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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11월 18일 토요일 맑음 (추움/요양 종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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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더니 비는 안 오고, 눈이 조금 내린 모양이다. 좀처럼 눈 보기 어려운 동네인데다 올 겨울은 추울 거네, 안 추울 거네, 워낙 말이 다르니 갈피를 못 잡겠다. 아침에 유난히 일어나기 싫은 걸 보니 춥긴 추운 모양이다. 보일러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전혀 추움을 느낄 수 없는, 안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한 최강의 이불이 있긴 한데 좀 더 추워질 때 쓰려고 봉인 중이다. 인터넷에서 1+1으로 파는 이불을 사서 그걸 덥고 자는데, 털이 엄~ 청나게 빠진다. 마치 개 키우는 집구석처럼 되어가고 있다.

 


 

집은 좁은데 자~ 꾸 뭘 사질러대서,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면 사지 말자고 수도 없이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개나 줘버리고 커피 머신을 사버렸다. 회사에서는 드립백으로 두 잔씩 내려 마시고, 집에서 쉬는 날에도 한, 두 잔씩 마시고 있는데 드립백 사느니 커피 머신을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은 거지. 간편하게 캡슐형으로 사자고 마음 먹고 10만 원 살~ 짝 넘는 걸 샀는데, 캡슐 구입 비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멍청한 소비를 반복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통장에 남아있는 돈이 마치 내 돈인 것처럼 여겨서 절박함을 못 느끼니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차 값에, 대출에, 빚 투성이인데, 부지런히 모아서 빚부터 까내야 하는데, 그걸 내 돈이라 생각하고 막 써대는 거지. 다시 한 번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미 지른 거니 어쩌겠어. 한 잔 마셔봤다. 입이 저질이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캡슐 하나로 몇 잔이나 내려 마실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 일단 에스프레소 두 개를 뽑았는데, 한~ 참 검색해보니 캡슐 하나에 한 잔이란다. 에? 두 번째 내릴 때에도 커피 색으로 나오던데?

 


 

가끔 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제이 특공대'라는 게 있다. 자동차 정비와 관련된 건데 최근에 사고 차량의 엔진 문제로 정비하다가 엄청 화내는 게 올라왔더라. 고등학교 때 이후로 자동차 정비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짜증내는 그 심정을 절절히 이해하겠더라.

 

학교 다닐 때 컴퓨터 조립해달라며 견적을 의뢰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는데 주 용도를 따져 부품을 골라줬더랬다. 지금은 그래픽, 사운드, 네트워크,... 죄다 메인보드에 붙어 있지만 그 때에는 일일이 사야 했다. 당연히 부품 별로 성능과 가격 격차가 크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는 친구에게 굳이 고가의 사운드 카드를 추천해줄 필요가 없으니 이 정도면 되겠다고 견적을 내줬다. 그런데 얼마 후에 와서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가격이 이런데 왜 그러냐고 묻더라. 게임도 안 하는 애한테 부두 그래픽 카드 넣어서 견적 내어주는 식으로 해놨더라. 성능이야 내가 알아본 부품들로 조립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 가격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고.

 

뿐만 아니다. 컴퓨터 고쳐주러 가면 내부 케이블 정리는 아~ 예 안 하고 그냥 방치한 게 수두룩 하다. 백신 만큼은 제대로 된 거 쓰라고 그렇게 조언해줘도 소 귀에 경 읽기고.

 

자기 거라면 어떻게 해도 상관 없겠지만, 다른 사람 것을 다루면서 함부로 하면 정말 나쁜 ××잖아. 내가 혐오해마지 않는 그 ㅺ가 딱 저 꼴이다. 돈 받고 일하는데 대충 한다. 그 대충한 걸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거고. 정말 싫다. 얼굴 보는 건 고사하고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폭발해버릴 것 같은데, 내일부터 저 작자를 또 봐야 한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손으로 내 목숨 끊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최근에는 술이 과하면 '그냥 콱!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내 '누구 좋으라고, ㅽ!'하고 마음을 고쳐 먹긴 하는데, 회사 안 가고 쉰다고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남들은 논다고 부러워하는데, 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남한테 피해 안 주려고 도망 다니는 중인데, 그걸 쉰다고 부러워하면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부러우면 내가 괴롭혀줄테니 정신과 약 받아먹으며 쉬어보라 하고 싶다.

 

아무튼,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 남은 휴가는 3일. 12월에 몰아 놔서 한 달 반을 그냥 버텨야 한다. 꾹꾹 눌러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금산 여관 찾아가서 힐링하고 와야지.

 


 

오늘은 18시에 약속이 있어서 16시에 씻고, 머리 깎은 뒤 도서관에 걸어 갔다 와서 곧바로 약속 장소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니 할 일을 미뤄두고 있는 것 마냥 찝찝하다. 결국 15시에 씻고 나가서 머리를 깎은 뒤 차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빈 자리가 없어서 한 바퀴 더 돌던 중에 자리가 나서 잽싸게 주차. 책을 빌려 집으로 돌아온 뒤 약속 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알아봤다.

3㎞가 채 안 되는데 날이 추우니 걷기도 싫고, 그렇다고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자니 헬맷을 챙겨야 해서 번거롭다. 버스를 탈까 했지만 몇 정거장 안 가서 내린 뒤 한참 걸어야 하니 타나 마나다. 걸어서 40분 남짓 걸린다기에 일찌감치 나가 걷기로 했다. 운동도 할 겸.

 

오늘은 1차만 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도망칠 생각이다. 집에 와서 쉬다가 일찌감치 자야지. 내일부터 기 빨릴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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