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다녀온 뒤 남은 시간을 빈둥거리며 보냈다. 정말 아~ 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렸다.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언제나처럼 라면을 두 개 끓였다. 다 끓인 라면을 먹으려 하는데 뭔가 쌔~ 하다. 평소 같으면 빨리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을텐데 뭔가 먹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기분과는 달리 배가 고프니까 김치를 곁들여 부지런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퍼져 있는데 어째 기운이 영 좋지 않다. 체한 것 같다. 급히 먹지도 않았는데.
처음에는 느낌 뿐이었는데 점점 명치 께가 뻑~ 뻑~ 하게 아파온다. 100% 체한 거다. 보일러를 켜고 방바닥을 덥혀 놓은 상태였기에 방바닥에 누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잤는데 몸 상태가 더 안 좋다. 침대로 올라가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돈 벌러 나갈 시각이 되었다.
맘 같아서는 못 가겠다고 전화하고픈데, 혹시라도 대신 근무할 사람이 없으면 폐 끼치는 꼴이 될테니까 꾸역꾸역 씻었다. 그리고 나서 헥헥거리며 출근. 출근하자마자 근무자 명단부터 확인했다. 내가 없어도 빵꾸는 안 날 것 같더라. 그래서 근무하고 있던 분께 말씀드리고 휴가 신청한 뒤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로 올라가 그대로 드러누웠는데 한 시간도 못 자고 깨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 와중에 명치와 그 아랫 배는 계속 아프고. 자다가 눈 떠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소화제를 먹어댔다.
다음 날인 오늘도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아침까지는 계속 아팠다. 그러다가 열 시가 넘어 조금 괜찮아지더라. 예전에 김준현이 터키에서 고등어 케밥 먹고 체해서 엄청 고생했는데 김치찌개인가 먹고 나았다고 했잖아? 갑자기 그 생각이 나면서 김치찜이 먹고 싶어졌다. 배달 앱을 몇 번이나 켰다 껐다 하다가 그냥 포기.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김치가 들어있는 컵라면을 사들고 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래도 살아야겠다 싶은지 배가 고프더라. 꾸역꾸역 먹고, 또 소화제 먹고. 다행히 다시 체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슬슬 나아지는데 오후에 ㅇㅇ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랑 좀 불편한데 그 사람 어떠냐고, 나랑 친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냥 푸념하는 거다. 투덜거리는 걸 들어줄 사람이 없는 모양이고나 싶어 가만히 들어줬다. 내 생각해서 전화해준 게 어디냐.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뭔가 먹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명치 께가 불편하다. 그냥 물만 마셔야겠다. 내일부터는 또 돈 벌러 가야 하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이라는 거. 주말 근무 마치고 월요일에 쉴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3주 연속으로 3일 일하고 이틀 쉴 수 있고. 그걸로 버텨야지.
짧은 2월을 보내고 나면 3월에 캄보디아에 갈 예정... 인데 생각보다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100만 원 정도로 예산을 잡았는데 항공권 만으로 60만 원 가까이 깨질 것 같다. 숙소를 싼 걸로 잡아도 150만 원은 깨질 거 같은데... 게다가 시엠립으로 들어갔다 나올 계획이었는데 항공편 자체가 없어서 프놈펜으로 들어갔다 나와야 할 것 같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을지도 모른다. 좀 더 공부해야 하는데 몸 상태가 안 좋다보니... 는 핑계고, 그냥 만사 귀찮다. ACL 원정이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데, '캄보디아는 그냥 건너뛸까?' 싶기도 하고. 생각났을 때 가야한다는 마음도 있고.
나이 먹고 아프니 서럽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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