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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2023 캄보디아 여행 ⑥ 프놈펜 국제 공항 → 프놈펜 시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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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 오랜만에 비행기 타는 거... 라고 해봐야 지난 해 11월 이후 4개월 만. ㅋ 》

 

《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줄 갤럭시 S23의 카메라 성능 테스트. 😑 》

 

 

 

 

 

 

 

 

맞바람 막아주는 마법 양탄자가 있음 소원이 없겠다. 그거 타고 날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영상 찍고, 하늘을 나는 마법 양탄자 타고 세계 여행하는 유튜버 되어 놀면서 돈 벌면...
뜨자마자 지대공 미사일 맞으려나... 😑   음속의 몇 배로 날 수 있는 양탄자라면... 🤔

 

 

 

 

 

《 거의 다 왔다며 고도를 낮춘다. 아직까지는 실감이 별로 안 된다. 》

 

 

《 항로관제 레이더 같은데 뭔가 조촐하고만. ㅋ 》

 


 

입국 심사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발바닥과 인연을 맺은 나라는 셋. 일본, 핀란드, 아이슬란드 되시겠다. 핀란드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반타 공항에 내린 게 전부라서 가본 나라라 우기기도 민망... 하지만 어쨌든, 여행자의 시계(라면서 100만 원 넘는 가격에 파는 쓰레기) 순토 카일라시에는 여행한 나라로 등록이 되어 있다. 모국(순토는 핀란드 브랜드)에 왔답시고 잽싸게 등록되더만. 만날 버벅거리더니. 아무튼.
실질적으로 가본 나라는 일본과 아이슬란드 뿐. 지금껏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했다. MBTI 검사하면 궁극의 J가 나올 정도로 계획형 인간인지라 미리 준비를 했지만, 혹시라도 부족한 게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됐다.

창쪽 자리였기에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호텔에 체크인하는 거 말고는 달리 계획한 일정이 없으니 급할 이유가 없다. 내릴 때 보니까 뒤 쪽에 서너 명 빼고는 아무도 없더라.
연결 통로를 빠져나가자마자 훅~ 하고 더운 공기가 다가올 줄 알았는데, 실내 냉방이 잘 되고 있어서인지 딱히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의 공항은 한국 사람에게만 1달러를 뜯어내는 걸로 유명했다. 여권을 보고 한국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친절하게 따로 불러내서 1달러 달라고 한단다. 못 주겠다고 버티면 일부러 일 처리를 늦게 해서 속 터지게 만든다고.
겨울을 보내고 난 살모사 마냥 잔뜩 독이 오른 지금의 환율로 따져도 1,400원이 채 안 되니까 주면 그만이지만,  그런 생각으로 사람들이 자꾸 주다보니 한국 사람은 호구 취급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절대 주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방구석 여포는 코딱지만한 방구석에서나 방천화극 휘두르며 무쌍 찍는 게 가능한 거지, 실제로 저런 일이 벌어지면 여포는 고사하고 간옹의 전투력도 발휘할 수 없다. 아~ 아~ 하다가 줘버릴 게 분명하다. 그러고 나서 분해하겠지. 국제 호구 클럽에 가입하고 싶지 않아서 무려 6달러를 더 주고(공항에서 비자를 발급 받으면 30달러, 인터넷으로 발급 받으면 수수료 1달러 포함해서 36달러를 내야 한다.) E.VISA를 미리 발급 받았더랬다. PDF로 저장해서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혹시 몰라 네 장이나 뽑아오기까지 했다(인쇄하는 것을 추천).  시장 바닥처럼 바글바글한 비자 발급 현장을 보니 인터넷으로 미리 받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군인인지, 경찰인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익스큐즈미, 썰~ (총 차고 있으니까 썰이다. 😑) 아이 해브 이뷔스아~"라고 부드럽게 혀를 굴렸더니 대꾸도 안 하고 손가락으로 이미그레이션 하는 쪽을 가리킨다. 여전히 총을 차고 있으니까 "땡큐, 썰~" 하고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본이나 핀란드도 입국 심사대는 쇳덩이와 유리로 되어 있는데, 캄보디아는 나무와 유리 조합이라 조금 어색했다.

