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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영  화 』

노스페이스 (Nordwand, North Face, 2008)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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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들이 대부분 하는(먹는/입는/즐기는 등) 건 일부러라도 안 하려고 한다. 거창한 이유는 고사하고, 일단 그냥 싫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필요 있을까? 그냥 싫다는데... -_ㅡ;;;

때문에 한 벌씩은 다 가지고 있다는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나 점퍼가 없다. 뭐, 요즘 애들한테나 먹히는 아이템이니까 내 또래는 없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우리 때에는 울시나 잭 니클라우스 바람막이가 더 인기였다. -ㅅ-

실제 산악인들에게는 철저하게 찬 밥 대접을 받는 게 노스페이스라는데... 우리나라는 일본 놈들 영향을 받아서 마치 대단한 브랜드나 되는 것처럼 숭배하고 있다. 가격이나 기능으로 따졌을 때 훨씬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노스페이스에 밀리는 게 수두룩하다는 거지. 이런 거 보면... 똑똑한 척 하는 소비자들 우롱하는 기업가 놈들은 분명 엄청난 녀석들이다. -ㅅ-

 

영화 제목 잘 지었다. 노스페이스라니... 일단 숭배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을테고, 관심 끌기도 좋을 게다. 다만... 인터넷 마케팅으로는 좀 안 좋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 노스페이스 검색하면 위에서 말한 과대평가된, 중/고삐리들의 교복화 된 바람막이 어쩌고 하는 내용만 잔뜩 나온다. -_ㅡ;;;

그래도... 원제인 '내 사랑 아이거'보다는 '노스페이스' 쪽이 낫다.

 

우리나라 개봉 때 이 포스터를 선택하지 않은 건 정말 훌륭했다


 

 

2008년에 독일 출신의 필립 슈톨츨 감독이 만든 산악 영화다. 기존의 산악 영화라는 게 보여주기 위한 과도한 액션 등을 남발했다면,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등반을 보여준다. 그게 너무 사실적이라서 무서울 정도다.

큰 히트작이 없는 감독인데... 기존에 BMW, 소니, 롤렉스 등의 상업 광고를 찍었다니까... 이런 산악 영화를 찍은 게 의아하긴 하다.

 

 

 

영화는 2008년에 만들어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상영되었고,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에 초청되어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미국에서는 올해 1월에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음 달 3일에 개봉한다.


 

 

삐~ 스포일러!!! 영화 내용을 미리 알기 싫다면 여기서 '뒤로' 선택

 

 

 

 

 

 

 

 

 

 

어릴 때부터 한 마을에 살던 토니 쿠르츠, 앤디 힌터스토이서, 루이제 펠너. 시간이 흘러 토니와 앤디는 나치의 산악 부대원이 되어 있고, 루이제는 신문사에서 편집 위원들에게 커피 타주는 신참 기자가 되어 있다.

민족 우월주의를 부르짖던 나치에게 정복되지 않은 산에 최초로 오른 이가 독일인이라는 건 더할 나위없이 좋은 떡밥! 오르지 말라는데도 꾸역꾸역 산에 올라 그 벌로 만날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는 토니와 앤디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루이제가 그들의 친구라는 게 알려지자 편집장은 루이제에게 카메라를 쥐어 주고 그들을 꼬드겨 등반에 도전하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간만에 고향에 들린 루이제는 앤디와 달리 토니는 등반 의지가 없다는 걸 알고 실망한다. 결국 설득에 실패해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루이제. 한편 앤디는 토니를 겁쟁이라 놀리며 함께 산에 오르자고 꼬시지만 실패한다. 결국 혼자서라도 산에 오르려고 군에 장기간 휴가 신청을 하는데, 이 때 토니가 갑자기 등장해서 어설픈 거짓말로 같이 휴가를 신청한다. 휴가는 거부 당하고, 이들은 전역해버린다. -ㅅ-

군에서 전역하여 산에 오를 준비를 하는 토니와 앤디. 산에 오르라고 꼬시던 신문사에서는 지원 한 푼 안 해주고... 등반에 필요한 장비도 손수 때려 만들고, 기차 삯을 아끼기 위해 1톤이 넘는 장비를 자전거에 매달고 아이거 북벽으로 향한다.

 

은근히 김정은 삘 나는 루이제 펠너 역의 조한나 워카렉. 영화에서보다 훨~ 씬 이쁘게 나온 컷이다.

 

 

아이거 북벽에 도착한 앤디(左)와 토니(右). 앤디 녀석의 저 발랄함, 이 때까지는 좋았는데... ㅠ_ㅠ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외국 팀이 아이거 북벽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루이제는 선배 기자인 앙리 아라우와 함께 아이거로 향한다. 산 중턱에 있는 4성급 호텔에 머무르며 취재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토니와 앤디를 만나게 되고... 앙리와 함께 이들을 호텔로 초청해 저녁을 대접한다. 루이제에게 마음이 있던 토니는 옆에서 부지런히 껄떡거리는 앙리가 꼴 보기 싫고... 시종일관 까칠한 태도를 견지하다가 일찌감치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꼭두새벽... 등반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재던 토니가 앤디를 깨워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은 새로운 루트를 통해 산에 오르기로 하고, 다소 무모한 길을 간다. 북벽을 가로 질러야 하는 이들의 코스를 보고 뒤따르던 오스트리아 팀은 불가능하다며 갈궈대지만, 앤디의 활약으로 이들은 그 말도 안 되는 길을 만들어내고 만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갈궈대던 오스트리아 팀이 슬며시 꼽사리 낀다. 대인배답게 이를 허가해주는 독일 팀. -ㅅ-

