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했다. 리셉션으로 가서 체크 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를 못한다는 것 때문에 잔뜩 주눅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아저씨로의 진화를 마쳤기 때문인지 쪽 팔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안 들리면 안 들리는대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엄~ 엄~ 만 하면 하는대로, 그냥 막 들이댄다. 모든 대화는 Can I 내지는 Do you로 시작한다. ㅋㅋㅋ 자신감 있게 들이댔더니 영어를 잘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인지 다다다다~ 쏘아 댄다. 반도 못 알아듣겠다. 결국 또 "파든?"
플라스틱 카드 키의 보증금이 하루에 1달러란다. 나는 5일을 묵게 되니까 5달러. 10달러 짜리를 냈더니 리엘로 거슬러 줘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달러로 달라고 해도 리엘 밖에 없다고 할 거면서. 😑
대부분의 장소에서 1달러 = 4,000리엘로 계산을 했는데 여기는 4,050리엘로 계산을 하더라. 나중 일이지만 4,100리엘로 계산하는 곳도 봤다. 그래봐야 거의 차이가 없는 셈. 2019년에도 1달러 = 4,000리엘이었는데 4년이 흐른 지금도 환율에 변동이 없는 모양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향하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POP 팬이라고 하더라. 아... 음... 그러시군요. 하지만 나는 아저씨인지라 요즘 아이돌을 1도 몰라서... 게다가 자꾸 스퀴드 게임(Squid Game = 오징어 게임) 얘기를 하시는데, 유튜브의 요약본 봐서 스토리와 유명한 장면을 아는 거지, 제대로 본 적이 없...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 대장금 』인데...
방은 프놈펜에서 묵었던 두옹 찬 호텔의 반 정도 크기일까? 낡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조금 습하다는 느낌이 있긴 했는데 3만 원 짜리 방이 이 정도면, 뭐... (프놈펜의 호텔은 하루에 17만 원인데 특가 어쩌고로 10만 원에 이용했더랬다.)
발품... 아니, 손품을 팔면 훨씬 가성비 좋은 숙소도 있을 겁니다. 시엠립의 물가는 제법 비싼 편이라는 걸 일단 감안하시고요, 따뜻한 물이 나오면서 화장실이 딸린 방은 아무리 싸게 구해도 1박에 10,000원 넘는다는 것 정도를 감안하고 방을 잡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평일 숙박이라면 35,000원에 저보다 훨~ 씬 좋은 방을 잡을 수 있겠지만, 수영장 있고 24시간 세탁 서비스 지원하면서 식당과 바를 갖춘 숙소가 하루에 3만 원도 안 한다 생각하니 관광지 치고 나쁘지 않다 싶더라고요.
《 화장실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
《 밖에는 자그마한 풀이 있다. 목욕탕 타일인데다 물 위에 뭔가 둥둥 떠다니긴 하지만. 》
아침에 호텔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은 후 열 시간 가까이 공복인 상태였다. 버스에서 준 빵 쪼가리 하나가 전부였기에 배가 고파 식당부터 찾았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커다란 식당이 눈에 들어와 입구에서 메뉴를 들춰 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거의 없어 휑~ 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으니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메뉴를 들고 왔다. 아르바이트 하는 모양이다. 볶음밥이랑 쌀국수, 용과 주스를 주문했다.