인터넷으로 비자를 신청할 때 숙소 쓰는 란도 있더라고. 반드시 써야 하는 항목인데 아직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았던 때라 호텔×닷컴에서 적당히 찾아서 거짓말로 썼거든. 실제 묵는 숙소와 달라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지 덜컥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런 걸로 꼬투리 잡지는 않더라.
마스크랑 모자를 벗으라 해서 그리 했더니 여권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보더니 지문을 찍으라 했다. 168㎝ 초장신의 허리 근처에 지문을 인식하는 기기가 있었는데 손가락 네 개 모양의 그림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엄지를 제외하고 오른손을 올렸더니 이내 오른손 엄지 모양의 아이콘이 반짝거린다. 굳이 입국 수속을 담당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도 아이콘만 잘 보고 있으면 된다. 그렇게 오른손의 지문 날인이 끝나니 왼손도 똑같이 하게 만들었다.
비행기에서 작성한 노란 종이는 입국, 출국과 관련된 서류인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여권에 스테이플러로 찍어 고정해준다. 그대로 잘 보관하고 있다가 출국하면 된다. 왜 왔냐, 며칠이나 머무느냐 따위의 기본적인 질문도 없었다.

위탁 수하물을 찾은 뒤 앞으로 걸어나가면 세관이 나온다. 거기에서 또 X-ray 검사를 하더라. 파란 종이를 내고 가방을 검색대에 올려 놓는 걸로 끝. 캄보디아는 친북 성향의 국가인지라 살짝 쫄았는데 너무나도 무난하게 입국이 끝났다. ㅋ

 

《 인터넷으로 미리 발급받은 비자 덕분에 남들은 줄 서 있을 때 빠져 나갈 수 있었다. 》

 


 

프놈펜 공항 → 프놈펜 시내 (SIM 카드 구입 & 패스 앱)

 

밖으로 나가니 팻말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골프 치러 가는 것 같은데 자유 여행 보다는 패키지로 많이 가는 것 같다. 나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일단 발길이 닿는대로,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갔다. 멀지 않은 곳에 버거킹 간판이 보였다. 그 쪽으로 몇 발짝 걷다가 뭔가 여긴 아닌 것 같아 뒤돌아보니 심카드를 판매하는 곳이 모여 있더라. 발길을 돌려 그리로 향하는데 툭툭 호객꾼이 다가온다. "툭툭?"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아닐까 싶은데, 공항에서 호객질하는 툭툭에 타면 바가지 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노~" "노~"하고 지나갔다. 호객이 엄~ 청 심하다는데, 저 사람 빼고는 한 명도 들이대지 않았다. 시~퍼런 이케아 타포린 빽을 매고 있었기에 돈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지, 그게 아니면 남들보다 일찍 나가서 호객꾼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략 서너 개의 통신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smart가 가장 잘 터진다고 들었기에 거기로 갔다. 실제로 다른 곳은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smart 창구 앞에만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창구에 있던 아저씨가 이리 오라고 손짓했지만, 꿋꿋하게 smart 앞에 섰다.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다가 내 차례가 되어 심카드를 구입했다. 6달러에 10GB, 7달러에 20GB이기에 20GB 짜리를 사기로 했다. 나보다 앞서 심카드를 구입하고 있던 한국인 아저씨가 있었는데 현지인과 인사도 하고 뭔가 주절주절 떠드는 걸 보니 캄보디아가 처음은 아닌 모양이더라. 패스 앱을 이용하려면 현지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얘네는 그냥 데이터만 되는 걸 준 것 같다, 시내보다 비싸다, 어쩌고 저쩌고. 공항이 가장 싸다고 들었는데, 뭔가 불안하다.

 

(개뿔도 모르고 아는 척 떠드는 사람이었다. 왜 저러나 몰라, 진짜. 쯧.)

