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은 꼬박 여덟 시간 내내 진행되지 않는다. 밥 먹고 한 낮의 땡볕을 잠시 피했다가 오후 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점심은 뭘 먹겠느냐고 물어봐서 크메르 식으로 나오는 곳에 가고 싶다 했다. 그렇게 소개 받은 식당이 Sambo Khmer & Thai Restaurant.
《 깔~ 끔하다. 에어컨은 없지만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선풍기 덕에 시원했다. 》
《 대충 씹어 삼키면 뱃 속에 일렬로 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 밥. 》
동남 아시아에서 주로 먹는 쌀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보다 찰기가 적고 길이가 길어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굳이 적응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먹을 수 있는 정도니까, 거부감이 있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목은 프놈펜에서 먹어 봤으니 이번에는 록락을 주문했다. 맛은... 그냥 고기 볶음? 차뜨러꾼이라고, 모닝 글로리를 무친 것도 맛있다기에 시켜봤다. 다른 거 없이 모닝 글로리 무침만 먹어도 밥 한 그릇 비우는 게 가능하겠다 싶더라. 공부는 싫어하지만 문구는 좋아하기에 아침의 영광은 나름 좋아하는 브랜드였는데, 나의 호감에 보답하는 맛이었다. 😑
식당에 들어갈 때 툭툭 기사님은 안 들어오시기에 왜 안 들어오시냐고 물었더니 가서 불러 오더라. 설마 툭툭 기사님은 알아서 먹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 건가? 내 정서로는 같이 밥 먹는 게 당연한데 말이지. (밥 값은 내가 냈다. 가이드 비용과 별도.)
여행할 때 식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① 가이드 & 툭툭 기사님과 같이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비용은 내가 지불, ② 가이드 & 툭툭 기사님과 같이 식당으로 가지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알아서 먹고 계산도 각자, ③ 숙소로 데려달라 한 뒤 밥 먹고 나서 몇 시까지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식당으로 혼자 이동해 식사,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가이드 비용도 내는데 밥 값까지 내가 내야 하냐?'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② 또는 ③을 선택하면 될텐데 ② 같은 경우는 마음이 불편할 수 있으니 ③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나는 '밥 정도는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①을 선택.
숙소로 돌아가 잠깐 쉬다가, 14시에 다시 만나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길목마다 앙코르 패스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앙코르 와트를 감싸고 있는 해자를 지나... 》
《 쁘라쌋 끄라반에 도착. 툭툭에서 내리자마자 옷 팔겠답시고 덤벼 든다. 》
유명 관광지마다 옷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툭툭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부리나케 쫓아와 호객을 시작한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적정 가격의 3~5배를 부르는 게 기본인 듯. 관광객들이 많이 구입하는 코끼리 바지 같은 경우 3달러에 팔아도 이윤이 남는 것 같더라. 어딘가에서 주워 들은 바로는 1달러도 안 한다는 말도 있고. 그런 바지를 10~15달러 달라고 한다. 달라는대로 주면 호구 확정이다.
우리보다 벌이가 시원찮은 나라라고 해서 웃돈 주는 걸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적이나 성별, 나이 등과 관계없이 같은 가격에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옳지 않나?
아무튼,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기념품은 마지막 날에 살 생각이었기에 "노 땡큐~"를 연발하며 거절했다. 크메르어로 '비싸다'가 '틀라이'인데, 거절해도 집요하게 호객을 하면 '틀라이~ 틀라이~'하고 피하면 된... 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전해봤더니 어설프게 자기 나라 말을 하는 게 재미있는지 픽~ 하고 웃더니 가격을 낮춰 호객질을 계속했다. 😑
서기 921년에 지은 것이라 하니 1,100년이 넘은 건축물이다. 중앙 탑은 그럭저럭 남아 있지만 나머지 네 개의 탑은 상층부 대부분이 없어져버렸다. 벽돌로 지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 벽돌로 지은 건물에 저런 부조를 만들다니, 그저 감탄만... 》
니몰이 이것저것 재미있게 설명해줬는데 다 까먹었다. 녹음이라도 켜놓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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