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5일 토요일 맑음
자다가 눈을 떴더니 또 세 시 반. 세 시에서 세 시 반 사이에 한 번씩 깬 지 30년이 넘었다. 이 정도면 참으로 지고지순한 불면증 아닐까 싶다. 세월이 흘러 나아지거나 나빠지거나 할 법도 한데.
손전화 만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라면 사러 다녀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ㅈㅇ 선배네 집에 가서 고기를 얻어 먹고 왔는데 그 때 보니까 근처 편의점에 한창 유행하던 대왕 컵라면이 있더라고. 아, 그, 왜~ 유튜버들이 죄다 들고 와서 먹었던, 여덟 명이 먹을 분량이라는 거대한 컵라면.
29일에 회사에서 단합 대회를 하는데 그 때 그 라면을 먹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었더랬다. 그런데 구하기 힘들다고 포기하더라. 차를 하~ 도 안 탔으니까, 간만에 차도 굴릴 겸 해서 다녀올까 싶더라고.
그래서, 새벽에, 네 시 반에, 출발했다.
바이크로 갔던 길을 차로 달렸다. 새벽이라 한적해서 좋더만.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ㄸ삘이 강하게 왔다. 최대 세 번까지 참는 게 가능하다는데, 묵직한 ㄸ삘이 한 차례 지나가는가 싶더니 두 번째를 느낀 순간 이건 못 참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지간하면 참고 참다가 집에서 방출하고 싶었는데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팍! 든 거지.
일단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거대한 컵라면과 비빔면을 하나씩 들고 계산하러 갔다. 사은품이랍시고 어묵탕 두 개 얹어 주더라. 계산을 마치고 근처에 화장실이 있냐고 여쭈었더니 "남자 화장실이요?"라고 물어본다. 그 때에는 급해서 그냥 "네!" 하고 말았는데, 대체 왜 물어 봤을까? 그 새벽에 내가 여자 화장실을 찾을 이유가 없잖아. 누가 봐도 몽골 남자인데. (⊙_⊙;)
네 자리 숫자를 눌러야 문이 열리는, 야박한 화장실 인심을 가진 동네였기에 알려주신 번호를 계속 읊조리면서 옆 건물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두 개의 사로가 있어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더니 천만다행으로 여행용 티슈가 놓여 있더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나가려 했지만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가 빛을 보겠다고 장에서 뛰쳐나가는 바람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근래 보지 못한 거대한 녀석이라서 물이 제대로 내려가는지,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까지 마치고 차로 돌아갔다.
2024년 05월 26일 일요일 비옴
당직 근무. 아침 일찍 들어가 텔레비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책도 좀 보고, 일본어 공부도 할 생각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아무 것도 안 했다. 스물 네 시간을 텔레비전 보면서 보냈다. ㅋㅋㅋ
2024년 05월 27일 월요일 맑음
퇴근하고 집에 가면 이불 빨러 다녀와서 바이크 엔진 오일을 갈 생각이었는데, 막상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만사 귀찮아졌다. 결국 이불 빨래도 실패, 바이크 엔진 오일 교환도 실패.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잠깐 자고 일어나 또 빈둥거렸다. 일찌감치 딥 슬립.
2024년 05월 29일 수요일 맑음
회사의 단합 대회가 있는 날. 오전에는 일을 하고, 14시에 사무실에서 나와 집에 들렀다.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회사 숙소 앞에 있는 테니스장으로 이동. 이런저런 게임을 준비했던데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하면 재미있다. ㅋㅋㅋ
첫 게임은 고깔 쓰고 깃발을 찾는 게임이었는데 가위바위보에 져서 내가 하게 됐다. 2등했나 3등 했나 기억이 안 난다. ㅋ 피구 한 게임 하고 나서 말 하지 않고 몸 동작만으로 문제를 내서 맞추는 게임을 했는데 팀장이 '영화'를 뽑아왔다.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야 했는데 내 차례에 『 서울의 봄 』이 나왔더라고. 바로 모자 벗고 머리 탁탁 치니까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 다 뒤집어지고. 정작 우리 팀 사람들은 갈피도 못 잡은 채 애먼 대답만 내놓고. ㅋ
시간이 금방 흘러 퇴근할 때가 되었고, 그 때부터 음주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바이크를 타고 갔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고 그냥 퇴근했다. 집에서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화요일에 잔뜩 마신 덕분에 술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안 마셨다.