 

일단 손전화와 10달러를 건네주니까 알아서 심카드를 뜯어내어 기기에 넣고 설정까지 해주었다. 잠금을 풀어달라 해서 그렇게 했더니 제대로 개통이 되었는지 확인까지 한 후 돌려주더라. 거스름 돈을 리엘로 주기에 "달러는 없냐?"니까 "미안하다."며 리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때에는 몰랐는데 며칠 지내보내 자국 화폐인 리엘보다 달러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달러를 받고 달러로 거슬러주는 곳은 극히 드물었다.

 

버거킹 앞의 야외 의자에 앉아 일단 패스 앱을 설치했다.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아이콘과 모양이 달라 긴가민가 싶긴 했지만, 이게 아니면 지우고 다른 걸 받으면 되니까, 뭐. 앱은 금방 설치가 됐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지 전화번호가 필요했는데 심카드를 뜯어내고 남은 플라스틱 쪼가리에 현지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 그걸 보고 입력했다.

툭툭으로 가기에 좀 먼 거리라고 들었기에 일반 자동차를 호출했더니 10초도 안 되어 바로 잡혔다. 지도에 차의 위치가 표시되어 그 쪽으로 갔더니 남자 한 명이 손전화를 들이대며 다가온다. 나도 손전화를 들이대며 "Is you?" 했더니 맞단다. 그 사람이 안내하는 프리우스에 올라탔다. 요금을 보니 28,000리엘. 1달러를 4,000리엘로 계산하는 게 보통이니까 7달러다. 우리 돈으로는 10,000원이 조금 안 되는 정도? 공항에서 프놈펜 시내까지 15달러 정도 나온다고 들었는데 반 밖에 안 들다니, 싸게 가는 건지, 미리 알아본 게 잘못된 정보인지.

 

2023년 기준으로 패스 앱을 이용하면 공항 → 프놈펜 시내, 10달러 안 쪽이 적절한 금액입니다.

 

차에 타니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달달한 향이 났고 신나는 중국 노래가 들려와 기분이 좋아졌다. 저 달달한 향은 캄보디아 여기저기에서 맡을 수 있었는데 방향제인지, 섬유 유연제인지 모르겠다.

 

 

공항을 빠져나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도로는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바닥에 차선이 그려져 있긴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사방에서 빵빵거리고 들이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아수라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 (처음에는 진짜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서로 양보 운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됐다. ㅋㅋㅋ)

 

많이 낡긴 했지만 사방에서 현대, 기아의 차가 보이니까 뭔가 으쓱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이스타나가 엄청 많이 보인다. 40년 넘게 살면서 대한민국 땅에서 본 모~ 든 이스타나를 다 합쳐도 일주일 동안 캄보디아에서 본 것에 비하면 포크레인 앞의 티스푼 수준.

패스 앱에서 안내하는 길대로 가니 차가 말도 못하게 막힌다. 기사님이 살~ 짝 짜증을 내더니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

숙소에 도착하니 기사님이 내려서 트렁크에 있는 짐도 내려주시고, 정말 친절하셨다. 정확히 7달러를 내고 내렸다. 첫 날이라 1달러 짜리가 넉넉하기도 했고, 될 수 있으면 팁 주지 말고 정확히 요금을 내자고 마음 먹었다.

(첫 날이라 저랬지, 점점 1달러 정도는 괜찮잖아로 생각이 변해갔다.)

 


 

Ek Steak House

 

차에서 내리니 아저씨 한 명이 잽싸게 다가온다. 삐끼인가 싶었는데 호텔 벨보이인 모양이다. 문을 열어주더라. 들락날락할 때마다 문도 잡아주고, 툭툭도 불러주고 하는 걸 보니 주차 안내원을 겸해서 호텔에 고용된 분인 듯.

 

체크인하겠다 하고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시 앉아서 기다려달라 한다. 그리고 이내 웰컴 드링크가 나왔다. 과일 주스 같았는데 맛있더라.
7층에 있는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는데 방 안 까지 가방을 들어줬다. 팁을 줘야 하나?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만 살아서 잘 모르겠다. 일단 손에 잡히는대로 10,000리엘을 줬다. 2달러 조금 더 된다. 나중에 카페에 물어보니 1달러면 충분하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10%까지 안 줘도 된단다. 음... 과한 팁을 줘버렸고만.

