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맑음 (형편없는 프레젠테이션/답답한 발야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11. 13.
반응형

 

 

오전 내내 두 달 동안 붙잡고 있었던 일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다다다다~ 떠들어댄다 해도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아 아홉 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여덟 시 반 무렵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정비를 담당하는 이들이 바로 와서 원인을 알아봤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고, 결국 휴가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계속됐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서 아홉 시 20분 무렵 발표를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프레젠테이션 하는 걸 보면서 써놓은 걸 보고 그대로 읽을 거면 발표를 왜 하냐는 둥, 레이저 포인터로 밑줄 긋고 이리저리 흔들어댄다는 둥, 온갖 트집을 다 잡았는데 정작 내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형편 없는 것 같다.

일단, 듣고 있는 동료들 대부분의 눈이 반은 감겨 있었다. 뭐, 재미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강의를 듣는 사람이 졸린 건 무조건 강사 탓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탓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학원에서 강의할 때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시선 끌고, 칠판 탕! 탕! 때려가며 설쳐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떠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졸려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에효...

다들 지루해하니까, 빨리 끝내야겠다 싶어서 다 건너뛰어버렸더니 한 시간 만에 끝났다. 두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고, 나름 재능도 있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점점 형편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발표할 일이 있으면 연습이라도 부지런히 해야겠다.

 


 

오후에는 운동을 했는데 늘 하던 족구가 아니라 발야구였다. 공을 굴려주는 투수는 없고, 제자리에 놓고 차는 건데 여직원들이 있으니 남자들은 축이 되는 발을 고정한 채 인사이드로만 차는 패널티가 있었다.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힘을 모아 차는 재주가 없어서 간신히 코 앞에 떨궈놓거나 어중간한 자리까지 차는 게 고작이었다. 다들 엄청 멀리 찰 줄 알고 잔뜩 물러났는데 공이 별로 뻗어나가지 않으니까 의아해하더라.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공을 놓고 마음껏 차지 못하니까 답답했다. 내일은 축구한다던데 한 시간이라도 제대로 공 좀 찼으면 좋겠다. 체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물건에 수명이 있고, 그 수명이 다하면 멀쩡해보여도 버려야 한단다. 수건 같은 건 1년이 수명이라서 매 년 새로 사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게 안 된다. 너무나도 멀쩡해보이는데, 이걸 왜 버려?

장바구니에 수건 열 장을 넣어놓고 결제 버튼을 누를까 말까 며칠을 망설이다가 아직도 못 누르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낡은 옷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 갈 때 입는 꼰대 스타일의 옷 안에 입는 언더 셔츠도 그렇고, 여름에 티셔츠만 입기 그래서 입는 언더 셔츠도 그렇고, 오래 입어서 여기저기 실밥이 풀리고 난리도 아니다. 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맞는데, 아직 버리기에는 멀쩡해 보이기도 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일하기에 부랴부랴 몇 벌 사긴 했는데, 그렇다고 지금까지 입었던 옷들을 버리기는... 역시 망설여진다. 노인들이 퀴퀴한 물건들을 꾸역꾸역 쥐고 있는 걸 보면 왜 저러나 싶은데, 내가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날 잡아서, 큰 맘 먹고 버리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일이다.

 

내일은 팀 회식이 있는 날이다. 싫든 좋든 꽤 마셔야 할테니까 오늘은 술 마시지 말고 그냥 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