2024년 05월 30일 목요일 맑음
팀원들을 다 좋아하지만 유일하게 싫어하는 녀석이 하나 있다. 복직했을 때에도 있던 녀석인데 아직도 여기에 있다.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는데 그냥 싫다. 굳이 이유를 찾아낸다면 찌질해서? 하는 짓이 엄청나게 찌질하다. 예를 들면 혼자 서랍에 과자 놓고 있다가 슬그머니 꺼내서 야금야금 먹는다던가, 일 안 하고 딴 짓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힘든 척 한다던가. 관종이라 사방팔방에 말 같잖은 소리 늘어놓고 떠들어대는 녀석이다. ㅇㅈㅂ처럼 그냥 뒈져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아닌데, 하는 짓을 보면 '꼴값 떨고 자빠졌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예전에는 나 말고는 대부분 그런 걸 못 느꼈는지 공감을 못하던데, 최근에는 그 찌질함을 아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아무튼,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사무실에서 엎드려 질질 짜는 등 여전히 같잖아서 볼 때마다 싫었는데, 어제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단합 대회에서 이탈하더니, 오늘 아침에 부고를 전해 왔다.
일과를 마치고 조문 가라고 했으면 당연히 안 갔을 건데, 거리가 멀어 오전에 다녀오라기에 갔다 오기로 했다. 친하지도 않고 오히려 내가 저 싫어하는 걸 뻔히 알 정도인데, 그래도 슬픈 일이니까 위로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동료 세 명을 태우고 내 차로 부지런히 내려갔다가, 한 시간 반 정도 머무른 뒤 한 명을 더 태워 다섯 명이 같이 올라왔다. 덩치가 큰 남자 직원이 조수석에 탈 줄 알았는데 여직원이 옆에 타서 좀 당황했다. 남자 직원이 한 명 뿐이고 다 여자 직원이라 남자 직원이 한참 후배라 해도 조수석에 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자 직원이 옆에 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한 마디 할 걸 그랬다 싶다.
불과 며칠 전에 차를 하도 안 타서, 오랜만에 좀 굴려야겠다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다녀왔는데, 그 걸 바보 짓으로 만들겠다는 것처럼 왕복 여덟 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피곤해서 다녀오자마자 딥 슬립.
원래는 회사 동료들과 에버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아이가 있는 동료가 연간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데 6월 초에 끝난다고 해서, 그 전에 다녀오자고 한 거지. 그 얘기를 듣고 두 명이 같이 가겠다고 해서 팀이 만들어진 거고. 그런데 동료가 상을 당해서 계획이 틀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사무실에 가서 시간 외 근무를 하고, 근처 세차장에 들러 5만 원 주고 세차를 했다. 차가 너무 더러웠는데 한 시간 반만에 말~ 끔해졌다. 오늘 시간 외 한 걸 고스란히 세차비로 써버렸지만 모처럼 깔끔해진 차를 보니 기분이 좋다. 문제는, 시골이라 금방 더러워진다는 것이고.