 

 

 

천장 구석에 붙어 있던 도마뱀이 잽싸게 숨는다. 고급 호텔에 가더라도 도마뱀을 볼 수 있다는 글을 봤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해충을 잡아먹는다니까 싫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뭐, 다짐한다고 싫은 게 좋아질 리 없겠지만은.

방에서 잠시 뒹굴거리다가 밥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바로 옆에 사케를 파는 일본 주점도 있고, 가라아게를 파는 가게도 있더라. 일본 문화가 여기저기에 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최대한 현지인들의 음식을 먹어보자 싶어 급하게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프놈펜에 갈 때마다 꼭 여기서 식사한다며 극찬을 한 식당이 근처에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밥 먹고 나와 알게 된 건데, 엄청 맛있다는 그 식당은 '크메르 수린 식당'이었고 나는 그 옆에 있는 'Ek Steak House'로 들어간 거였다. 어쩐지... 😑

 

 

 

《 일단 앙코르 비어 한 병 주문. 친절하게 눈 앞에서 뽕~ 하고 뚜껑을 딴 뒤 따라주고 간다. 》

 

《 현지 음식이라는 아목을 하나 주문하고, 닭도 시켰다. 》

 

《 처음부터 달리면 안 되니까 맥주는 세 병만. ㅋ   잘못 들어간 거였지만 맛있었다. 》

메뉴에 스파이시 코리안 치킨도 있고. ㅋㅋㅋ   깨끗하고 맛있는데다 친절한 식당이었다. 캄보디아에서의 첫 끼를 나름 훌륭히 먹었다. 대만족!

 

밥 먹고 나니 딱히 할 게 없다. 열두 시간 넘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라 좀 힘들기도 했고. 호텔로 가서 빈둥거리다 맥주 마시고 일찌감치 자자고 마음 먹었다.

 

 

《프놈펜 뿐만 아니라 시엠립도 그렇고, 6~7달러에 삼겹살 무제한으로 주는 식당이 많았다. 》

 

일본 문화가 상당히 많이 퍼져 있었지만 K 컬쳐도 못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K-POP을 들을 수 있었고 한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킬링 필드 때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다는데 서울 안경원을 보니 뭔가 느낌이 묘했다.

마사지 샵도 꽤 보였는데 어깨를 다 드러낸 옷을 입은 처자들이 손전화를 보면서 멍 때리고 있다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이리 오라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사창가 앞을 지나가다가 호객 당할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움찔! 했다. 계속 눈 마주치면 끌려갈 것 같아서 잽싸게 고개를 돌려 앞만 보고 걸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회색 운동복이랑 열쇠 고리 목탁 챙겨올 걸 그랬다. 옴마니 반메홈~ 옴마니 반메홈~

(캄보디아에서 스님은 상당히 존중받는 직업군인지라, 사칭하다가 뚜까 맞을지도 모릅니... 🙄)

 

 

 

깨끗한 옷 가게 앞에 같은 이름의 간판을 단 커피 노점이 보여서 한 잔을 주문했다. 영어로 주문했더니 서 있던 처자가 곤란해 하며 다른 처자를 쳐다 본다. 옆에 있던 처자가 영어로 주문을 받아주며 뭔가 물어보는데 당최 못 알아듣겠더라. 설탕 넣느냐, 포장이냐, 그 정도를 물어보는 건데 한 번에 못 알아들어서 여러 번 되물어야 했다.

1.25달러라고 쓰여 있어서 1달러 짜리 두 장을 주니까 1000리엘 없냐고 한다. 아... 0.25달러가 1,000리엘이고만. 있지, 있어. 부랴부랴 1,000리엘을 꺼내 건네줬다. 달러나 엔처럼 뒤에 0만 붙이는 식으로 계산해도 정신이 없는데, 리엘이 섞이니 머리가 아프다. ㅋ

가게 앞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마시고 호텔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가져가기 좋~게 포장해줘서 그대로 들고 호텔로 돌아갔다. 컵을 보니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품질이다. 한국에 가져가서 두고 두고 써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첫 날부터 궁상 떨면 안 되겠지.

