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2주 동안 청소를 하고, 9월부터 야금야금 짐을 옮기기 시작해서 여행을 다녀온 뒤 이사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계획은 그랬다.
청소하러 간 집은 도저히 사람이 산다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고,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사람 사는 집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화장실 청소만 이틀을 했다. 다용도실 하루, 베란다 하루,... 그렇게 청소를 하다가 진이 빠져버렸다. 정작 중요한 거실과 안방은 하는 둥 마는 둥 끝내고 말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쌓인 스트레스가 풀려야 하는데 오히려 잔뜩 적립한 상태로 돌아와 버렸고, 연휴 기간 동안 조금씩 짐을 나르겠다는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회사 동료들이 이사를 도와준다고 했지만 신세를 지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결국 돈을 주고 사람을 쓰기로 했다.
거리로 따지면 7㎞쯤? 신호에 걸리지 않으면 7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 20만 원 밑으로 부르는 사람이 드물다. 희한하다. 10만 원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거든. 포장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차에 싣고 내려서 옮겨주면 되는 건데 말이지. 심지어 40만 원, 50만 원 대를 찍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말이가, 방구가.
짐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데, 차에는 큰 짐 위주로 싣고 나머지는 내 차로 잔잔하게 옮겨도 된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빈둥거렸는데, 오늘 접이식 행거를 접어 옷부터 나르고 나니 이게 아닌데 싶더라. 접이식 행거 네 개와 옷만 날랐을 뿐인데 진이 빠졌다. 세 번을 왔다 갔다 했다.
미리 상자에 좀 담아둬야 정리도 좀 할 텐데 그냥 포기했다. 낮술이나 퍼 마시기로 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상자에 잡동사니들을 담고 책상만 분해해 놓을 생각이다. 책당도 그대로 차에 싣고 싶지만 분해하지 않으면 문 밖으로 낼 수가 없으니까...
모니터와 컴퓨터는 내 차로 옮기면 되고, 트럭으로 짐을 다 옮기면 내일은 하루종일 회사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며 보낼 생각이다. 여차하면 금요일도 휴가를 써서 짐 정리를 할까 싶은데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서두르지 말고 대충 부려놓은 뒤 주말을 이용해도 되고.
그러고 보니 토요일에는 자동차 정비를 받아야 한다. 다녀와서 사무실에 들어가 밀린 일 좀 하다가 정리를 해야겠다. ㄱㅅ에서 이사와 간신히 짐 정리를 마쳤는데 다시 이사라니... 그래도 월세 안 내고 살 수 있어 다행이긴 한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 또 이사 어쩌고 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감기가 오래간다. 아무래도 돌아올 때가 시작이었나 보다. 열은 안 나는데 자꾸 기침이 나고, 눈이 아프다. 코로나인가 싶어 간이 키트로 검사도 해보고, 음식 냄새와 맛도 확인해 봤는데 코로나는 아닌 듯하다. 오늘은 일단 낮술을 마시고, 일찌감치 퍼질 생각이다. 내일 이사를 90% 정도 마치고 나서, 보증금 돌려받고 어쩌고 하고 나서 9월 안으로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1월에 또 일본에 갈 계획이었는데 지금 포항 꼬락서니를 보면 괜히 돈, 시간 써가며 나가서 후회할 듯하니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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