《 제주도에서 처음 먹어봤던 용과. 여행 기간 동안 실컷 먹자고 마음 먹었다. 》
《 커다란 타이거 새우가 귀한 몸 담그고 계시던 쌀국수. 》
《 여행하는 내내! 돼지 고기든, 소고기든, 해산물이든, 볶음밥은 실패한 적이 없었다. 》
《 씨앗인지 무엇인지, 건더기는 위로 뜨고 주스만 가라앉는다. 》
용과 주스는 과하게 달지 않아서 좋았다. 의욕만 앞선 녀석이 '단 맛을 보여주마!'라고 큰 소리 치는 듯한 맛. 그래, 단 척 하는데 안 달다고 하면 기분 나쁠테니 달다고는 해줄게, 그런 정도? 볶음밥은 중국집에서 시켜 먹던 것과 비교해서 짜장 소스가 없는 것 말고는 다를 게 없었다. 쌀국수는 좀 싱거워서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랑 이것저것 넣어봤지만 만족스러운 맛으로 바꾸는 데 실패.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소스를 넣었다가 차마 입에 넣을 수 없는 음식으로 진화할까봐 두려워서 밍밍한대로 그냥 먹었다. 서빙하는 학생들에게 1달러 씩이라도 줄까 했는데 계산할 때가 되니까 사장으로 짐작되는 아줌마가 돈 받아 가는 바람에 팁을 주지 못했다. 접시에 깔아둘 걸 그랬나보다. 따지고 보면 팁이라는 게 서비스해줘서 고맙다고 추가로 주는 돈이잖아? 우리나라는 친절한 서비스가 기본이 되어버려서 팁 문화가 몹~ 시 어색했다.
《 조금만 걸어 나가면 펍 스트리트. 숙소 입지가 끝내준다. ㅋ 》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 툼 레이더 』를 촬영하는 내내 드나들었다는 걸로 유명해진 레드 피아노. 일단 보기만 하고 가지는 않았다. 레드 피아노 바로 옆에서는 챙~ 챙~ 거리는 소리가 특이했던 라이브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적지 입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분들이었다. 킬링 필드 때 여기저기에 지뢰를 심었는데, 문제는 어디에 심었는지 아무도 모른단다. 그래서 지뢰를 밟고 신체 일부를 잃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다들 구걸로 연명했는데 정부에서 그러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해서, 지금은 네 명 정도가 그룹을 이뤄 관광지에서 연주를 하며 기부를 받고 있단다.
레드 피아노를 끼고 옆 길로 들어서니 툭툭 호객꾼이 덤벼 들었다. 여기에서 무슨 툭툭을 타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아저씨들의 추접스러움이 잔뜩 묻은 녀석들이었다. 뭔 소리냐고?
"툭툭?" 하고 접근한다. "노 땡큐~"하면 "스페셜 맛싸~ 지, 오케이?"하며 따라온다. 저 스페셜 마사지가 뭐냐면, 성매매다. 성매매하는 곳으로 데려가주겠다는 거다. 첫 날은 못 알아들어서 그냥 무조건 노 땡큐~ 했었는데, 나흘 내내 저기를 지나다니다 보니 들리더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식 퇴폐 주점을 KTV라고 부른다. 여성 접대부가 나와서 나란히 서면 남자 손님들이 선택을 한다. 그러면 그 여자들이 술 시중을 들다가 성매매까지 하는 거다. 그런 곳으로 데려가는 건지, 좀 더 저렴한 업소로 데려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빠구리?" 이러고 있더라. 하아... 진짜... 바다 건너까지 기어 나가서 나라 이름에 똥칠을 하는 발정난 것들... 🤬 태국은 태형을 허락한다는데, 죄다 태국으로 보내서 볼기짝이 터지도록 줘 팼음 좋겠다.
덤벼드는 삐끼를 무시하고 지나가면 닥터 피시 영업하는 곳 근처에서 또다른 삐끼가 붙는다. 이 ㅺ는 일본 사람이냐며 접근해서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마리화나, 오케이?" 이러고 있더라. 정말로 마리화나를 팔겠다는 건지, 한국 사람이 마약이라면 기겁하니까 놀려 먹으려고 저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음 날도 지나갔는데 똑~ 같은 레퍼토리로 찝적대더라.
《 어느 가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본 안주. 땅콩은 땅콩인데 알 수 없는 녀석들이 섞여 있다. 》
펍 스트리트를 볼 시간은 많으니까, 대충 둘러본 뒤 숙소 근처로 돌아갔다. 숙소로 가는 길 중간에 마사지 샵이 두 개 있더라고. 먼저 만나게 되는 가게에서 마사지 받으라며 호객질을 하기에 노 머니~ 노 머니~ 하고 무시하면서 갔다. 그 다음에 나온 마사지 샵은, 어깨를 다 드러낸 옷을 입은 처자가 달려오더니,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걸 뻔~ 히 알 수 있게끔 가슴을 팔뚝에 비벼대며 마사지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호객하더라.
