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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5년 01월 29일 수요일 맑음 (제설 후유증/노는 시간은 쏜살 같고나/게임은 체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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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시키기 전에 하자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눈이 적잖이 쌓였을 무렵 대충 주워 입고 치우러 나갔다. 예상대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다들 집에 갔다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러려니 했다.

눈을 치우고 염화 칼슘을 뿌려댔는데, 자고 일어나니 그게 무색할 정도로 잔뜩 쌓였다. 또 나갔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치웠다. 오후에 팀장님 만난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양아치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어서, 같은 직장에서 날마다 얼굴 보는 사이에 그럴 수 있나 싶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아니, 어찌 보면 사회보다 양아치가 더 많이 설치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니 또 엄청나게 쌓였다. 하루 전에 치운 게 없었던 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쌓인 풍경을 찍고 싶었는데, 너무 어두워 조금 밝아지길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의 발을 타고 말았다. 푹푹 빠지는 길을 걸어가면서 눈 치울 생각은 안 했나? 싶어 짜증이 났다. 다시 생각해 보니 출근하러 나섰을 텐데 눈 치울 시간이 없었겠고나 싶더라. 하지만 틀림없이 퇴근하고 나서도 눈 치우러 나오지 않을 ××다 싶어 여전히 짜증이 났다.

두 시간 넘게 눈을 치우느라 힘들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이 나와서 같이 눈을 치웠다. 얼굴을 다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모르겠더라. ㅋ

아이슬란드에서 사들고 온 장갑은 드디어 생을 마감했다. 좀 너덜거리긴 했는데 눈삽을 미는 통에 손바닥 부분이 뚫어져버렸다. 아끼는 아이템이라서 무척 아쉬웠다.

 

 

 

 

두 시간 동안 눈을 치우고 왔더니 추~ 욱~ 늘어졌다. 침대에 누워 한 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났지만 개운하지는 않다.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다시 나갔다.

20대 동료 한 명이 눈을 치우고 있기에 거들었다. 다행히 오전에 거의 다 치워놨고 그 후에 누가 또 치웠는지 쌓인 눈이 많지 않아 금방 끝낼 수 있었다. 가지고 간 드론을 띄워 주변 풍경을 몇 장 찍고 돌아왔다.

 

 

 

 

 

 

 

 

3일 내내 눈을 치우느라 늙은 몸뚱이 여기저기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허리에 묵~ 직~ 한 통증이 느껴졌고 오른 손과 팔은 세게 맞은 것처럼 아파왔다. 게다가 뒷목이 뻐~ 근~ 하게 아파왔고 열이 오르는 느낌도 들었다. 이대로 두면 100%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일단 알코올로 체내를 소독했다. 열여덟 개를 산 아타리메는 두 자리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여행은 3월에나 갈 계획인데, 그전에 다 떨어질 게 분명하다. 쫄린다.

맥주 네 캔을 마셨는데도 아무렇지 않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더 마시면 큰 일 나겠다 싶어 거기까지만 마시고 냅다 누웠다. 20시도 안 됐는데 눈을 감았다. 낮에 잤으니까 잠들 때까지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30분도 안 되어 잠이 들었다. 자다가 자꾸 깨서 그렇지, 잠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다가 눈을 뜨니 22시. 바로 다시 잠이 들었고 다음에 깼을 때에는 자정이 살짝 넘은 시각이었다. 빈둥거리다가 두 시에 다시 잠이 들었고, 이후 두 번인가 더 깼다. 하지만 갤럭시 핏으로 측정한 수면 시간은 아홉 시간 가까이 된다. 멍청한 순토는 열한 시간 넘게 잤다는 알림을 띄웠고.

 

일주일 가까이 논다며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일째. 빈둥거리며 보내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일 하루만 더 쉬면 출근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금요일 하루만 출근하면 다시 이틀을 쉰다는 것. 내일 저녁은 친한 동료가 당직 근무를 서는 날인데, 군것질거리나 사서 놀러 갈까 싶기도 하고. 뭐, 막상 그 시각이 다가오면 귀찮다고 집 밖으로 안 나가려 하겠지만.

 


 

길게 쉬니까 하다가 만 『 세키로 』 엔딩을 볼 생각이었고, 『 잇 테익스 투 』도 해보고 싶었는데, 『 브로타토 』만 몇 시간 했고 게임은 거의 하지 않았다. 환갑 넘은 영감처럼 20시 언저리에 누웠고, 다섯 시에 깨서 빈둥거리다가 아침을 먹고 눈 치운 뒤 빈둥거리다가 낮잠 자고. 쉬는 내내 같은 패턴이었다.

청소도 좀 하고, 빨래도 좀 했음 싶은데 막상 하려니까 귀찮다. 빨래는 밖이 추우니 배수관이 얼어 있을까 봐 걱정되어 시도조차 못하는 중이고.

 

아직 이틀의 시간이 있으니 오늘은 게임을 좀 해야겠다. 나처럼 게임을 잔뜩 사기만 하고 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결국은 체력이 문제다. 체력이 안 되니 게임을 못하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 늙어보면 공감할 거다. ㅋ

 

연휴 시작 전에 사둔 떡을 어제 불려놨는데, 아침에 바로 떡국을 끓였다. 태어나서 처음 끓여보는 건데 그럭저럭 성공했다. 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인지 뭘 해도 어영부영 맛이 난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계란 지단이 없어서 인스턴트 계란국 블록으로 대신하려 한 것만 실패했고, 나머지는 나쁘지 않다. 잔뜩 끓인 덕분에 배가 꺼지면 또 먹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오늘은 눈 치우러 나가지 않아도 되니 게임을 좀 하고, 멀미 나면 누워 있다가 영화나 보고, 그렇게 보내야겠다. 모레는 쉬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면 금방 가지 않을까 싶다.

 


 

친척 형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기 아들내미가 내 방에 들어가 유니폼을 갖고 싶어한다며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짜증이 확~ 났지만, 꾹 참고 그거 나중에 웃돈 받고 팔려고 놔둔 거라고 했다. 그 뒤로, 형수인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거 골라봐'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 어이가 없네. 개념없는 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거 골라봐가 뭐야, 다른 거 골라봐가.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라고 가르치는 모양이지? 60만 원 주고 산 로드 바이크 공짜로 줬더니 남의 자전거 훔쳐 타다 걸린 새끼 아니랄까봐. 어이가 없네, 진짜. ㅽ

이래서 내가 안 쓰는 손전화 거치해서 CCTV로 돌릴까 고민했던 거다. 돈 들더라도 유료 창고로 옮기던가 해야겠다. 급하게 개인 창고를 알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당장은 안 되겠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가서 짐 빼오고 싶은데 차가 엄청 막힐테니 그렇게는 못하겠고... 토요일에 간다고 했다. 토요일에 가서 짐 싹 빼서 숙소 베란다에 두던가 작은 방에 둬야지.

마음 돌아서면 30년 우정도 끊을 정도로 매몰차다 소리 듣는 사람인데,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가족, 친척 관계가 고모였는데, 이제는 그것도 끊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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