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랜베리 주스를 싸게 판다기에 덜컥 샀는데 단 맛이 아예 없어서 그냥은 마시기가 어렵더라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칵테일로 많이 먹는다기에 앱솔루트랑 토닉 워터를 샀더랬지. 주스 둘에 앱솔루트 하나, 거기에 토닉 워터 둘 정도 넣으면 된다더라고. 그렇게 2:1:2 비율로 만들어서 젓가락으로 대충 저어 마셔봤더니 엄청 쓰더라. 도수 센 술에 쥐약인지라 이건 안 되겠다 싶어 토닉 워터 더 타고, 주스 더 타고 하다보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이걸 칵테일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제 맥주 네 캔 마시고 나서 술이 떨어져 앱솔루트 한 잔 넣고 토닉 워터 반에 주스 잔뜩 넣은 걸 만들어 마셨다. 그럭저럭 마실만 해서 금방 한 잔 다 마시고, 두 잔째 만들어 마시다가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누웠는데 그 졸음이 적정 주량을 넘어섰기 때문에 몰려온 것이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잠을 설치고 힘들어 하다가 네 시가 다 되어서야 컴퓨터 끄고 제대로(?) 잤다. 아침 늦게까지 퍼질러 자다가 일어나서 라면으로 해장하고 빈둥거렸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아서 샤워 마치고 나와 세탁기 돌려놓고 집 근처 별다방으로 향했다. 노트북 꺼내서 캄보디아 여행 관련된 것들 좀 찾아보다가 한 시간 채우고 돌아왔다.
어제 술 마시다가 당근 게시판을 봤더니 컴활 1급 치는데 함수가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누가 글을 썼더라고. 만나서 도와달라는 식으로 썼기에 언제가 좋냐고 댓글을 달았더니 채팅을 걸더라.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댓글 달았던데 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하시고 여의치 않으면 내가 가르쳐주겠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한테 다 물어보고 나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래. 다들 온라인으로 조언하는 건 괜찮은데 만나는 건 별로라고 했단다. 자기는 만나서 직접 물어보고 싶다 그러고.
그래서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3만 원 준다고 써놨던데 푼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돈은 됐고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겠다 그랬지. 그런데 오늘 낮에, 주위에서 학원 다니라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미안하다고 메시지가 왔더라. 약속을 깼다는 생각에 사과한 거겠지. 괜찮다, 한 번에 합격하기를 바라겠다고 답장을 보내려고 했더니... 상대방이 날 차단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단다. 하... 하하... 하하하... 뭔... 이런 × 같은 경우가...
어이가 없더라.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게 미안해서, 혹시라도 내가 급발진해서 질알할까봐 그런 걸까? 아니, 그런 게 걱정된다 하더라도 지례 짐작으로 차단해버리는 건 대체 무슨 경우야?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대학생으로 추정되는데, 성인이 저 따위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그러고보면 이 동네 당근은 희한한 것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메뚜기 그림에 파란 색을 칠하고 싶은데 A 회사 볼펜이 좋을까요, B 회사 볼펜이 좋을까요? 라고 글을 올렸다 치자. A 회사나 B 회사 추천해주면 될 일이다. C 회사 볼펜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정도도 괜찮다. 그런데 이 동네에는 메뚜기는 당연히 초록 색인데 왜 파란 색을 칠하냐부터 시작해서, 메뚜기 말고 개구리에 칠해라, 소중한 인생을 그림에 색칠하는 것 따위로 낭비하지 마라, 별에별 꼰대들이 설쳐댄다.
저런 ㅄ들은 보이는 족족 차단했더니 차단 당한 사용자가 남긴 댓글이라는 알림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보게 됐다. 아이가 쓰던 노트북이 고장났는데 저렴한 노트북은 어디에서 사면 되겠냐는 물음에 데스크 탑을 사라, 노트북은 싼 게 비지떡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냥 댓글 달지 말고 지나가면 될 일인데 꼭~ 나서서 중언부언 질알이다. ㅇㅇ 살 때에는 저런 것들을 거의 못 봤는데 이 동네는 차고 넘친다. 역시, 동네 수준이 오질라게 후지다.
내리 이틀 쉬는 게 이렇게 좋은지 잊고 있었다. 지난 달에 고생한 덕분에 이번 달은 사흘 일하고 이틀 쉬는 패턴이 세 번 연속 이어진다. 그 중 한 번을 써버렸다. 뭐, 나쁘지 않다. 이번 달은 새 손전화 받는 이벤트(?)가 있고, 다음 달은 길게 놀러 나간다. 뭔가 바라는 게 있으면 그걸 기다리면서 시간 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놀 궁리하면서 시간 보내다보면 전반기도 금방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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