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2부 리그로 떨어졌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만, 수원이 떨어지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몇 년째 아랫 동네에서 빌빌거리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 지금이야 자판기랑 전북이 돈 잘 쓰는 클럽이지만 한 때 수원을 따라갈 팀이 없었는데...
남패처럼 내려가자마자 올라오는 팀도 있지만 부산이나 전남처럼 수 년째 빌빌거리는 팀도 있다. 이랜드도 야심차게 투자하면서 첫 해에 바로 승격을 결정 지을 것처럼 어깨 펴고 나서더니 지금은 사방팔방에서 털리고 쭈그러져 있지. 감독만 바꿔댄다고 될 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텐데...
그러고보면 포항은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고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와의 권력(?) 배분도 잘 되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균열이 생기는 건 순식간이지만서도.
돈 많이 쓰는 팀이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의미에서 자판기가 리그 우승한 것도 당연하지만 2위를 차지한 팀과 3위를 노리는 팀이 지독히도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조금만 더 쓰면 우승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안 써도 잘 하네, 뭐~'라고 생각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은 포항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광주 원정인데 마침 쉬는 날이라 갈까 말까 엄~ 청나게 고민을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금산 여관 근처에 차 세워두고 버스로 광주 넘어간 다음 아버지 앞에서 소주 일 병 마시고 경기장 가서 맥주 마시며 응원하다가 숙소에 가서 마저 마시고 자면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문제는, 내일 돈 벌러 가야 한다는 거다. 내일이 주말이나 공휴일이라 꼰대들이 없는 상황이라면 부담이 덜해서 갈만 한데 평일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갈까 말까 계~ 속 고민했고, 그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망설이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이 계속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제 열 시가 넘어버렸으니 아버지한테 들리는 건 무리. 바로 경기장으로 향해야 한다. 차를 가지고 가게 되니 술은 마실 수 없다. 경기를 다 보고 숙소로 돌아간 다음에야 한 잔 마실 수 있을 게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아무래도 내일이 걱정되어 좀처럼 떠나자고 마음을 먹기가 어렵다. 내일 아홉 시에 출발한다 해도 집에 도착하면 열두 시 무렵이 될 터인데, 한숨 자고 간다 해도 몸이 많이 무겁지 않을까? 게다가 다음 주에 이틀 내리 쉴 때를 이용해 통영에 굴 먹으러 가기로 마음 먹은 상황이라 그냥 집에 처박혀 있자 싶기도 하고.
하아...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중계 보면서 맥주 마실 가능성이 높다. 떠날 거라면 글 쓰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당장 짐 쌌겠지.
방문객 2,000명 돌파는 결국 하루 뿐인 이벤트였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 날 이후 다시 1,0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더 떨어지긴 하는데 이러다가는 500명대로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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