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비번이었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안 봐도 비디오다. 틀림없이 잤을 거다. 화요일에도 오전 내~ 내~ 자더니, 오늘도 출근한 지 한 시간도 안 지났을 때부터 숙면을 취하더라. 어이가 없다.
내 자리는 창쪽 벽 보는 자리 되시겠다. 왼쪽에 창이 있고, 앞에는 벽이 있다. 동료 직원은 오른쪽과 뒤쪽에 앉아 있고. 오른쪽에 있는 직원이 지난 주부터 오전은 거의 자면서 보내기에 적잖이 짜증스러웠다. 화요일에도 그러더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자더라. 에어컨 바람이 바로 향하는 곳이라 상당히 춥게 느껴지는 곳인데 그 때문에 외투를 걸치는 건 이해한다. 문제는, 외투를 앞으로 걸친다는 거다. 외투로 상반신을 다 덮으면 팔은? 팔은 어디에 있냐고~ 외투 안에 있다고~ 그 자세로 그냥 자는 거다. 아무리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한들, 기본 상식이 있으면 저 따위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
한 명이 저 질알 떨고 있는 것도 꼴보기 싫어 숨질 지경인데 뒤쪽에 있는 동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뒤에 있어서 내가 잘 볼 수 없어 확신은 못하겠지만, 걔도 오전 내내 잔다. 대충 들어보니 근무 시간에 처 자는 걸로 유명하더만.
어지간해야 못본 척 하지, 이건 아니다 싶어 결국 한 마디 했다. "그만 좀 자세요! 대놓고 자네!" 라고 했던 것 같다. 일기에 쓰려고 정확한 워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순간 잊어버렸다. 젠장.
목소리가 아~ 주 쬐끔 컸다고 생각했는데, 사무실에 다 들릴 정도로 컸던 모양이다. 뒤쪽에 앉은 동료는 화들짝 놀라 깨고, 오른쪽에서 정신 놓고 자던 동료도 움찔! 해서 깨더니 그 뒤로는 안 잔다.
꼭~ 싫은 소리를 하게 만드는고만.
내가 월급 주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해치지 말아야지. 사무실 의자에 푸~ 욱~ 틀어박혀 미동도 않고 한~ 참을 자는 게 할 짓이냐고. 졸음이 오면 화장실에 다녀오든, 바람을 쐬든, 커피나 차를 마시든, 깰 생각을 해야지 대놓고 퍼질러 자고 자빠졌다. 본인들보다 입사가 빠른 사람들, 계급이 높은 사람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진짜, 한심하다.
팀장님이 휴가를 갔기 때문에 대리 업무를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싫어하는 동료가 만든 파워포인트를 봤는데... 하아~ 진짜, 가관이다. 초등학교 때 방과 후 수업으로 ITQ 파워포인트 수업 들은 애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다.
표랍시고 만들어놨는데 어디는 위쪽 정렬, 어디는 가운데 정렬, 어디는 아래쪽 정렬, 중구난방이다. 게다가 색깔이나 글꼴도 전혀 통일이 안 되어 있고. 난잡하다, 난잡해. 지적하고 고치라 하자니 손을 대야 할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라서 그냥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 뒤 적당히 고쳤다. 여전히 맘에 안 드는데 최대한 원본 유지하는 가운데 보기 좋게 편집만 했다. 승진에서 떨어질 때마다 처 울고 질알 염병하는 ×인데 파워포인트 쓰는 거 보면 승진되면 미스터리 다루는 유튜브에 제보해야 할 지경이다.
지하 체력 단련장에 내려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트래드 밀에서 좀 걸었다. 어제 혼자 공 찬다고 설쳐대는 바람에 정강이가 아파서 뛰지는 못 하겠더라고. 그런데 좀 걷다 보니 괜찮다 싶어 8에 맞춰 놓고 뛰었다. 10분 걷고, 5분 뛴 뒤 다시 5분 걷고 내려왔다. 그냥 운동을 마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밖으로 나갔더니 숨이 안 쉬어진다. 진짜, 밥솥 안에 들어간 묵은 쌀이 된 기분이다. 꾸역꾸역 쥐어짜내어 두 바퀴 돌고 씻으러 갔다.