커피는 신 맛이 1도 없는 구수함의 극치였다. 신 맛이 나는 게 고급 커피라는데 저질 커피면 어떠냐, 내 입에 맛있으면 그만이지. 딱 내 스타일이다. 가이드 북에서 얼음 넣은 거 잘못 먹으면 배탈 난다고, 어지간하면 먹지 말라던데 이 더운 나라에서 뜨거운 커피 마시면 머리에 탈 나지 않을까?

 


 

호텔에서 마사지 받고 맥주 간단히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11층에 있다는 마사지 샵에서 마사지를 받아 보기로 했다. 앨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사람의 흔적 자체가 안 보이더라. 프론트에 전화하니 방에 가 있으면 전화를 준단다. 얌전히 방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예약을 해야 한단다. 마사지를 해주는 분이 계속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 손님이 오면 예약을 하고 그 때 와서 주물러주는 모양이더라. 오일 마사지 말고, 기본 마사지로 한 시간 짜리를 받고 싶다 했더니 20시로 예약을 잡아주겠단다. OK~

20시가 조금 안 되어 올라갔더니 옆 집 아주머니처럼 푸근한 인상의 누님이 계셨다. '서울서 아들내미 내려왔담서?' 라며 수박 한 통 들고 와 자기 아들 수학 잠깐 봐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할 것 같은, 우리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줌마였다. 침대가 있는 방으로 데려가더니 벗으라고 한다. 나란 남자, 벗으라면 벗는, 쉬워 빠진 남자. 티셔츠를 훌러덩~ 벗어 늘어진 뱃살을 드러낸 채 "Take off pants?"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끄덕. 보통은 갈아입을 옷을 주지 않나? 동양의 이슬람, 유교에 물든 아저씨에게는 시작부터 쉽지 않다. ㅋ   20대였다면 아, 아니라고, 안 받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도망 갔겠지만, 이제는 부끄럼이고 나발이고 1도 없는 아저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저 누님과 다시 만날 날이 죽기 전에 오겠냐고. 훗. 훌러덩.

아디다스 정품 드로즈만 입은 상태로 엎드리니 커다란 수건을 덮어준다. 그러실테죠. 누님도 헐벗은 절 보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답니다.

압은 나쁘지 않은데 뭔가 살~ 짝 모자란 느낌. 눌러야 하는 지점을 간발의 차로 빗나간다. 마사지라는 건 말이지요. 그저 누르고 주무른다고 시원한 게 아니랍니다. 눌러야 하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그 포인트만 제대로 누르면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아요.
예전에 같이 배드민턴 쳤던 누님이 있는데 그 누님이 포인트를 기똥차게 누를 줄 알았다. 시아버지 되시는 분께 안마를 자주 해드리면서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단다. 그 누님이 잠깐 주물러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나도 운동 배우면서 마사지 스킬을 나름 깨우쳤다고 자부하지만 그 누님에게는 비빌 수가 없다. 여기 마사지는 어땠냐고? 솔직히 나보다 못하는 것 같았다. 포인트에서 손가락 두, 세 개 정도를 빗나간다. 아쉬웠다.

한참 주물럭거리더니 돌아누우란다. 누웠더니 사타구니 쪽으로 거침없이 손이 들어온다. 그럴 리 없겠지만, 사춘기의 순진함과 건강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리를 베이비가 반응해버리면 대참사다. 살~ 짝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리를 베이비를 툭~ 치더니 "헤드 마사지 오케이?"란다.

