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때문에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부족한 잠을 채우려고 21시가 넘어갈 무렵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심심해서 켜놓은 유튜브 영상 때문인지 이상한 꿈을 몇 차례 꾸었고, 서너 번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세 시에 또 눈이 떠졌고, 한 시간 가까이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했으니까, 지금 바로 자야 두 시간을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잠을 청해봤지만, 한 시간 가까이를 뒤척거려야 했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오른 손목에서 울리는 진동 때문에 눈이 떠졌다. 손전화 알람이 우렁차게 울리고 있었다. 딱 10분만 더 잘까? 엄~ 청 고민했다.
가까스로 유혹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빠져나와 씻으러 들어갔다. 보통은 물을 맞으면서 잠이 깨기 마련인데 한동안 멍~ 하더라. 다 씻고 물기를 닦아내고 있는데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온습도계가 꺼져 있는 걸 발견했다. 벌써 고장인가? 싸구려라 그런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거실에 붙여놓은 같은 제품을 뜯어내어 확인해보니 배터리 교체식이다. 배터리가 다 됐다 생각하고 교체해보기로 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니 퇴근하고 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지저분하게 뜯겨진 양면 테이프가 자꾸 걸린다. 퇴근하고 저것도 다시 붙여야겠다.
출근해서는 시간이 꽤 잘 갔다. 어영부영 바빴다.
저녁으로 동태탕이 나왔다. 물에 담근 생선을 가열하는 건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최악의 식단이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예전 같으면 아예 안 받았을 거다. 먹을 생각조차 안 했던 음식이다. 지금은 그나마 국물 조금 떠먹고, 살도 발라 먹는다.
반찬으로 나온 비빔 국수는, 간이 심심해서 맛이 없었다. 오늘 먹은 밥, 10개월을 통틀어 최악이 아닐까 싶다. 뭐, 워낙 수준이 높은지라 최악이라 해도 남들이 볼 때에는 배가 불렀다 소리가 나오겠지만.
예정했던 시간보다 20분 가량 일찍 퇴근했다. 전남과 부산의 준 플레이오프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드론을 건드리지 않았으니 드론 업데이트를 하면서 축구를 봤다. 업데이트가 끝나니 전반이 절반 정도 지났더라.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는데, 광양전용구장의 상태가 처참하다. 저런 잔디에서 공을 차야 하는 선수들이 안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잔디가 거의 벗겨져 맨 땅 수준인 측면에서는 공이 놀지 않는다. 중앙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질이 떨어진다. 게다가 전남은 비기기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으니 소극적이다. 부산의 공격이 훨씬 활발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더 하더라. 전남은 교체 선수가 들어가자마자 팔꿈치로 상대 얼굴을 찍어 퇴장 당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퇴장 당해도 싸다 싶은데 왜 억울해하는지 모르겠다. 미안하지 않은가?
경기장 수준도, 경기력도, 형편 없었다. 저 따위로 관리된 곳에서, 저 따위 경기를 보여주는 게 돈 내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싶더라.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저런 경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코리아컵 결승은 내일 저녁에 티켓 판매가 시작된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가는 쪽으로 99% 기울었다. 15시 경기라는 게 컸다. 그 와중에 경기 내내 서서 박수치고 노래하는 사람만 찐 팬입네 어쩌네 하는 쪼다 새끼가 짖어댄 걸 봐서 영 언짢더라. 네가 젖 빨고 있을 때 나는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강릉에서 목이 쉬도록 노래 부르고 있었단다.
준 플레이오프가 너무 재미 없었는데, 다행히 여자 배구는 엄청난 경기를 보여줬다. 기업은행이 쫄깃한 승부 끝에 이겼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건 즐거운 일이다.
맥주를 세 캔 비웠고, 네 번째 캔을 딸까 고민했지만,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그만 뒀다. 방으로 돌아와 일기를 쓰고 있자니 금방 22시가 넘어간다. 23시에는 자야 하는데.
내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반을 빨리 퇴근한다. 토요일에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까, 도서관에 미리 다녀오고 싶지만, 내일 다녀오면 다음 반납일도 금요일이 되고 만다. 2주 만에 반납할 생각으로 조금만 빌릴까 싶기도 하고, 그냥 토요일 아침 일찍 다녀올까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고민 중.
상급자들이 줄줄이 출장을 가서, 졸지에 최선임이 되어버려 부담스러운 내일이다. 아침에 회의도 들어가야 하고,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까 모르겠다.
연필 깍지 사달랬더니 그냥 쓰라고 스테이들러 2㎜ 샤프를 사줘서, 샤프 심은 내 돈 주고 샀다.
샤프 심을 깍는 녀석을 심연기라 하더라. 스테들러 제품으로 샀다.
독일 회사의 일본 지사에서 판매하는데 만든 건 독일이다. 희한하다.
독일어 발음과 영어 발음이 어찌 되는가 모르겠지만, 우리는 스테들러라 쓰고 읽는데 일본어로는 스텟도라~ 가 된다. 가타가나 받아쓰기를 만점 받을 수 없는 예로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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