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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2023 캄보디아 여행 ⓔ 시엠립에서의 둘쨋 날, 꽐라가 되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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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잠깐 쉬다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 오후 일정을 떠날 때 봤던 한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딱히 한식이 먹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프놈펜이나 시엠립에는 5달러에 삼겹살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한식당이 몇 개 있다. 지금은 가격이 올라 7달러 정도를 받는 것 같다. 외국에서 한식을 먹어보는 것도 경험이니까, 겪어보자고 생각한 거지.

식당 이름이 '김치'다. 구글 지도를 보니 Kimchi (Daebak1 Korean BBQ restaurant ) 라고 나온다. 시엠립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 '대박'인데, 이름을 바꾼 건가?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캄보디아 현지 직원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같이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4인 테이블로 안내를 해준다. 자리에 앉아 김치찌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 와...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이 진짜 한식이다. 》

반찬이 전~ 부 맛있었다. 한국에서 장사해도 맛집이라 소문날 정도였다.

 

 

《 기본 반찬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간만에 마시니 좋더고만. ㅋ 》

 

 

《 김치 찌개가 나왔다. 외국이니까 큰 기대를 안 했는데... 기똥차더라. 》

 

 

사업 수완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 설명할 수 없는 포스가 함께 할 것 같은 여 사장님이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체크를 하셨다. 다 먹은 잡채 그릇을 보더니 "반찬 더 드릴까요?"하고 물어보시더라. 괜찮다고, 공기 밥 한 그릇만 더 달라고 해서 밥 두 그릇을 비웠다. 남은 소주를 비운 뒤 인사를 하고 나왔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인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 맡겼던 세탁물을 돌려 받았다. 흰 옷에 물이 들면 어쩌나, 유니폼에 마킹한 등번호나 선수 이름이 녹아서 떨어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 무 문제없이 깔~ 끔하게 세탁이 되어 돌아왔다. 게다가 은은하게 향기도 나더라. 대체 뭔 섬유 유연제인지, 한 통 사들고 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오늘 입은 옷들을 또 맡길까 하다가, 그냥 다음 날 나온 빨래와 같이 맡기자 싶어 가방 한 구석에 처박아 뒀다. 샤워를 마치고 숙소 1층의 바로 가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블로그에 올릴 후기를 간단히 정리했다.

바텐더와 수다 떨고 있자니 털이 복슬복슬한 녀석이 꼽사리를 껴서 같이 떠들면서 맥주를 마셨다. 네 잔째를 비운 뒤 방으로 돌아갔다. 힘든 하루였으니 퍼질러 자야 했는데, 소주에 맥주가 섞여 버리니 객기가 발동! 좀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숙소 근처의 3달러 마사지 샵을 지나가려니까 어김없이 호객질. 일부러 가슴을 팔에 비비며 마사지 받고 가라 한다. 못 이긴 척 이끄는대로 끌려 갔더니 1인용 선베드에 눕힌다. 3초 정도 주무르는 시늉만 하더니 이내 다른 처자가 와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호객 전문과 마사지 전문이 구분되어 있다. ㅋ

마사지를 해주는 처자는 영어가 전혀 안 되서, 번역기로 몇 마디 나눴다. 그닥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는데 캄보디아는 우리보다 결혼 연령이 한~ 참 어려서,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5달러를 내니 2달러를 거슬러 줬는데 아까 날 끌고 온 처자가 팁! 팁! 이러더라. "이즈 낫 포 유!"하고 마사지를 해준 처자에게 다가가 2달러를 건네 줬다. 고스란히 그 처자의 수입이 될지, 사장에게 털릴지 모르겠지만.

 

 

《 펍 스트리트에 갔다가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자리를 잡았다. 》

 

 

 

 

 

《 해산물 시키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죽기야 하겠어! 라 생각하고 주문. 맛있었다. ㅋㅋㅋ 》

 

 

가게를 옮겨 더 마실까 하다가, 숙소 근처에서 먹자 싶어 다시 돌아갔다. 숙소 바로 옆까지 갔는데 길가에 나와 마시고 있던 툭툭 기사들이 말을 건다. 같이 마시자고 하더라. 방에 다녀오겠다 하고 일단 숙소로 들어갔다. 방에서 잠시 망설였다. 쟤들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보일 때마다 죄~ 다 말 걸어서 같이 마시자고 하는 것일텐데, 가겠다 했다 해서 갈 필요가 있나?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가기로 했다. 맨 정신이면 안 갔을텐데 이 때 이미 꽐라 언저리의 상태였다.

맥주 한 잔 시켜서 마시면서 수다 모드.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둘 다 결혼을 했고 애도 있단다. 아... 이 녀석들, 니몰(가이드)의 발작 버튼이다.

 

니몰은 가족을 나 몰라라 하는 가장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캄보디아를 잠시 겪어보니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아 선호 사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상당했다. 그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젖어 일부 툭툭 기사들이 그 날 번 돈을 술 마시고 노름하느라 다 쓰고 가는 걸 무척이나 한심해했다. 여행하다보니 실제로 많은 툭툭 기사들이 숙소 근처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숙소 앞에서 호객질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늦어졌다 싶으면 장사 접고 일 잔 마시는 거다. 꼬부라진 혀로 호객질하는 툭툭 기사도 봤다.

니몰의 남편은 달리 직업이 없는 듯 했는데 대신 주부로 활약하는 듯 하더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니몰의 픽업도 맡아 했으며 집안 일도 잘 돕는다고 했다. 원래 축구를 했다는데 캄보디아에서 축구 선수의 수입이 워낙 형편 없어 그만두고 사업을 했다가 눈탱이를 맞았단다. 그나마 니몰의 수입이 꽤 되는지라 남들 만큼은 사는 것 같더라. 자식들 교육에도 열성적이고.

열심히 사는 니몰도, 캄보디아의 다른 남자들과 달리 아내의 일을 돕고 가사에 적극적인 니몰의 남편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캄보디아에는 한 번 정도 더 갈 생각인데, 다음에 갈 때에는 니몰 남편에게 축구화를 선물하고 싶다.

아무튼.

 

애도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빨리 들어가라고 했더니 괜찮단다. 니몰이 들었다면 버럭! 화내고도 남았을 거다. 니몰은 대부분의 툭툭 기사들이 돈 벌어서 카드 놀이하고 술 마시느라 다 쓴 뒤 집에는 한 푼도 안 준다고, 그런 남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들 교육에도 신경 안 쓰고 막 산다면서.

술 마시면 집에 어떻게 가냐니까 툭툭 타고 간단다. "술 마셨는데 운전하고 간다고?"라 물었더니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한다. ㄷㄷㄷ

 

 

 

적당히 떠들다가 가겠다고 했더니 자기들은 더 마시겠단다. 조금만 마시고 빨리 집에 가라고, 테이블에 1달러 짜리 하나 깔아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내 딴에는 한 잔씩 사겠답시고 돈 깔아놓은 건데 생각해보니 한 잔 값 밖에 안 되네.

 

 

《 폴라포 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으로 하루를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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