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시기 전에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말테다!'라고 마음 먹은 것 세 개가 있는데 하나가 오로라, 다른 하나가 앙코르 와트, 나머지 하나가 마추픽추 되시겠다. 오로라는 2019년 겨울에 아이슬란드에 가서 열 살 짜리 어린 아이 눈가 주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한 걸 일단은 봤(제대로 보고 싶어서 캐나다가 됐든, 핀란드가 됐든, 다시 한 번 도전할 예정)으니 다음 목표에 도전할 때가 되었다.
앙코르 와트를 봐야겠다 싶어 캄보디아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올 해 1월. 부랴부랴 가격을 검색한 결과 성수기에 포함되는 2월은 비행기 표 값이 비싸서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3 캄보디아 여행 ① 여행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 (항공권 고민)
여행을 3월로 미룬 뒤 틈나는대로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고민했더랬다. 돈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내키는대로 저지르면 그만이겠지만, 휴가도 다른 사람들 쉬는 걸 봐가면서 써야 하고 빚 내고 사는 중이니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해서 이래저래 피곤하다.
2023 캄보디아 여행 ② 여행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 (여전히 항공권 고민 중)
결국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유일하게 결정된 건 여행 시기. 지금은 2주 전에만 얘기하면 된다는데, 부서장이 지난 해 일본 다녀온 걸 가지고 나를 상당히 고깝게 보고 있는지라 괜한 꼬투리 잡히기 싫어 한 달 전에 미리 얘기했다. 관련 서류도 내라는 족족 지체없이 냈고.
고민하다가 항공권도, 숙소도, 환전도, 모두 비쌀 때 하고 말았지만 아무튼 무사히 마쳤다. 가이드 예약도 끝냈고 대충 일정도 짰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2776
슬슬 짐을 꾸려야 할 타이밍. 보통은 캐리어가 편하겠지만 나는 백팩을 더 선호하는지라, 이번에도 백팩을 짊어지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끼는 가방이라서 마구 던져지다가 더러워지는 꼴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방수 커버와 타포린 백을 구입.
방수 커버는 10,000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걸로 두 개를 질렀다. 두 번 싸려고. 생각보다 배송이 빨라 금방 받아볼 수 있었는데 식초 비스무리한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생각보다 튼튼해 보인다. 고무줄이 들어가 있어 가방을 잘 감쌀 수 있을 것 같고.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넣은 후 방수 커버를 두 번 덧씌운 후 이케아의 타포린 백에 넣어 수하물로 부치면 끝.
슬슬 가방을 싸야 하는데 다행히도 두꺼운 옷이 필요하지 않은 나라다. 다만, 땀을 줄줄줄 흘릴 게 분명하니 얇은 옷을 여러 벌 챙겨야 할 듯. 예전에는 티셔츠를 적당히 접은 후 돌돌돌 말아서 지퍼백에 넣었더랬다. 부피가 줄어들고 옷의 주름도 덜하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여행지에서 넣고 꺼내기는 조금 불편했다.
네모난 상자 모양으로 형태가 유지되는 하드 파우치가 딱 좋은데 적당한 사이즈를 찾는 것도 어렵고 하드 케이스의 경우 무게를 잔뜩 늘리게 되니까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여행에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다이소에 가면 적당한 녀석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상자 모양이 유지되는 파우치는 없더라고.
대신 발견한 게 세탁망이다. 분명 세탁망인데 옷을 다 넣어서 꽉 채우면 네모낳게 모양이 만들어지더라고. 2,000원 밖에 안 하고. 세 개를 사들고 왔다. 원래는 그 날, 그 날, 입을 옷을 코디해서 넣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티셔츠는 티셔츠대로, 바지는 바지대로, 그렇게 분류해서 넣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모듈化(?) 해서 짐을 정리하면 이래저래 편하다. 국가대표 유니폼 세 벌, 포항 유니폼 두 벌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지에서 맘에 드는 티셔츠가 있으면 한 벌 정도 살까 싶고. 바지는 츄리닝과 반바지만 챙길 생각이고, 신발은 신고 가는 거 하나와 슬리퍼면 된다. 그 외에는 손전화와 태블릿, 충전기 정도면 되지 않을까?
환전은 모레 은행에 가서 받기로 했다. 달러 환율이 엄청나서 920 달러만 신청했는데 현지에서 얼마 정도 쓸지 대충 따져보니까 700 달러가 안 될 것 같다. 기념품 사고 어쩌고 하는 돈을 감안하지 않은 거니까 실제로 더 쓸지도 모르지. 남으면 가져오면 된다.
비행기 표 샀고, 숙소 예약도 마쳤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도 대충 알아놨고, 환전도 끝냈다. 가이드 예약도 마쳤고. 날짜 별로, 시간 별로, 움직이는 걸 예상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예약하고 나니 조금 홀가분해졌다. 여행 전 날에 퇴근하고 와서 짐 싸고 일찌감치 자는 것만 남았다.
여행의 즐거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떠나기 전의 설레는 순간이 최고 아닐까 싶다. 지금이 그 때이고. 두근두근한다.
가이드 북에서는 달러 바꿔치기에 대한 글은 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에 그런 내용의 글이 있더라고. 어디를 가더라도 돈이 든 가방은 반드시 가지고 있으라고 하더라. 잠깐 방심한 틈을 타 가방 속의 달러를 가짜 달러로 바꿔 놓는단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확인했다. 야만이라는 유튜버인데 곽튜브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덜컥 캄보디아에 갔더라고. 내가 원래 2월 20일에 가려고 했었는데 딱 그 때 갔더라. 프놈펜에 도착해서 5달러 짜리 마사지 샵에 갔다가 실망한 채 나왔고 저녁에 현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바꿔치기 당한 걸 알게 됐다. 마침 영상이 있어서 경찰과 같이 그 가게에 찾아가라는 조언을 받는 것까지만 나왔는데 지금도 저런 짓을 하고 있고나 싶어 안타까웠다.
다른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 돈 달라고 집요하게 쫓아오던데 자기 나라의 이미지 하락에 앞장서고 있는 게 참...
환전을 마치고 은행에서 봉투를 넉넉하게 가지고 왔다. 가이드에게 줄 비용을 하루 50 달러씩 나눠 봉투에 담았고, 나머지는 3등분 해서 봉투에 넣었다. 한 번에 잃어버리면 골치 아프니까 여기저기 나눠서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카드 결제가 100% 가능했고 일본에서도 ICOCA에 충전해서 썼기 때문에 현금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는 건 거의 처음인 듯.
이틀만 출근하면 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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