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가 안동에 살고 있어서 만나러 갔다가 겸사겸사 둘러보고 온 게 첫 안동 여행이었다. 찾아보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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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는 곳을 아랫 동네로 옮기게 되어 쉬는 날이면 가까운 곳 위주로 여행을 다녔는데, 문득 안동 생각이 나 서 호다닥 다녀온 게 올해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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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 월영교에서 드론을 띄우면서 밤에 오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울 때 운전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야경을 찍으려면 안동에서 하루를 자고 와야 한다. 날씨 좋아지면 가야지, 가야지, 이러고 있다가 마침 이틀을 내리 쉬게 되어서, 집에서 빈둥거리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 냅다 숙소부터 예약하고 출발했다.
안동은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정작 하회마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다녀오기로 했다.
하회마을
《 옆으로 돌아가도 되고, 이 안으로 들어가 상점을 지나쳐 매표소로 향해도 된다. 》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조금만 걸으면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과 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거기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물론 걸어도 되고. 2023년 05월, 성인 기준으로 5,000원이었고 장애인이나 유공자는 면제 혜택이 있다.
다니다보면 유족과 유공자 본인을 완전히 동일하게 대우하는 곳도 있고, 유족은 안 된다며 유공자 본인만 된다는 곳도 있다. 민간 업체에서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건 자기들 마음이니 그러려니 할테지만 공영 시설이 저러고 있으면 규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획인하고 싶어진다. 며칠 전에 다녀온 춘천의 소양강 스카이워크 공영 주차장도 유족은 할인이 안 되던데, 보훈청에서 전수 조사라도 해서 할인이나 면제 혜택을 하나로 정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라에 공을 세운 이들과 그들의 가족인데, 나라에서 뭐 하나라도 더 해주려 드는 게 당연한 건데, 돈 안 되는 공짜 손님 취급하니 유공자증을 내밀 때마다 유쾌하지 않다. (그러고보면 태권 브이 박물관으로 알려진 '브이 센터'는 국가나 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코 저렴하지 않은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게 참 대단하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나 확인해보려고 검색했더니... 올해 1월에 폐관했단다. 아... 아아... 홈페이지도 접속이 안 된다. 진짜 없어졌나보다. 그 커다란 태권 브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 버스는 10분에 한 대 꼴. 걸어가는 사람도 여기서 입장권 확인을 받아야 한다. 》
《 입구 바로 옆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이용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
여기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만차일 경우 제1주차장에 세울 수 있게 안내했음 좋겠는데 아예 못 쓰게 막아놨다. 비수기라 그런건지, 하회장터를 거쳐 들어오게끔 강제하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 여기저기에서 오디가 보였는데 따먹어도 될 것 같았지만 양아치 짓이다 싶어 보는 걸로 만족했다. 》
호젓한 시골 마을 그 자체인지라 관광객만 없다면 정말 조용하겠다 싶더라. 잔잔한 시골의 풍경이 무척 맘에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 교회 건물도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다. ㅋ 》
《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어서 그걸 보는 게 참 좋더라. 》
뭔가, 기대한 것과 달랐다. 생각보다 크지만 생각보다 작은? 말이 안 되는 표현인데 실제 느낌이 그랬다. 꽤 규모가 있어 보이는데 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곳도 많았고, 또 실제 거주하는 분들이 계신 곳인가 싶어 함부로 들어가기 꺼려지는 곳도 있었다. 초가 지붕이든, 기와 지붕이든, 대부분 내부는 현대화된 것으로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는 게 편하지는 않을 게다. 문이 잠겨있는 집은 '안동 시내에 따로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두 집 살림하는 건가?' 싶더라.