오늘 새벽에 키보드를 질렀다. 며칠 전에 맥주를 마시다가 키보드에 쏟았는데 그 뒤로 키보드가 맛이 갔다. 혼자 아무 키나 막 눌러지더라고. 키 캡을 뽑아내고 닦았는데도 그러기에 일단 양지 바른 곳에 고이 모셔두고, 새 키보드를 알아봤다. 하지만 2024년에 106키 방식의 기계식, 그것도 체리社의 청축을 쓰는 키보드를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여차저차해서 겨우 9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녀석을 찾게 되었고, 살 수 있을 때 사자 싶어 같은 회사의 다른 모델로 두 개를 질렀는데... 손전화로 질러놓고 나중에 컴퓨터로 확인해봤더니 둘 중 하나는 106키 배열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 확실하게 아니라고 하면 주문 취소라도 할텐데, 사진을 봐도 어떤 사진은 106키로 나오고, 어떤 사진은 104키로 나오니 환장하겠다. 다나와에서는 106키로 소개되던데. 월요일 도착 보장이니까 퇴근하면 와 있지 않을까 싶다. 106키 아니면 반품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멜빵 달린 바지를 즐겨 입었었는데, 갑자기 그 바지가 생각나서 한참을 찾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나온다. 멜빵 바지는 가슴께에 멜빵이 달려 있는 오버롤과, 허리 부근에 달려 있는 서스펜더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내가 찾는 건 서스펜더인데, 죄~ 다 오버롤, 그것도 여자들 옷만 나온다.
《 이게 오버롤 》
포기하려던 찰라, 간신히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비슷한 녀석을 찾아냈다. 무신사에서 팔고 있던데 마틴 플랜이라는 브랜드. 10만 원이 넘는다. 스타일 24에서 만 원도 안 주고 산 바지만 입고 있는데 10만 원 넘게 주려니까 속이 쓰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사이즈를 놓고 고민했는데 46 사이즈가 허리 30이라기에 그걸로 골랐다.
오늘 오전에 도착했기에 잽싸게 꺼내어 입어 봤는데... 허리가 터지려 한다. 반품하고 한 치수 큰 걸 사는 게 맞는데... 귀찮아서 그냥 입기로 했다. 숨 참고 단추를 채워야 채워질 정도인데, 이걸 계기로 뱃살 좀 빼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만약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서 뱃살을 빼지 못한다면, 10만 원 넘는 바지는 장식품이 되고 만다. 저 바지 입기 위해서라도 기를 쓰고 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ㅇㅇ 올라와서 운동을 하도 안 해서 살이 잔뜩 올랐으니, 다음 주부터 하루 한 시간씩 달려서 살 좀 빼야겠다.
오마이뉴스에 덕림병사라는 곳이 반딧불 성지라고 소개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오늘 저녁에 제1회 마을 축제가 있단다. 다녀올까 하다가 매스컴의 위력을 우습게 보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렇잖아도 입소문이 나서 사람이 점점 늘어 주말에는 바글바글하다는데, 기사까지 났으니 오늘은 미어 터지지 않을까? 6월에는 평일에 쉬는 날이 많으니까, 광주 다녀올 때 휴가 하루 더 쓰던가 해서 평일에 가보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19시부터는 김천 원정 경기가 있다. 내비게이션을 실행해서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봤더니 바이크로 가도 세 시간이 안 걸린다. 하지만 꽤 먼 거리라서 바이크는 내키지 않고... 차로 갈까 싶다가도 막상 가려면 귀찮다. 숙소를 잡고 하루 자고 와야 하는데 김천에는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고, 무엇보다도 얼마 전까지 생활하던 ㄱㅅ이 코 앞인지라 가고자 하는 의욕이 점점 사그라든다. 글 쓰고 있는 지금이 15시 좀 안 됐는데 세 시간 걸린다고 치면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아마도 빈둥거리고 있다가 인터넷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은 어쩐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기 싫은 이유도 있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는 거 봐서 공 차러... 아니다. 살 빼려면 무조건 가야겠다. 바이크 타고 가야지. 아침에 공 차러 갔다가 점심 무렵에 사무실에 들어가서 시간 외 근무 좀 하고 나와야겠다. 다음 주에 또 당직이고, 당직 마치면 강화도에 1박 2일로 놀러 간다. 강화도에서 들릴 곳도 좀 알아봐야 하는데... 아니, 그 전에 몽골 여행 후기랑 영상 올려야 하는데... 만사 귀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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