유튜브를 통해 지난 2월에 여행한 사람이 프놈펜에서 마사지 받는 동안 100달러 짜리 바꿔치기 당한 걸 봤기 때문에 마사지고 나발이고 받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었다. 어색하게 팔을 빼면서 노 땡큐~ 하고 부지런히 내 갈 길을 갔다.
숙소로 향하는 길 모퉁이에 깔~ 끔한 술집이 있었기에 바깥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앙코르 비어 두 개를 주문하면 세 개 준다기에 그걸로 달라 하고, 블로그에 올릴 글을 주절주절 썼다. 병 맥주를 잔에 따라줬는데 잔이 비니까 알아서 빈 병 가져가고 새 맥주를 가져다 줬다. 좋고만.
맘 같아서는 두 병 더 주문해서 세 병 더 마시고 싶었지만, 첫 날이니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숙소에서 24시간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기에 이용하기로 했다. 비닐 봉지에 옷을 넣어 가지고 갔더니 색깔 옷과 흰 색 옷을 같이 빨아도 되냐고 물어본다. 문제 없다고 했다. 건조기 돌려도 되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했다. 휴대용 저울을 가지고 와 무게를 재더니 얼마라고 알려주면서 지금 낼 건지 체크 아웃할 때 낼 건지 물어보더라. 지금 내겠다고 했다. 1.5달러였던가? 뭐, 그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주위에 1㎏에 1달러 받고 빨래해주는 곳이 있었던 것 같다. 거기보다 0.5달러 비싸지만 현지의 빨래 가게(?)는 영어가 안 되니까 그 값이라 치자고 정신 승리.
그리고 근처 슈퍼로 향했다. 냉장고에 참이슬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었다. 캄보디아의 진정한 K-Power는 소주가 아닌가 싶더라. 어디를 가도 있더만, 참이슬은. ㅋㅋㅋ
앙코르 비어가 없어서 캄보 비어를 세 개 사들고 수영장 옆으로 갔다. 아무도 없어서 유튜브 보면서 맥주를 홀짝거리다 자러 갔다.
《 결국 여기에 몸을 담그는 데 실패했다. 😭》
이번 여행은 잔잔한 바다 속에서 나풀거리는 미역 같은 여행을 하기로 했더랬다. 가장 큰 목적은 앙코르 와트를 직접 보는 것이었지만 그 외에는 최대한 널널하게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한 거다. 여기를 가야겠다, 저기를 가야겠다가 아니라, 숙소에서 빈둥거리며 손전화 쳐다보고 있다가 한 번 가볼까? 하고 움직이는 여행. 사전에 계획이 분 단위로 짜여지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내게 있어서는 굉장한 모험이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귀찮기도 하고 숙소에서 실컷 빈둥거리며 뽕을 뽑자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더랬다.
잠옷 겸 수영복으로 입을 바지도 챙겼는데, 결국 숙소의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데 실패했다. 프놈펜의 호텔에서도 물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뭔가 어색하더라. 역시 하던대로 해야... 😑
《 여기서는 수영장 위 천장에서 도마뱀 발견. 갤럭시 S23의 줌이 엄청나다지만, 이게 고작이다. 》
《 수영장에 동동 떠 있던 감 한 알. ㅋ 》
'『 여 행 』 >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캄보디아 여행 ⑪ 바푸온(Baphuon) (0) | 2023.03.20 |
---|---|
2023 캄보디아 여행 ⑩ 바이욘 (0) | 2023.03.19 |
2023 캄보디아 여행 ⑧ 프놈펜 → 시엠립 (자이언트 이비스 버스) (0) | 2023.03.18 |
2023 캄보디아 여행 ⑦ 뚜얼 슬랭 추모 박물관 (뚜얼슬렝 대학살 박물관) (3) | 2023.03.18 |
2023 캄보디아 여행 ⑥ 프놈펜 국제 공항 → 프놈펜 시내 (0) | 2023.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