《 원래는 저 모래와 풀때기가 있는 곳도 강이 흘렀을텐데... 》
《 벤치를 정말 멋지게 만들어놨다. 》
《 오랜만에 보는 그네라 올라서서 잠시 흔들어봤다. 》
《 물가가 열 배 이상 오른 현장. ㄷㄷㄷ 》
《 류성룡 선생이 『 징비록 』을 쓰신 곳이라 한다. 》
《 위에 오르면 아마도 이런 경치겠지. 정말 기똥찬 곳에 자리 잡았다. 》
《 400년 된 나무라 한다. 여전히 풍성하다. 》
《 하... 이 무슨... 》
사대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칠 때 예로 활용하면 되겠다 싶은 시였다. 강대국들이 지구 온난화 타령하면서 개발도상국들 쥐어짜는 것도 참 웃긴 게, 저들은 다른 나라 식민지로 만들어 가루가 되도록 갈아 먹어놓고, 독립한 나라들이 먹고 살겠다고 뭣 좀 하려 하면 나쁜 짓이라 질알 질알해대고 자빠졌다. 스페인의 무적 함대를 박살낸 이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소리 들어가며 세계 각국에 빨대 꽂아 쪽쪽 빨아먹은 나라의 여왕이 우리나라에 뭔 도움이 되었다고 저렇게나 물고 빠는 것인지, 무식한 나는 알 수가 없다.
《 시내에서도 보이는 걸 보니 하회마을만 다니는 버스는 아닌 것 같다. 》
세계 탈 박물관
《 전시 시간이 끝났는데 그대로 방치 중. 》
이것저것 잘 꾸며놓은 것 같긴 한데 희한하게 발길이 향하지 않는, 뭔가 천천히 둘러보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었다.
풍경 HOSTEL n LIBRARY
《 싱글룸을 예약했는데 더블룸으로 업그레이드! 》
《 내 방 침실도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북카페라 그런지 텔레비전이 없다. 아니, 텔레비전은 있는데 볼 수 있는 방송이 없다. 》
《 예전에는 여행 가서 책 읽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나도 가끔 그러고 있다. 》
이정식당
《 찜닭은 그닥 내키지 않고, 고등어 구이를 먹고 싶은데 2인분부터 된다고 해서 2인분 시켰다. 》
《 그냥 고등어 구이다. 안동이 아니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은 찜닭이 가장 유명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간 고등어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기에 고등어를 먹기가 쉽지 않은 안동이었고, 사람이 짊어지고 오는 동안 상하지 않게 하려고 소금에 절인 게 지역의 음식이 된 거다.
하지만 지금은 동해 바다보다 훨~ 씬 멀고 먼 노르웨이에서 가져온 고등어를 굽는다. 고등어 구이 정식이 12,000원인데 1인분은 주문할 수 없으니 저게 먹고 싶다면 24,000원은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고등어 구이가 무척 맛있긴 했지만 제주에서 15,000원(몇 년 전이니까 지금은 더 올랐을 게다.)을 주고 먹은 것과 맛의 차이가 없었다. 아무튼, 맛있게 먹긴 했다. 미역국은 오질라게 맛이 없었고, 김치와 이름 모를 반찬이 꽤 맛있었다. 서울과 달리 꾹꾹 눌러담아주는 게 지방의 공깃밥인데 공기 반, 밥 반으로 서울化 되어버려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월영교
밥을 먹고 나서 옆에 있는 빵가게(?)에 들러 빵과 커피를 샀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빵을 살 생각이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가격을 들어보니 나눠주고 자시고 할 마음이 아예 사라졌다. 그래서 그냥 내가 먹을 빵만 한 세트 샀다. 쪽쪽거리며 커피 빨면서 월영교로 가서 드론을 띄워 올렸다. 배터리 끼우는 걸 보더니 아저씨 한 분이 와서 몇 m나 올라가느냐, 몇 ㎞까지 날아가느냐를 물어보셨다. 드론을 보면 여자 분들은 와~ 하고 감탄하거나 손 흔들고 남자들은 제원이나 성능을 물어보신다. ㅋㅋㅋ
영상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커플(로 추정되는) 중 여자 분이 내가 마시던 커피를 보고는 누가 여기에 버리고 갔냐면서 뭐라고 하더라. 버린 거 아닌데... 손이 부족해서 잠시 둔 건데... 나중에 챙겨 가서 쓰레기 통에 잘 버렸습니다. 😑
어두워지고 나서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찍으면 참 예쁘겠다 싶은데, 문제는 '모르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 걸 막 찍어도 될까? '하는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얼굴이 나올 정도로 가까이 가서 찍어대는 게 아니니까, 물에 비친 모습을 찍는 정도니까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내 생각이지, 찍히는 사람들은 언짢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타고 날 찍기로 했다. 표 파는 곳으로 갔더니... 15분에 28,000원이다. 말도 안 되게 비싸다. 게다가 친절하지도 않다. 큰 배가 있는데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에 한 번 움직이는 걸로 되어 있더라고. 시간표를 보며 물어봤는데 "혼자 타시려고? 저 큰 배를?" 하면서 비아냥거리더라. 참으로 훌륭한 마인드다.