 

 

응? 뭐라고?! 어디? 헤드? 무슨 헤드? 어? 헤드가 음란한 부위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는 아니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건드린 건 또 다른 머리 아니겠는가! "놉! 노놉!!"하고 경기하듯 거부하는데 얘가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헤드 마사지 오케이?"라고 묻는다. 아~ 아아~ 아아아~~~ 😑

대한민국 쇼트 트랙 선수들처럼, 혼자 저만치 앞서 가버렸고나. 오케이~ 오케이~

 

마사지 받던 중에 전화 오니까 전화 받으러 가고, 뭔가 좀 어설프다. 다 됐다기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그럭저럭 간신히 한 시간을 채웠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니 영수증 같이 생긴 종이를 들이민다. 사인하고 방 번호를 적으란다. 체크 아웃할 때 일괄 계산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다. 체크 아웃할 때 돈 내고 어쩌고 하는 게 번거로우니까 지금 내겠다고 했다. 18달러로 알고 있었는데 15달러란다. 20달러를 내니까 뭐라 뭐라 하는데 당최 못 알아듣겠다. 뚱한 표정으로 쳐다 보니까 여기 있으면 거스름 돈을 받아 오겠다고 한다. 그 말을 또 못 알아들어서 그럼 난 방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니까 5달러는 팁이냐고 물어본다. 응? 무슨 소리야? 거스름 돈 달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여기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

마사지를 해주신 아주머니는 앨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시고, 나는 트레드 밀 위에서 부지런히 뜀박질하는 국적 불명의 처자 엉덩이의 흔들림을 보면서 내일 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얼마 후 아주머니가 올라와서 2달러를 건네줬다. 18달러가 맞는 모양이다. 아주머니 표정을 보니 팁을 안 줘서 삐진 것 같다. 2달러 정도는 팁으로 드려도 되는데... 첫 날이라 굳이 더 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유들유들했어도 괜찮았는데.

 

 

 

밥 먹으러 갈 때 봤던 사케 바로 가서 캄보디아까지 카제노모리(風の森, 바람의 숲 - 나라 지방에서만 판매하는  일본 전통 술)가 진출했는지 알아볼까 하다가, 첫 날이라 피곤하니까 조금만 마시고 쉬자는 생각으로 그냥 호텔 바에 갔다. 12층에 바가 있고 13층이 스카이 라운지. 12층에서 수영장 사진을 한 방 찍고, 직원에게 여기서 마셔도 되냐고 하니까 여기서 마실 것인지, 스카이 라운지로 갈 것인지 물어보더라. 어차피 마실 거라면 스카이 라운지가 낫겠다 싶어 그리 말하니까 한 층 더 올라가라고 한다.

 

 

 

바깥 쪽에는 머리 노랗고 눈 파란 애들이 몇 명 있었다. 나는 안 쪽에 자리 잡고 앉아 앙코르 비어를 주문. 계산은 다 마시고 하던가, 방 번호 앞으로 달아놓는 모양이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안주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는데 땅콩이 기본 안주인지 가져다 주었다.

블로그에 올릴 후기 초안을 또닥거리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이 호텔은 원래 1박에 20만 원 가까이 하는, 내 인생 최고가의 숙소이다. 아, 일본에서 하루 20만 원 짜리 숙소에 묵은 적이 있지만 오사카 중심가에서 20만 원이면 비즈니스 호텔보다 살~ 짝 나은 수준이니까. 수영장과 바가 갖춰진, 운동할 수 있는 짐(Gym)이 있는 호텔은 처음이다. 수영장에 튜브 띄워놓고 거기에 엉덩이 끼워 넣은 채 맥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차마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어서 맥주 두 병 마시고 방으로 돌아갔다.

 

 

《 나이트 어쩌고 하지만, 밤 사진에 노이즈가 자글자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모자라지 않게 바꿔왔다 생각했는데 가이드 비용이랑 툭툭 비용으로 200달러를 제외하면 700달러 정도가 남는다. 하루에 100달러 쓸 수 있는 셈인데 부자가 된 것처럼 넉넉한 건 아니고나 싶다가도 이 나라 물가가 한국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은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택시에서 난 향기도 그렇고, 호텔 방에서 난 향기도 그렇고, 참 맘에 든다. 일단 첫 날은 기분 좋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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