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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5년 01월 02일 목요일 맑음 (주절주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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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첫 일기 되시겠다. 오늘은 주저리 주저리 끄적거릴 게 많다. 일단 승진 얘기부터.

 

어렸을 때, K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중 『 TV 손자병법 』이라는 게 있었더랬다. 등장 인물들 이름은 삼국지에서 따왔는데 당시에는 손자병법과 삼국지가 무슨 관계인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촉빠 양산형 삼국지 뿐이었기에 아무 이유없이 유비를 응원(?)하고 그랬었다.

지난 해 3월에 돌아가신 오현경氏가 만년 과장이라 불리며 구박도 받고 부하 직원들에게 꼬장도 부리는 역으로 나왔었는데 회사 내 계급 같은 걸 전혀 모르면서도 드라마만 보고 과장이 참 만만한 직업이라 생각했다. 나이 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기업에서 과장 달고 버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2018년에 휴직하기 전, 승진 후보 1순위였다. 그대로 2019년을 맞이했다면 승진을 했을 거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었기에 승진이고 나발이고, 그냥 휴직하고 일본으로 도망 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죽든, 다른 누군가가 죽든, 누군가는 죽을 게 분명했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와 바로 승진할 거라 생각했는데, 복직 후 첫 심사에서 떨어졌다. 복직해서 일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런가보다 싶어 마음을 추스렸는데, 그 다음 심사에서 또 떨어졌다. 상실감이 어마어마했다. 휴직 전에도 일 못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복직하고 나서도 짧은 기간 동안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더랬다. 그런데 자꾸 미끄러니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미끄러졌고, 내 순위는 한~ 참 뒤에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휴직 전에 1순위였으니까 돌아가면 당연히 1순위일 거라 생각했는데, 안일했다. 그렇게 계속 승진 심사에서 밀려 동기들은 물론이고 후배들한테 줄줄이 밟히게 되었다.

 

 

승진에 큰 욕심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고, 떨어지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내심 속은 쓰렸더랬다. 지난 해에 있었던 심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다음 심사에서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나는 승진 안 해도 된다며 쿨한 척 했지만, 이게 내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걸 간과했다. 내가 앞을 막고 있으니 내 후배들도 줄줄이 승진이 막히는 거다. 내가 빨리 승진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데, 졸지에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올해 중간 관리자가 이래저래 많이 신경쓰고 챙겨줘서 조금 욕심을 내봐야겠다 싶던 찰라, 마지막 승진으로부터 12년이 지나 근속 승진 대상자가 되어버렸다. 12년 동안 한 번도 승진을 못했으니 정규 승진 대상과 별도로 심사해서 승진 시키겠다는 거다. 승진한 지 그렇게나 됐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일 잘 한다고 그렇게 칭찬하면서도 이런 꼴을 당하게 한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근속 승진 후보가 됐다 해도 100% 되는 것도 아닌지라 신경이 적잖이 쓰인다. 이번 달 중순이 지나 발표인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빨리 좀 지나갔으면 좋겠다.

 

승진하면 월급도 오르고 참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내 의사와 무관하게 근무지를 옮기게 될 수도 있어 그게 걱정된다. 지난 번에도 이 동네에서 1년 반 만에 쫓겨(?)났는데, 어렵사리 여기 오면 왜 오래 못 붙어있고 금방 튕겨나가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못 가고 몇 년을 지박령으로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인데. 

 


 

회사 동료가 아들내미 쓸 컴퓨터를 사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아들내미랑 친분이 있는데 혼자 살 때 한 번, 숙소로 옮긴 뒤 한 번, 집에 와서 내 컴퓨터를 보고 욕심이 많이 난 모양이다. 용돈을 모아서 사라고 했는데 그 용돈이 미미해서 한참 걸릴 줄 알았더니, 친척들한테 의외의 용돈을 받아 금방 할당(?)량을 채웠다고 하더라.

예전 같으면 직접 부품 사서 일일이 조립해줬을 건데, 이제는 너무 귀찮다. 나이 먹으니 귀찮음과 시간을 돈으로 바꾸게 된다. 결국 조립해서 파는 곳을 추천했고, 대신 주문해줬다. 제품이 도착하면 설치하고 윈도 깔아주는 것 정도만 도와주면 된다.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기에, 최대한 빨리 받아보게 하려고 점심 시간에 집에 와서 주문했는데 주말 전에 도착할랑가 모르겠다.

컴퓨터 부품을 보니 나도 바꾸고 싶은 욕심이 난다. 12세대 i9을 쓰고 있는데 요즘은 14세대가 나왔다 하고... 케이스도 욕심나고. 다른 건 돈 들이기 부담스러우니 케이스만 사서 지난 번에 사서 방치하고 있는 쿨러 달면서 다시 조립할까 싶기도 하고. 케이스라 해봐야 10만 원도 안 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막상 하려니 번거롭기도 하고, 일단 미뤄놔야겠다.

 


 

다음 달 10일에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사카이 이즈미 기일에 맞춰 가서 기념 앨범도 사고 행사 같은 게 있으면 거기에도 참석해볼까 싶었는데, 하필 그 날 당직이다. 다른 사람과 바꾸면 되겠지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바꿔달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날짜를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랬더니, ZARD 관련해서 가지 않는 거라면 굳이 도쿄로 갈 필요가 있나 싶은 거다. 구마모토로 갈까 싶기도 하고, 아오모리로 가볼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2월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3월이나 4월에 가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비행기 타지 않고 배로 갈까 하는 마음도 있다. 시간이 많으니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새해 목표로 삼았다가 줄줄이 포기하는 게 공부, 운동, 절주라는데... 1월 1일부터 실패다. 오늘 목욕탕에서 몸무게를 달아 봤더니, 인생 최대 몸무게다. 큰 일이다. 진지하게, 지방 제거 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나 고민했다. 식단 할 자신은 없고, 운동으로 빼는 수밖에 없는데 운동도 안 하고 있으니...

조기 축구회 회비를 한꺼번에 다 냈는데, 공 차러라도 열심히 다녀야 하건만, 멀다고 매 주 결석하고 있다. 에효...

일본어도, 전화 일본어를 해볼까 싶은데 마음만 있고 실행할 의지가 없다. 무료 테스트 같은 게 있던데 그거부터라도 받아봐야 할랑가보다.

 


 

쓰고 싶은 글이 잔뜩인데, 귀찮아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슬룸 사용 후기도 올려야 하는데... 아오~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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