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24일이 되면 중학교 때 즐겨듣던 UP의 1024가 떠오르고, 이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는 생일을 보내고 나면 올 해 다 갔고나 싶고, 금방 11월, 12월이 지나 새 해가 된다.
중간 관리자가 쉬는 날이라 대신 해야 하는 날이었고, 잠깐 회의에 참석한 뒤 팀원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려고 모이라 했는데, 어지간해서는 울리지 않는 내 자리의 전화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한 통은 교육 시간을 물어보는 전화였고, 다른 한 통은 관리비를 내지 않은 걸 알려주는 전화였다.
당연히 낸 줄 알았는데, 뭐가 그리 정신 없었는지 지난 달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밀린 걸 포함해서 이번 달 관리비를 납부했다.
별 거 아닌데,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 나 자신을 믿고 있었는데, 요즘 자꾸 까먹는다. 몸에 안 좋다는 짓을 골라 하고 있으니 나이 먹으면 고생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지금을 즐기겠답시고 까분 결과가 너무 일찍 돌아오는 것 같다. 요즘 뭔가 깜빡깜빡 할 때마다 겁이 난다.
일본 여행은 포기했다. 포항의 요코하마 원정에 맞춰 일본에 다녀올까 했는데, 여러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일단은 올 해 두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또 나가는 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필 11월에 해외 여행을 가는 동료들이 많아 조금 눈치가 보였다. 게다가 요즘 포항의 성적이 좋지 않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통장 사정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었으니까 안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여행은 포기했지만 남아있는 일주일의 휴가는 다 써야 한다. 이번 달에 4일을 쓰고, 다음 달에 3일을 쓰려고 나름 머리를 굴렸다. 4일을 내리 쉴 때 통영을 갈까, 제주를 갈까, 통영 찍고 제주를 갈까 고민 중이다. 제주를 가려니까 그 돈이면 일본 다녀오는 게 낫지 않아 싶어 그냥 내륙으로 돌아다닐까 싶기도 하고.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몽당 연필이 몇 자루 생겼는데, 연필 뒤에 끼워 쓸만 한 것을 찾아봤더니 500원 정도 하더라. 그런데 배송비가 3,000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인지라 다이소에 없나 알아보다가 스테들러에서 나온 걸 봤는데 가장 저렴한 곳도 18,000원에 팔고 있다. 거기에 꽂혀 하마터면 살 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예전 같았음 질렀을텐데, 잘 참았다.
내일 다이소 가서 파는 게 있는지 알아보고, 없음 그냥 말아야지.
집에 와서 맥주를 마시다가, 유튜브에서 볼 게 없어서 간만에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알아봤는데, 세상에나! 『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무료로 올라와 있다!!! 정말인가? 설마~ 하고 클릭해봤는데 바로 재생된다. 일단 보고 싶은 장면 위주로 빨리 돌려가며 한 번 봤다. 내일 헤드폰 끼고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즌 6를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 씰 팀 』 시즌 7이 나왔더라. 올 여름부터 시작한 모양이다. 여러 가지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짠할 때가 많아서, 복잡한 감정으로 보고 있다.
오늘은 에피소드 3까지만 보고 잘 생각이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에 갔다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려올 생각이다. 생일이랍시고 스스로에게 선물 정도는 줘야겠다 싶어 스테이크라도 썰까 하다가, 회전 초밥 가게에 가서 밥 먹고 오면 어떨까 하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내일 사무실에 가봐야 알겠지만, 정작 도서관에 갔다가 순대국밥 먹고 올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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