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비행기 vs 배
무안 공항에서의 대참사 때문에, 그리고 그 뒤에 터진 에어부산 화재라던가, 이런저런 항공기 관련 사고 때문에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최근에는 이착륙 할 때 불안한 마음이 무척 커진 노인네가 되어버려서 좀 무섭다. (⊙﹏⊙)
더구나 마츠야마에 취항하는 항공기는 제주항공 뿐인지라, 사고 이후에 더 바짝 쥐어짜서 조심할 거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아무튼 무섭다.
이륙할 때 바닥을 박차고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공항이 점점 작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때 갑자기 양력을 잃고 기울다가 꼴아 박는 상상을 종종 하는지라, 현실이 될까봐 겁이 난다. 그렇다고 배를 타자니 세월호도 그렇고, 바다에서의 대형 참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데다 값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결국, 인명은 제천이라 생각하고 그냥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부디 무사히 다녀와서 후기 올릴 수 있게 되기를.
Ⅱ 호텔 vs 게스트하우스
자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고기 못 굽는 녀석이 삼겹살 뒤집듯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자려면 당연히 호텔 쪽이 낫다. 방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기도 좋고, 마음껏 힘 쓰면서 내면의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낼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박 8일의 여행에서 5일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로 했다.
일본어를 거의 다 잊어버려서, 기를 쓰고 일본어로 떠들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 차 있는 상태인데 호텔에 들어가면 텔레비전 보면서 비 맞은 중처럼 혼자 떠드는 것 말고는 말할 일이 없을 게 분명하다. 그리하여 조금의 불편함을 각오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선택. 마츠야마 쪽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두 개 정도 밖에 안 보이던데, 그 중 한 곳을 예약했다. 사진을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 후기가 괜찮은 편이더라고. 후기를 믿어보기로 했다. 여행하면서 잠자리에 그닥 민감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행을 슬슬 마무리할 때 즈음이 되면 캐리어를 펼쳐 놓고 짐을 다시 싸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람의 몰골로 돌아가려면 좀 제대로 씻어야 할테니까, 나머지 2일은 호텔을 잡았다. 말이 호텔이지, 비지니스 호텔 수준인지라 1박에 5만 원 언저리였던 것 같다.
Ⅲ 가방 vs 캐리어
캐리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들들들들 소리나는 게 싫고, 한 손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도 싫다. 그래서 50ℓ 짜리 가방을 즐겨 이용했더랬다. 가방을 그대로 맡기면 여기저기 찢어지고 상할 게 걱정되서, 이케아에서 나온 타포린 백에 넣어서, 최대한 없어 보이게 맡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리어를 가지고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가서 짐을 맡길 생각이고, 여행 중 숙소를 옮기는 게 한 번 뿐이니까 굳이 가방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마츠야마에 있다가 하루는 텐노지에 가서 잘텐데 그 때에는 백팩 하나 정도만 가지고 갈 거니까 상관 없을 것 같고. 출발 전에 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24인치 캐리어 하나에 백팩 정도 가져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
Ⅳ 대중 교통 vs 운전
아침 일곱 시 비행기인데 최근에 인천공항이 북새통이라는 뉴스가 워낙 자주 나왔으니까 세 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살고 있는 곳이 깡촌인지라 교통편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 공항 버스는 네 시 넘어서 다니기 시작하는데 그 시각에 공항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무리 조금 나온다 해도 만 원은 나올 게다. 만 원이 뭐야. 2만 원 안 넘어가면 다행이지. 택시비 15,000원에, 공항 버스 15,000원이면 편도 30,000원. 돌아올 때에는 버스를 탄다 해도 5만 원 가까이 써야 한다.