최초 등반을 위해 부지런히 산에 오르는 독일 팀,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는 오스트리아 팀. 그러던 중 앞서 가던 토니의 망치질에 깨진 돌이 아래로 구른다. '돌 굴러가유~' 소리에 앤디는 급히 피하지만, 오스트리아 팀의 빌리 앙게러가 돌에 맞아 머리가 깨진다. 동료 에디 라이너가 이를 보고 내려가야 한다고 하지만, 빌리가 발끈하며 자기는 끝까지 오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결국 계속 산을 오르는 독일 팀과 오스트리아 팀. 그러나 다친 빌리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급기야 미끄러지면서 다리를 다치고 만다. 혼자서도 내려갈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는 에디와 오스트리아 팀을 놔두고 계속 오르자는 앤디. 하지만 토니는 혼자서는 빌리와 함께 절대 못 내려간다며, 그들을 두고 가면 둘 다 죽는다며, 결국 등반을 포기한다.

최초의 아이거 북벽 등반을 앞에 두고 부상자 때문에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이들을 지켜보던 호텔의 취재진과 관광객들은 크게 실망한다. 앙리는 그들의 등반을 어마어마하게 부풀려 영웅시하다가 이들이 내려온다는 걸 알게 되자 바로 씹어버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루이제에게 베를린으로 돌아가자며, 등반 성공이나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다친 빌리를 침낭에 넣고 로프에 묶어 조금씩 내려오는 독일 팀과 오스트리아 팀. 엎친 데 덮친다고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눈사태까지 일어나고... 쏟아지는 눈에 맞아 앤디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로프에 묶여 있어 추락사하지는 않았지만, 앤디가 떨어지면서 끌려 올라가던 에디가 박아 놓은 피통(프랑스어, 영어로는 하켄)에 부딪혀 죽고 만다.

토니의 절규에 눈을 뜬 앤디는 정신을 차리고 로프를 당겨 위로 오르지만, 피통이 빠지려 한다는 걸 알게 되자 자신과 빌리가 매달려 있는 로프를 스스로 잘라 죽음을 택한다. 혼자 살아 남은 토니...

루이제는 어떻게든 토니를 살리고자 하지만, 험난한 날씨 때문에 누구도 구조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두 명을 꼬시지만, 잠시 후 포기... 결국 눈보라 속에서 하루가 지난다.

절벽 바위 위에 가까스로 버티고 서 있던 토니는 다행히도 죽지 않았고, 이튿 날 날씨가 좋아져 구조대가 출발하지만, 토니 근처에서 멈추고 만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로프를 연결해서 토니가 스스로 내려오는 것 뿐. 온 몸이 언 토니는 죽을 힘을 다해 결국 로프 연결에 성공하고, 천천히 내려온다. 그러나... 구조대가 준비한 로프 길이가 모자라서... 결국 로프에 매달려 루이제가 지켜보는 앞에서 죽고 만다.


토니까지 끌어들일 수 없기에 로프를 잘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앤디. 실제로는 추락사했다고 한다.

 

 

 

 

 

근래 본 영화 스토리치고 가장 길게 주절주절 쓴 것 같다. 뭐... 간단히 정리하자면 젊은 산악인 두 명이 어려운 길 택했다가 죽었다~ 정도가 되겠지만... 그렇게 줄여버리기에는 굉장히 아까운 스토리다. 더구나... 실화이지 않은가?

아이거 북벽을 올라 정상에 선 사람은 이들의 사망으로부터 2년 뒤에 나왔다. 독일의 안데를 헤크마이어와 루드비히 푀르그, 오스트리아의 프리츠 카스파레크와 하인리히 하러가 두 차례의 눈사태를 이겨내고 아이거 북벽 최초 등반에 성공했다(우리나라는 11년 뒤인 1979년에 성공했다). 이들이 선택한 코스가 토니와 앤디가 선택한 코스였다.

 

현지에 전시되어 있는 코스 설명 그림. 녹색 네모 안에 앤디 힌터스토이서의 이름 보이는가?

 

 

 

난 등산을 좋아하지만... 이들처럼 거대한 빙벽을 기다시피 올라가는 등산이라면 절대 사절이다. 대체 왜 저 짓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목숨 걸고 뭔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난 목숨을 걸만한 무언가가 있었나 자문하게 된다.

벗겨진 장갑 때문에 손이 얼어 움직여지지 않고, 급기야는 살이 얼어서 썩어 까맣게 변하는 걸 보는 것보다도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건 호텔에서 유유자적하는 인간들이었다. 어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빙벽을 오르는 동안, 다른 어떤 이들은 따뜻한 호텔에서 술 마시며 희희덕거리고 있는 거다. 이게 참... 사람 불편하게 만들었다.

 

호텔의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구경하는 녀석들은 산에 오르는 이의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이렇게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차에 치여 죽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멋진 여행지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낼 것이고,...

60억의 인구가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와 환경에 있으면서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겪고 살아간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거다.
험한 얼음 산을 기어 오르던, 호텔에서 사치스러운 저녁을 먹던,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살아 있을 당시 토니와 앤디의 실제 모습

 

 

불과 3m 모자란 로프 때문에 구조대 앞에서 죽고 말았던 토니... ㅠ_ㅠ

 

 

 

간만에 괜찮은 영화 하나 봤다. 노스페이스 패딩이네, 점퍼네, 바람막이네, 남들 다 산다고 우후죽순 격으로 질러댔던 사람이라면... 그 노스페이스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겸 해서 이 영화 꼭 보기를 바란다. 강력 추천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나에게도 도전할 무언가가 주어지기를 바라며... 허섭한 글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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