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소니가 훅~ 갔지만(이번에 서비스 센터에 다녀와서 다시 한 번 느꼈다. ◉_◉), 소싯적에는 어마어마한 브랜드였다. 음향 기기는 물론이고 텔레비전 같은 가전도 굉장했더랬지. 없이 사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알바해서, 남대문 시장을 헤매며 워크맨 사러 다녔던 기억이 생생한 나는, 21세기의 ¼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소니빠다.
그래서 인생 첫 무선 이어폰도 소니의 WF-1000X M1이었고, 형편없는 연속 재생 시간에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WF-1000X M3를 사는 바보 짓을 하고 만다. 다시는 소니의 무선 이어폰을 사지 않겠다고 질알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M4는 건너뛰고 M5 나오면 고민해봐야겠네 어쩌네 하다가, 무선 충전기 준다는 데 혹~ 해서 결국 M4를 질러버렸다. (╯°□°)╯︵ ┻━┻ (사은품으로 받은 무선 충전기는 만 원도 안 하는 싸구려 구닥다리였다. ㅽ)
뭐, 노이즈 캔슬링이야 자타가 인정하는 수준이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손전화 앱과 연동해서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다는 게 참 좋았다. 제발 이번에는 광고에서 떠든대로 연속 재생 네 시간만 가라~ 가라~ 하고 빌었건만... 이번에도 사기였다. 연속 재생 네 시간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세 시간 넘으니 숨 넘어간다고 난리더라. 노이즈 캔슬링도 끄고, LDAC 끄고, DSEE Extreme 끄고, 주변 소리 인식도 끄고,... 뭘 다 꺼야 다섯 시간인가 여섯 시간인가 간다는데, 그럴 거면 비싼 무선 이어폰을 사는 이유가 있냐고오~
아무튼, 그냥 저냥 썼다. 비싸게 주고 사긴 했는데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 1년이 넘도록 사용 시간이 50시간 언저리였다. 겨울에는 귀가 시려워 헤드폰을 썼기 때문에 이어폰은 한동안 찬밥 신세이기도 했고.
구입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제품에 배터리 이슈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배터리 품질이 불량해서 재생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거다. 서비스 센터로 보내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기에, 유닛만 달랑 바꿔주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제품을 보내준다기에 냅다 보냈다. 그랬더니 내 제품은 멀쩡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지 않다, 왼쪽 유닛만 배터리가 훅~ 간다, 세 시간도 못 버티는데 문제 있는 거 아니냐~ 하고 징징거렸더니 그럼 왼쪽 유닛만 교환해주겠단다. 새 제품 받은 후기가 즐비하던데, 나는 지지리 복도 없지.
그리고 구입한 지 2년이 지나... 이제는 오른쪽 유닛이 완전히 맛이 갔다. LDAC 끄고, DSEE Extreme 켠 상태에서 한 시간을 못 버틴다. 왼쪽 유닛은 80% 이상 남아 있는데 오른쪽 유닛은 20% 남았다며 충전하라는 경고가 뜬다.
2년 썼으니 배터리 수명이 다 된 모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사용 시간이 60시간도 안 되는데 이런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소니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직접 수리 센터에 가지고 가서 접수해도 된다더라. 아는 오프라인 서비스 센터는 압구정 밖에 없는데 마침 강남 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압구정에 가지고 가도 되냐니까 거기는 서비스 센터가 없어졌단다. 와~ 압구정에서는 물건 파는 것만 하는고만. 이렇게 무너졌나, 소니가?
그나마 다행인 건, 서울 남부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인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서초 서비스 센터가 있더라. 비가 엄청 퍼붓는 와중에 방문했더니 태블릿으로 접수해달라고 한다. 천지인이 아니라 QWERTY 자판이라 불편했지만 꾸역꾸역 주소까지 찍어 넣으며 접수를 마쳤다.
무선 이어폰은 무상 보증 기간이 2년인데 나는 2년이 지나서 유상으로 처리된다, 한쪽 유닛만 교환하는 데 54,000원이 드는데 배터리 이슈가 있는 제품이라 50%인 27,000원을 받는다라고 안내하더라. 배터리에 문제 있는 제품을 팔아먹었으면 몇 년이 지나도 무료로 바꿔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게 내 생각이지만, 세상이 내 생각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그냥 알겠다고 했다. 30분 정도 걸린다기에 기다리겠다고 했다.
수리하는 도중에도 방문객이 오고, 전화 문의가 와서 내 제품에 제대로 신경을 쓰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게다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이상하다를 연발했다. 시간은 이미 40분을 넘겼고.
새 제품으로 바꿔서 등록을 하려 해도 오류가 난다며, 이유를 모르겠단다. 그러면서 사용하던 제품이 맞냐고 확인을 한다. 지난 주까지 썼고, 배터리 100% 채운 뒤 일부러 안 쓰고 가지고 왔다 했더니 뭔가 문제가 있단다. 그러면서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택배로 받는 게 어떻겠냐고 묻더라.
다른 볼 일이 있으니 그걸 보고 오면 받아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잠실로 가서 산리오 × K 리그 굿즈를 사며 시간을 보냈다. 계산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지 못했고, 내가 다시 걸어서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품을 찾으러 갔더니 충전기에 문제가 있단다. 그래서 인식이 제대로 안 된단다. 대체 멀쩡한 게 뭐야? 왼쪽 유닛 교환 받았지, 오른쪽 유닛 교환 받았지, 충전기에 문제 있지. 쯧.충전기는 일단 제품 인식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손전화와 블루투스 연결하는 데 관여하지 않으니까 그냥 써도 될 거라며,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돈 내고 충전 케이스만 따로 사야 할 거라고 하더라. 알겠다 하고 27,000원 결제한 뒤 인사하고 나왔다.
집에 오면서 잠시 사용해봤는데 바꾸기 전처럼 한 시간만에 배터리의 80%가 사라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사용했는데 20% 남짓 줄어들었더라. LDAC 끄고 DSEE Extreme 켜놓은 상태였는데, 블로그를 뒤적거리다 보니 LDAC 켜는 쪽이 훨씬 낫다기에 그렇게 설정해놓고 얼마나 가나 써볼 생각이다.
하이엔드급 무선 이어폰인데, 참 속 썩인다. 얼마 전에 M5 뽐뿌가 강하게 왔는데 조금만 참으면 M6 나올테니 버티자는 생각으로 지갑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M6가 나와도 사게 될랑가 어쩔랑가 모르겠다. 하도 당해가지고.보스에서 빨간 무선 이어폰을 콩나물이 아닌 디자인으로 내놓는다면, 그 쪽으로 갈아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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