게다가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퇴근하고 나서 바로 출발해야 한다. 근처 정류장까지는 동료의 신세를 지면 된다지만, 퇴근 시간이라 막히는 구간을 뚫고 터미널까지 간 뒤 공항 버스를 타야 한다. 공항에 도착하면 아무리 여유 있게 잡아도 22시 언저리가 될텐데, 수속을 시작하는 네 시까지 할 일이 없다. 숙소 잡는 것도 뭔가 아까우니 노숙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 나이 먹고 찬 바닥에 누워 벌벌 떨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봤다. 예전에 인천 공항을 이용할 때에는 계양 역 근처에 차를 세웠더랬다. 공항에 주차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양아치들이 차를 함부로 다루는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최근에는 하루 8,000원 정도라고 한다. 음...
많이 아깝다. 그냥 세워두기만 하는 건데. 그런데, 지난 번에 몽골로 떠나기 전에 잠깐 묵었던 숙소가 위치한 운서 역 근처에 하루 4,900원으로 주차가 가능한 곳이 있다고 한다. 검색을 해봤더니 네오파킹이라는 곳인데, 네일베에서 미리 예약하면 5%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8일을 예약했다. 실내 주차인데다 대행이 아니라 직접 세우는 거라고 하네. 후기가 좋으니 기대하고 있다.
Ⅴ 포켓 와이파이 vs 현지 유심
이건 뭐, 망설이지 않고 포켓 와이파이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포켓 와이파이를 선택했는데 기기 문제로 안 터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골로 가면서 안 터져서 답답했던 적이 종종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쓸만 하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하루 2GB와 30GB 뿐인지라, 30GB를 선택. 2GB로는 어림도 없다... 라기보다 불안하다.
포켓 와이파이는 한 번에 다섯 대까지 연결할 수 있어서 손전화, 태블릿을 동시에 연결해서 쓰는 내게 있어서는 유심보다 낫다. 뭐, 다른 사람들의 후기에 간혹 등장하는 기기 문제로 인한 사용 불가의 상황이 닥친다 해도 일본 현지 사무실에 가서 주절주절 떠들어 다른 걸로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 따위가 있으니까. ㅋ

지금까지 쓴 돈은 대략 이 정도. 게스트하우스에서 5일이나 묵는데 12만 원이면 충분하다. 하루에 2만 원 조금 넘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왕복 비행기 표 값이 20만 원 정도.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JR 패스가 거의 같은 가격이다. 하지만 패스에 있어서는 뽕을 뽑고도 남을 것 같다 싶은 게, 마츠야마에서 오카야마로 갈 때, 오카야마에서 텐노지까지 갈 때, 텐노지에서 히로시마에 갈 때, 다 신칸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세 번만 타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마츠야마에서 JR을 이용할 때 계속 사용을 할 거고, 히로시마에서 메이프 루프 버스를 타거나 유람선을 탈 때에도 이용할 계획이다. 아직 자세한 계획을 짜지 않아서 패스 없이 이용하면 얼마 정도가 깨질 지 확실하지 않지만 패스 구입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
숙소를 이용하는 데 33~34만 원 정도를 까먹은 것 같은데 7박임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다. 하루에 5만 원 정도인 셈이니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이 일본 여행 비용을 물어보면 비행기 표와 숙소를 제외하면 하루 1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나는 8일 동안 여행하니까 80만 원 + 숙소 30만 원 + 비행기 표 20만 원 = 130만 원으로 예산을 잡아야 하나? 이미 80만 원 썼으니 50만 원 정도가 쓸 수 있는 돈이 되는 건가? 어림도 없는데? ㅋ
기념품도 좀 사야 할 것이고, 내가 필요한 것들도 이것저것 사야 한다. 편의점에서 마른 오징어 스무 개만 산다 해도 10만 원인데. ㅋㅋㅋ
밥 먹고 술 먹는 데 하루 10만 원... 을 넘지 않으려나? 게다가 올 시즌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유니폼을 사려면 20만 원이 한 방에 나갈 거다. 뭐, 24만 円 정도 가지고 있는데 전부 다 안 까먹고 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짰었는데 요즘은 그냥 가서 정하자는 마음으로 너무 대충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해 지는 걸 보기 위해 시골 역에도 가야 하니까 시간표도 미리 좀 알아보고, 좀 더 디테일하게 계획을 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말에 계획을 짜고, 나머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생각이다. 여행자 보험도 들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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