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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5월 01일 수요일 맑음 (망가진 몸뚱이/포항 승리/여행 준비 상황)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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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 날이다. 지난 해 이맘 때에 썼던 일기를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WJB ← 이 개자식 때문에 썩어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스트레스를 켜켜이 쌓아갔더랬다. 이게 불과 1년 전이다. 이 때에는 1년 후에 ㅇㅇ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굉장히 바랐던 일이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워낙 작았으니까.

바닥을 찍어서인지, 지금은 무척이나 행복하다. ㄱㅅ에서 보냈던 시간과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불만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산다.

 


 

운동하는 날이어서 한 시간 반 넘게 걸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할만 했는데 한 시간이 넘어가니 왼쪽 무릎과 오른쪽 오금이 아파왔다. 아니, 뛰는 것도 아니고 고작 걷는 걸로 통증이 느껴진다고? 이런 몸뚱이가 되어버린 건가? 부정하고 싶지만 나이 먹는 걸 감출 수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몸뚱이가 하루, 하루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라 늙어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자각할 때마다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있는지라 일요일 아침에 공 차러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긴 한데 매 주 나가는 건 쉽지 않고, 평일 저녁마다 배드민턴이라도 쳐야겠다 싶긴 한데 자꾸 망설여진다. ㅇㅅ에도, ㅂㅇ에도, 작은 클럽이 있는 것 같은데 당최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것 같지 않고, 그나마 30분 거리의 조금 먼 곳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한 번 다녀와볼까 싶긴 하다. 문제는, 차가 꽤 험하게 달리는 도로라서 바이크로 가도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 정도? 그리고, 내일 다녀온다고 해도 몽골 여행 때문에 일주일 넘게 다시 못 가게 되니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몽골에 다녀온 후 미리 연락을 하고 하루 정도 간 보러 다녀올까 싶다.

 


 

원래는 20시까지 남아 일하다 오려 했는데, 포항의 경기가 있는 날이기에 18시가 넘자마자 퇴근을 했다. 바로 집에 오지 않고 근처 닭집에 들러 옛날 통닭을 한 마리 포장해서 가지고 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000원이었는데 지금은 9,000원이다. 물가가 어지간히도 올랐다.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벼락 같이, 너무 뜬금없이 선제 골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골을 시작으로 네 골이나 들어갔다. 3: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내리 두 골을 주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떠올랐지만, 다행히 추가 골을 넣고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정재희 선수가 공식 경기 첫 해트트릭이라는데, 직접 가서 보면 좋았겠지만 텔레비전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ㅋㅋㅋ

 

경기가 끝나고 나니 21시. 머리를 밀어야 하기에 보일러를 켜고 빈둥거리다가 씻으러 들어갔다. 일본에서 사들고 온 이발기로 머리를 밀었다.

오늘 산책하면서 머리를 심으려 한다니까 같이 걷던 사람들이 다들 '잘 생각했다'면서 좋아하더라. 머리 박박 밀고 다녀서 인상이 험악했는데 다행이라면서. ㅋㅋㅋ   그 정도인가?

머리 심고 싶은 생각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가성비가 워낙 똥망이라 실행 가능성은 제로였다. 그런데 최근에 광고하는 걸 보니 임플란트처럼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치과도 다녀야 한다. 토요일 진료가 가능한 병원 하나 잡아서 매주 토요일마다 가려고 한다. 다행히 바이크 덕분에 어렵잖게 왔다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구글이 장거리 도보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추천해줬다. 일본에서, 오사카를 출발해 오카야마까지 가겠다고 걷다가 포기한 일이 생각났다. 하루에 30㎞ 정도를 걸었고 120㎞ 정도를 걸은 뒤 포기했다. 의지박약의 화신인지라 동료가 있었다면 참고 걸었을지도 모르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힘들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장거리 도보 여행에 도전하고 싶지만, 아마도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공부하는 동안 후지산에도 다녀오고, 아이슬란드 여행도 해냈으며, 장거리 도보 여행도 (실패로 끝났지만) 해봤으니 나름 만족한다. 그리고, 그걸 충실히 기록해놓은 덕에 지금도 가끔 읽어 보면서 회상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 쓰는 일기도, 나중에 그렇게 되면 좋겠다.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면서 언제 죽어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최근에 교통 사고를 당했는데, 크루즈 모드로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트럭이 밀어버렸단다. 뽑은 지 얼마 안 된 차는 수리비만 800만 원이 나왔다고 한다.

저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젊었을 때 온갖 일을 다 겪어서 30대부터는 그나마 고만고만한 삶을 살고 있지만, 바이크를 타고 있을 때 졸음 운전하는 트럭이 밀고 들어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적당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의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이크 구입도, 몽골 여행도,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결정한 거고.

 

하지만... 정작 몽골 여행이 다가오는데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어서 불안하다. 나란 사람은 분 단위로 계획을 짜는, 극 J형 인간인데 이번 여행은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 말고는 아~ 무 것도 안 했다.

현지에서 여행 상품을 선택하겠다는 이유 때문인데, 7박 8일의 고비 사막 코스가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안 된다면 울란바토르에서 시간을 보내고 3박 4일짜리 패키지라도 다녀올까 싶다. 그렇다 해도 대충 짐이라도 꾸려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 있다.

 


 

원래는 오늘 축구 보고 나서 짐을 좀 싸려고 했는데, 경기가 끝나니 21시, 지금은 22시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돈 벌러 가려면 자야 한다. ㅋ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퇴근해서 짐을 싸던가 해야겠다. 그리고 모레 오후에 두 시간 일찍 퇴근해서 인천으로 가야 한다. 인천의 숙소에서 자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면 된다. 지금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모레라 생각하니 조금 두근거리기는 한다.

 

전반기는 몽골에서 별을 잔뜩 보고 오는 것이 목표다. 후반기에는 일본에 다녀와야지. 그 전에, 고모 모시고 어디라도 다녀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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