아래로 내려가기 전, 내리막길 왼쪽에 키오스크가 있는데 카드를 이용할 분들은 거기에서 미리 표를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국가 유공자 할인이 됩니다(저는 몰라서 일반 표를 사버렸네요. 🤬). 현금으로 구입할 분들은 아래에 내려가서 일하는 분에게 사시면 됩니다.
그 후 구명 조끼를 입고 안내를 받아 배에 오르면 됩니다. 파라솔이 고정되어 있는 기둥이 약하니까 잡지 말고 타라는데 달리 잡을 때가 없어서 애매했습니다. 배는 전동으로 움직입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오리배처럼 페달 굴리는 거냐고 묻곤 하던데 전동이라 스틱을 미는대로 갑니다. 다만, 밖에서 보면 꽤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실제로 타서 움직여보니 은근 속 터집니다.
《 적당한 고도에 올려놓고 추적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어두워서 추적을 못한다. 》
드론 배터리가 30% 아래로 떨어져 가는데 배 타는 시간은 꽤 남아서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돌아갔다. 크게 빙~ 돌아서 후진으로 파킹(?) 할 생각이었는데 '그대로 들어오세요!!' '벽 타고 들어오세요!!' 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돌리는 건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모양이지. 15분에 28,000원이면 진짜 비싼 건데 친절하다는 생각은 병아리 눈꼽 만큼도 들지 않았으니 내 평생 다시 이용할 맘은 없다.
낮은 고도에서 드론을 날리면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 머리 위로 10m 정도는 띄워야 한다. 하지만 드론이 내는 바람 소리가 엄청난지라, 그 정도로 띄워도 다들 드론이 날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슨 소리야? → 어?! 드론이다! → 뭐 찍나? or 누가 날ㄹ... 아, 이 아저씨구나~ 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이 된다.
날리고 있는데 여자 분이 지나가면서 "그런데 저렇게 무허가로 막 날려도 되는 거야?" 라고 하던데, 월영교는 비행 금지나 제한 구역이 아니고, 촬영 허가는 올해 말까지 미리 받아뒀습니다. 😭
(저런 의심은 당연한 거니까, 뭐. 나도 지리산 천왕봉에서 드론 날리는 사람 보고 신고해야 되나 고민하고 그랬더랬다.)
《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셨다. 500㎖ 한 캔이 무려 8,000원이나 한다. 》
너무 비싸다 생각했는데 커클랜드 팝콘을 같이 주시더라. 그러면, 뭐... (라고 하지만 그래도 비싸.)
《 에일 맥주는 내키지 않아서 라거와 IPA를 마셨다. 특유의 향이 있어서 좋았다. 》
《 배가 고파서 사들고 간 빵 중 딸기맛을 먹어봤다. 딸기 맛이 안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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