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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11월 04일 수요일 맑음 (포항 FA Cup 우승!!!)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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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병가를 썼다. 본인 질병을 사유로 휴가를 쓸 수 있는 게 1년에 30일이다. 보통의 ○○○들은 60일인데 우리는 ○○ 규정에 맞춰 30일이란다. 실제로 휴가를 신청하는 인트라넷에서 확인했더니 총 30일 중 10일 남았다고 뜨더라.

 

60일이냐 vs 30일이냐, 주말을 포함하느냐 vs 포함하지 않느냐가 애매했는데 30일이고 포함하지 않는다(내리 30일을 쓰지 않는 경우)는 답변을 들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또 물고 늘어진다. 예를 들어 팔이 부러진 경우, 수술하는 데 3일이 걸렸다면 3일만 쉬고 출근해야지, 팔 부러진 게 나아지기를 바라며 집에서 쉬는 일주일이 더해지면 안 된다는 거다. 실제로 외과 수술을 받은 사람이 30일을 내리 휴가 신청했다가 욕 얻어먹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외과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적인 문제니까, 게다가 진단서에 2주 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명시가 되어 있으니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일부러 점심 시간에 맞춰 들어갔더니 예상대로 아무도 없어 휴가를 신청하고 나왔다. 마침 근무 평가 기간이라 관련 자료를 일찌감치 보냈는데, 평가자인 사람이 메일에 답장을 보냈더라. 수고해줘서 고맙다면서.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은 자기한테 거슬린다는 이유로 내 근무 평가를 형편없이 줬고, 그것에 대해 따진다고 했을 때 이해해달라며 아쉬운 소리를 한 사람이다. 일을 크게 벌릴 수 있었지만 나도 옛날 사람인지라,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는 게 미덕인 줄 아는 사람인지라, 그냥 넘어갔더랬다.

그 사람이, 옷 벗고 나갈 때가 되니 고마웠네 어쩌네 하는 거다. 얼어붙었던 마음이 확~ 녹을 뻔 한 걸 간신히 다시 얼렸다. 부당한 평가와 대우로 손해 본 게 얼마인데. 지금까지 술 처 마시면서 내 뒷담화를 얼마나 깠는지 내가 뻔히 아는데. 진짜, 나쁜 ××.

 

8월과 9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2주 쉰다고 하니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게 느껴진다. 그렇겠지. 저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나는 한 달의 반을 놀면서 월급 다 받으니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겠지. 이해는 한다.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손해보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고.

하지만 W 같은 7H AH 77I 가 월급 도둑질을 하고 있으니 죄책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런 쓰레기가 한 달에 수백 만 원 씩 가져가는 것이야말로 억울해해야 하는 일 아닌가? 그러면서도 점심 굶어가며 일하는 내 뒷담화나 까고 자빠졌는데 말이지.

 


 

포항이 우승을 했다. 리그에서 막판 뒤집기하며 자판기 놈들 울리는 게 최고인데, 그건 실패했고 FA Cup에서 우승을 했다. 우승하자마자 포항 깃발과 쿠션을 들고 집 근처 언덕으로 쫓아가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회사에 전화해서 내일 근무자가 몇 명인지 대충 알아봤다.

 

2013년에는 일하는 도중에 리그 결승이 치러졌다. 쉬는 시간에 잠깐 나갔더니 무승부에, 거의 끝나가더라.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업무 도중 자리 비우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인지라, 포항의 우승이 걸려 있음에도 점수 확인만 하고 들어갔더랬다. 당연히 비겨서 준우승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판에 골 넣고 우승해버렸다.

 

포항 우승 기념이라며 음료수를 돌렸다. 당시 음료수를 마셨던 친구들은 기억이나 할까? 아무튼, 이번에도 포항의 우승 기념으로 햄버거를 돌리려 한다. 사무실에 전화해서 내일 근무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물어보고, 일단 서른 개를 주문했다.

 

K 리그 팬이 거의 없으니 포항의 FA Cup 우승 기념으로 햄버거 돌렸다고 하면 미친 놈 보듯이 볼 게 뻔한데, 그렇게라도 기뻐하고 싶다.

 


 

비가 온다고 해서 미룰까 했는데, 내일 그냥 전라도로 넘어가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햄버거 가져다 주고, 광주 넘어가서 아버지 묘 좀 정리하고, 순천에 사 세운 뒤 버스로 다시 광주에 가서 아버지 앞에서 소주 한 잔 마시고, 그리고 순천 넘어가서 하루 잘 생각이다.

 

분위기 봐서 전주를 가든, 충주를 가든, 다른 데 어디라도 다녀올까 싶고, 이번에 쉬는 동안 속초에는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원래는 한 번에 싸~ 악~ 움직이고 싶었는데, 그냥 쪼개서 다니기로 했다.

 


 

병원에서 새로 받은 약에 못 보던 분홍색 알약 반 쪽이 추가되어 있기에 수면제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여전히 한, 두 시간 만에 깬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약을 좀 조정해볼게요.'라고 하는데 말 끝나기 무섭게 "줄이는 건가요?!"라고 자동 반응해버린 내가 무섭다. 약에 의존하게 되는 건가 싶어서 걱정이 된다.

 

의사 선생님이 더 이상 맞춰주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맘에 안 들면 안 든다고 말하라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저 개자식을 찢어놓을 게 분명하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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