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여덟 시 반에 숙소를 떠나 도서관에 간 뒤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려 아홉 시 반 무렵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출발해서 점심 무렵에는 ㄱㅅ에 도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태블릿 붙잡고 빈둥거리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바람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배가 고파 컵라면에 밥까지 말아먹고 나니 열 시가 되어버렸고, 그 시각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쌀쌀해서 바이크로 가는 걸 포기했다. 차로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는데, 도착했더니 빈 자리가 하나 보여 바로 세웠다.
일본 소설 코너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집어들다보니 여섯 권. 마지막 한 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선택했다. 『 비밀 』에 감정이입이 지나치게 되는 바람에 그의 작품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아 안 본 책이 많을 줄 알았는데 거의 다 봤더라.
집에 책을 가져다두고 출발. 서두르지 않고 짐을 꾸린답시고 꾸렸는데도 이것저것 빼먹었다. 잘 쓰지도 않지만 어쩐지 있어야 할 것 같아 선글라스도 챙겼는데 출발하고 나서 보니 없었다. 돌아와서 보니 책상 위에 있더라. 아마도 카메라랑 같이 챙긴답시고 카메라 옆에 두고 그냥 간 모양이다.
카메라 놓고 간 건... 진짜... 하아... 카메라 배터리부터 챙기고, 전용 보조 배터리까지 챙겨놓고 정작 카메라는 두고 갔다. 이런 멍청할 때가...
졸음이 몰려와 휴게소에 들러 몬스터를 마시며 잠을 쫓아냈고, 차에 밥을 먹인 뒤 다시 출발했다. ㄱㅅ에 도착하니 세 시간 넘게 운전했더라.
오랜만에 만난 동료에게 카드와 신분증을 넘겨주고 술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못 샀다. 정규직 직원이 있어야 살 수 있는데 계약직 밖에 없어서 팔 수가 없다고 한단다. 하아... 혹시라도 이런 일이 있을까봐 미리 좀 알아봐달라고 얘기했건만.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다음에 보자고 인사를 나누고 바로 진주로 향했다. 태양을 보면서 달려야 해서 선글라스가 몹시 아쉬웠다. 게다가 어느 정도 가다보니 어두워져서, 정말 싫어하는 밤에 운전하는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차가 거의 없고 깨끗하게 닦인 도로를 달렸다는 것.
게스트하우스는 비대면 방식으로 체크인이 진행됐다.
《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면 방마다 도어락이 또 달려 있었다 》
《 옥상에 올라가면 주위를 볼 수 있다. 저 멀리 진주성의 야경이 보였다. 》
《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어서 7번 방을 예약했는데 방 번호가 저렇게 되어 있어 특이했다 》
《 저 멀리 보이는 진주성의 야경 》
《 게스트하우스 앞에 주차 공간이 있긴 한데 빈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차를 세웠다 》
《 갑자기 불이 팍! 켜지기에 CCTV로 보고 계시다가 켜주신 건가 싶었는데, 센서로 켜진 듯 하다 》
《 목욕탕 굴뚝이 사방에 솟아 있던 게 신기했다 》
《 간판은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내부는 진짜, 완전, 제대로, 옛날 슈퍼! 》
옥상에서 적당히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노랑통닭에 마늘치킨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물을 사들고 왔고. SKT에서 한 달 단위로 갱신하는 혜택 중에 편의점 할인이 있거든. 1,000원을 결제하면 700원만 받는다더라고. 그래서 그게 되는지 물어봤는데, 안 된다더라. 맥주랑 1+1 상품은 안 되는 모양.
기다리고 있다가 치킨을 받아들고 옥상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포크, 수저 안 받는다는 옵션에 체크가 되어 있는 걸 모르고 주문하는 바람에 아~ 무 것도 안 와서 손으로 집어 먹어야 했다. 오랜만에 먹는 거라 기대가 엄청 컸는데, 먹자마자 실망했다. 치킨은 맛있었지만 마늘 소스에서 알싸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아닌데... 예전에 시켜 먹던 곳이 유난히 잘 한 건지, 이번에 시켜 먹은 곳이 못하는 건지, 노랑통닭의 마늘치킨 자체가 너프된 건지...
홀짝거리며 먹다가 쌀쌀함이 느껴져 정리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맥주 여섯 캔 중 다섯 캔을 마시고 한 캔이 남은 상태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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