호다닥 샤워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정리 좀 하다가, 저녁 먹고 남아서 마무리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한약 먹는 동안은 술도 마시지 말고 고기도 먹지 않기로 했는데, 버텨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지고 말았다. 그것도 배달비와 치킨 가격 인상이라는 양아치 짓으로 망해가고 있는 교촌 치킨 따위에게. 노랑 통닭 시키고 싶었는데 이 동네에는 없더라고.
배달은 당연히 안 되고, 포장 주문은 가능한데 40분 걸린다고 하더라. 망설인 덕분에 주문이 늦어지고 말았는데, 20시에 주문했더니 21시에 찾으러 오라 한다. 하아...그나마 다행인 건 가게 앞이 주차하기 편하다는 것. 어두워지고 나면 바이크 타기가 무섭다. 차로 가야 하는데 주차가 힘들면 내키지 않는다. 차로 가면 얼추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빈둥거리다가 시간 맞춰 가야겠다. 오면서 맥주 사고. 한약 먹은 뒤로 일주일 넘게 금주했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한 잔 먹어야지.편의점의 네 캔에 12,000원 행사하는 맥주 중에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있는 게 참 드물다. 닭 받아들고 오는 길에 파는 편의점이 있어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일이 광복절. 아무리 생각이 없다한들, 광복절 하루 전에 술 마시는데 일본 맥주 먹는 건 좀... 그러니, 오늘 만이라도 국산 맥주를 마시자. 테라가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옛날 사람이라 하이트가 최고인데. 편의점에 가서 고민해보는 걸로.
한약을 먹고 있긴 한데, 약 먹겠답시고 꾸역꾸역 밥 챙겨 먹었더니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고 말았다. 어제, 오늘 땀 흘린 덕분에 2㎏ 정도 빠지긴 했는데, 저녁에 맥주 마시고 자면 또 찌겠지. 내일은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 좀 하고, 체력 단련장에 가서 좀 뛰다 올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다시 찍게 될 거다.체력이 하도 엉망인지라 한 달 정도는 한약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지금 먹는 것만 먹고 말자 싶기도 하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문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문제,... 뭐가 문제인지 다 안다. 그러면서 한약 먹는다고 나아질까 싶기도 하고.
할인 마트가 위치한 아파트에서 갑자기 외부 차량 주차를 막는 바람에 가는 게 아주 번거로워졌다. 고모께 드릴 홍삼을 사려면 가야 하는데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장 보러 간다기에 괜찮으면 부탁 좀 할 수 있냐니까 흔쾌히 사다 줬다. 차에 실어뒀다가 월요일에 우체국을 통해 보냈다.화요일 저녁에 전화가 왔다. 잘 받았다고. 그런데 뜬금없이 흑염소 얘기를 꺼낸다. 할인 마트에 흑염소도 판다는 거다. 그런 건 본 적이 없는데...아니, 무엇보다 좀 짜증이 났다. "사서 보내지 말라니까~" 라고 하면서, 아는 집이 흑염소 액기스 사다 먹는데 좋다더라는 말은 왜 하냐고. "그래서, 사서 보내라고?" 하고 물었더니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흑염소가 좋다더라."라고 하신다. 하아...비행기 표와 숙소 비용만 70만 원 넘게 들어가는 여행에 50만 원만 내고 가려하는 친척 누나도 그렇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니까 7년(이라고 치면 한 달에 4만 원이니까 7×12×4=336, 얼추 350만 원은 들어갔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싶은데.) 넘게 홍삼 보내고 있는데 흑염소 타령하는 고모도 그렇고, 내가 엄청 버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근무 시간에 자빠져 자는 것들 보면서 나무라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쥐꼬리 만큼 받고 있는데. 황금알까지는 아니고, 구리 정도? 구리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려 덤벼드는 꼴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
같이 여행 가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고, 연락도 그만 해야겠다. ㄱㅅ에 있을 때 술만 마시면 전화해서 주정 부린 게 미안해서라도 좀 잘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런 맘이 싹 사라진다. 에효...
슬슬 닭 받으러 갈 시간이다. 닭 받아들고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맥주나 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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