 아내를 배 불리 먹이고 자식들을 반듯하게 키우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가족을 위해 결코 죽지 않겠다고.


만나고 헤어지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게 너무나도 쉬워진 세상에서,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아울러, 내가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과 무서움에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데, 감히 아내를 맞이하고 자식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결코 오바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울러 의(義)가 왜 충(忠)과 같은 의미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도 크게 공감이 됐다.


2003년에 『 바람의 검, 신선조 』라는 제목으로 영화化 되었다. 아마도 큰 인기를 얻었던 만화 『 바람의 검심 』에 묻어가고자 지은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 결과적으로는 헛발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의 원제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 壬生義士伝 』인데 아예 엉뚱한 제목으로 바뀌어버렸다. 차라리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번역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주변 인물들이 그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다만, 그에 대해 묻고 다니는 신문 기자는 등장하지 않고, 소설처럼 다양한 인물이 회상하지도 않는다. 요시무라 간이치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노년의 사이토 하지메와 오노 치하키 뿐.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그를 떠올린다.
원작에서 오노 치하키(간이치로의 장남 가이치로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는 나이가 들어 의사가 된 뒤 만주에 병원을 연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일본에서 병원을 개설했다가 만주로 옮겨가는 것으로 나온다. 이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손자를 업고 노년의 사이토 하지메가 찾아왔다가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사진을 보고 그에 대해 회상을 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손자의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사이토 하지메와 오노 치하키가 술잔을 나누게 되고 자연스럽게 오노 치하키의 회상으로 넘어간다.

웃는 얼굴의 간이치로나 그의 아들 가이치로의 캐스팅은 훌륭하다. 소설 속 인물이 살아온 것 같다. 이렇게 영상化 되는 거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긴 내용의 소설을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분량으로 줄여야 하니 여기저기 잘려 나가는 건 안타까운 일.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만 영화로 옮겨놓았다.
잘려나간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소설을 잔뜩 압축해놓아 안타깝긴 하지만 나름 잘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다만, 신선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도 대부분 『 바람의 검심 』을 통해서일테니 주인공 히무라 켄신을 적대하다가 은근슬쩍 동료가 되는 사이토 하지메의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때문에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신센구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재미를 느끼지 못할까 걱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사 참배 강요 등으로 천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편인지라, 게다가 천황을 지지했던 이들이 대부분 한국을 정벌해야 한다고 떠들더댔던 것들인지라, 막부파 쪽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신센구미를 좋게 보는 이들도 꽤 있는 것 같고.

만화 『 바람의 검심 』의 주인공인 히무라 켄신은 유신지사였는데 유신지사는 천황파의 다른 이름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구시대를 벤다는 신념으로 살인을 해왔는데 정의와 새 시대를 부르짓던 것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먼 것을 보고 그들을 떠나 방랑한다는 이야기인데, 작품 중 켄신과 맞먹는 실력을 가진 이로 사이토 하지메라는 인물이 나온다. 신센구미는 1번대부터 10번대까지 있었는데 3번대 조장으로 검술이 특히나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실존 인물이다.


작품 중 7번대 대장으로 나오는 다니 산쥬로라는 인물이 있다. 검술은 형편 없는데 입담이 좋아서 신센구미 2대 국장인 곤도 이사미에게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신센구미의 다른 대장들이 이를 꼴보기 싫어했고 급기야 사이토 하지메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베어 버린다. 작품에서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사이토 하지메에게 암살 당했다는 설이 있단다. 그 외에는 뇌졸중으로 죽었다는 설이 있고.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오카야마 태생이다.


2019년 여름에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JR 재래선만 타고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간 적이 있었다. 홋카이도의 면적이 83,424㎢이고 제주도의 면적이 1,850㎢이니까 대략 45배 쯤 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제주도보다 마흔다섯 배나 큰 섬을 이틀 정도 보면 다 볼 수 있을 줄 알고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난 거였다. 계획없이 떠났으니 어디를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없고, 현지에서 갈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가게 된 곳이 고료카쿠였다. 당시에는 그냥 특이한 구조의 유적지라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그 곳이 수세에 몰린 막부파가 끝까지 항전했던 장소였다.

 

교토의 신센구미는 막부파의 중추들이 에도(도쿄)로 도망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일부는 오사카 성에 들어가 항전하다 죽자 하고, 일부는 에도로 같이 피신해야 한다 하고, 또 일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살 길을 찾는다. 이 와중에 자신이 믿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고, 밀리고 밀린 끝에 홋카이도까지 가서 최후의 항전을 하게 된다. 고료카쿠는 방어에 최적화 된 별 모양 구조에 해자까지 둘러쳐져 있었지만 평지였던지라 대포 공격에 취약했다고 한다. 결국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패배했다고.

쥐뿔도 모르고 방문했던지라 무식한 소리나 하다가 돌아온 기억이 있다. 조금 더 공부해서 알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여름이 되었든, 겨울이 되었든, 일주일 정도 잡고 느긋하게 홋카이도에 다시 다녀왔으면 좋겠다.

 

https://40ejapan.tistory.com/404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⑬ 유람선 & 고료카쿠

새벽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세 시. 항상 세 시에 깨는 몸뚱이라고는 하지만 이 날은 배꼽 아래에서 신호가 오는 걸 느끼고 깬 거다. 꾸륵꾸륵.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아 잠시 고뇌에 빠졌다. 환

40ejapan.tistory.com


2014년에 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공중 정원에 갔다가 기념품을 몇 개 사들고 왔더랬다. 그 중 하나가 교토 한정이라 쓰여 있는 수건(手ぬぐい)이다. 수건이라지만 굉장히 얇아서 수건 역할을 못할 것 같은 녀석이다. 오사카에서 교토 한정을 판다는 걸 의아해해야 했는데 이 때에는 아무 생각없이 샀던 것 같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사용 중이다. 화장실 문에 붙여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

원피스 캐릭터인 루피와 초파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 속의 루피가 입고 있는 옷이 신센구미의 상징적인 복장이다. 서명(?) 집어 넣는답시고 아랫 부분이 가려졌는데 톱니 무늬가 그려져 있다. 저 톱니 무늬도 신센구미의 상징. 그리고 신센구미하면 떠오르는 게 誠(정성 성)이라는 한자다. 아무 것도 모르고 샀는데, 시간이 한~ 참 흘러 이렇게 조금씩 알게 된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001

 

⑩ 마지막 날, (헵 파이브)공중 정원 & 덴노지 동물원

일본 여행 마지막 편입니다. 여행은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이었는데 이제서야 올립니다. 아홉 개로 끝내려고 했는데 분량 조절 실패로 마지막 날 여행한 건 따로 올립니다. 워낙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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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글을 읽다가 울컥! 해서 눈물이 날 뻔한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유튜브를 비롯해 각종 OTT까지,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글로 감동받고 공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인과 의를 다하겠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아랫 사람조차 챙기지 못하면서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한심한 것들을 까는 내용에도 공감했고. 특히나 지금 몸 담고 있는 곳에 저런 ㅆㄹㄱ들이 많기에 생각이 더 많았다. 더 나이 먹더라도 저런 ㅆㄹㄱ 같은 것들처럼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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