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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5 일본 여행 Ⅸ - 마쓰야마 이마바리 당일치기 (이마바리 성/이마바리 수건 본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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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는 쓰/쯔/츠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에 오는 글자,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마쓰야마'로 통일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마츠야마' 쪽이 보다 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곳에서 '마쓰야마'로 표기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아침 비행기로 와서 도착하자마자 싸돌아다니기 시작했으니 꽉 채운 4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작은 도시라 할 게 없는데 큰 일이라며 걱정했는데, 어영부영 잘 돌아다닌다.

 

《 좋은 아침~ 》

 

어제까지는 해가 쨍쨍했는데, 오늘부터는 비가 예보되어 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흐리단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서 나와 하늘을 보니 시~ 커멓다.

 

몇 번 이용해봤답시고 익숙해져서, 이제는 능숙하게 지정석 표를 발권 받았다. 밥을 먹고 열차에 타기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아침마다 가는 식당에 가서 유부 초밥 네 알을 포장했다. 열차에 타자마자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와 함께 배 속으로 부지런히 옮겼다. ㅋ

 

밥 사면서 받은 물티슈로 화면을 닦았을 뿐인데 갑자기 충전 포트에서 물이 감지되었다면서 충전이 안 된다. 화들짝! 놀라 다른 케이블을 연결하니 문제없이 충전이 됐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문제를 일으킨 케이블을 다른 기기에 물리니 역시나 물이 감지된단다. 케이블은 물 근처에도 간 적이 없으니 에러가 날 이유가 없다. 내구성이 약한데다 뽑기 운이 지독하게 작용한다는 토끼(Toocki) 케이블이 숭진 게 분명하다. 올 게 왔고만.

 

 

 

 

이마바리 역에 도착했다. 역 안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이지 않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잠시 헤매다가 역 밖에서 발견! 이마바리 성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고, 근처에 다른 볼거리가 있는지도 물어봤다. 인터넷에서는 갈 데가 많은 것처럼 소개를 하던데, 정작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신사 하나와 이마바리 수건 정도를 안내해주는 게 고작이다. 바다에 배 타고 나가 물이 소용돌이치는 걸 보는 상품이 있다기에 배 타는 곳도 있냐니까 선착장을 안내해주긴 하는데 유람선 타는 곳은 아니란다. 응?

 

일본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주기에 간당간당하다고, 기리기리데스(ぎりぎりです: 빠듯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럴 경우에는 마다마다데스(まだまだです: 아직 멀었습니다)라고 하는 게 맞다고 고쳐준다. 깐깐한 선생님 스타일이다. 압니다, 알아. 어설프게 해서 귀여워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반백살의 노력을 인정해주세요!

 

《 마음대로 지껄이렴 》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이기도 했고, 날씨도 흐려서 택시를 탔다. 일본의 택시 요금은 우리나라에 비해 세 배 정도 비싸다고 보면 된다. 기본 요금도 우리보다 비싸고, 주행 거리에 따라 올라가는 요금도 비싼데다, 정차 중에 단순히 시간이 흘러 올라가는 요금도 비싸다. 그냥 다 비싸다. 대신 우리나라처럼 일부러 돌아가거나 초행 길임이 분명한 사람의 뒤통수 치려는 양아치 짓은 거의 없다.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일본도 예전에는 택시 운전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떨어졌단다. 개나 소나 다 하는 바람에 범죄도 많았고. 사회적 문제가 되어 이를 해결하고자 은퇴한 이들을 교육해서 투입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서비스 품질이 상당히 올라갔단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들은 열에 여덟 정도는 노인이었다.

 

적당히 성 근처에 세워주면 알아서 걸어갈텐데, 820円 찍혔을 때 충분히 걸어갈 위치였는데, 꾸역꾸역 더 가더니 성 코 앞에서 내려준다. 그 사이에 요금은 900円을 찍었고. 다행히 주머니에 딱 910円을 가지고 있어서 동전으로 요금을 지불했다.

 

 

 

 

 

 

 

 

 

바로 성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돌면서 대충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입구로 가서 입장권을 구입했다. 공항에서 받은 종이 쪼가리는 할인권이어서 무료로 들어갈 수는 없다.

 

《 일본 100대 성을 뽑는 프로그램에서 79위를 했다고 한다 》

오사카에서 출발, 오카야마까지 걸어가겠답시고 야심차게 도전했다가 130㎞ 남짓을 걸은 뒤 포기한 적이 있는데 포기한 지점이 히메지였다. 그 때 텔레비전에서 100대 성을 뽑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는데 히메지 성이 1등을 했고, 오사카 성이 2등을 했다. 매 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순위는 어지간해서 안 바뀐다. 79위 정도면, 방송에서는 리스트로 주르륵~ 훑고 지나가는 정도라 먼지 같은 존재감이다.

 

 

 

 

 

 

 

동선을 진짜 잘 짜놨다. 대부분의 전시 시설은 이 쪽 보다가 뒤돌아서 저 쪽을 봐야 해서 정신이 없는데, 여긴 한 쪽만 보면서 이동하면 전시물을 다 볼 수 있게 구성해놨다. 관람하기 편하더라. 번역기 돌려가며 나름 열심히 봤다.

 

《 새로 지어 올린 건물 같은데 은근히 낡은 티가 많이 나는 게, 연륜이 꽤 있는 모양이다 》

 

 

 

《 호랑이가 없던 일본에서 호랑이 그림이라는 건 조선에서 그려왔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

 

 

 

 

 

 

 

 

사진으로 본 야경이 무척 예뻐서, 야경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마바리에서 하루를 묵을 수는 없는 노릇.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그 날, 그 날 숙소를 잡는 식으로, 내키는대로 싸돌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100일 정도 다니면 되지 않을까?

 

《 낡고 허름한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 》

 

《 화장실에 갔더니 느닷없이 돌벽이 등장해서 깜딱! 놀랐다 》

 

 

 

 

《 외부에 있는 망루들은 미술관으로 꾸며서 활용하고 있었다 》

입장권을 구입하면 천수각 외에도 성의 모서리마다 위치한 망루들도 볼 수 있다. 세 곳 모두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전시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딱히 볼거리가 풍성하지는 않다.

 

 

 

 

이마바리 성을 쌓아올린 토도 타카토라의 동상이 서 있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려 할 때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이 사람의 이름과 지명인데, 특히 A가 B의 휘하에 있는 C의 가신으로 들어가 D 지역에 부임한 뒤 직속 상관 E의 지휘를 받으며 따위의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토도 타카토라가 그 정점에 있지 않나 싶은데, 모시는 주군을 셀 수 없이 바꿔치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통수 치고 적에게 붙는 식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다니다가 대접이 형편 없다며 내부 기밀 들고 하이닉스로 옮겨 타는 양아치 짓은 하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삼성전자로부터 그동안의 공로를 치하한다며 감사장 같은 걸 받고 그만 뒀다. 그리고 야인으로 지내다가 자리가 나면 재취업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과거에는 주군을 자주 바꿨다며 간신배 같은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능력이 있으니 어디를 가더라도 중용되는 것이라며 재평가 받고 있다.

성 잘 쌓기로 유명한 사람을 셋 꼽을 때 구로다 칸베에, 가토 기요마사와 함께 언급된다. 하지만 이마바리 성의 천수각은 원래와는 위치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토도 타카토라는 임진왜란 때 수군으로 출전했다가 이순신한테 박살나고, 원균을 박살낸 뒤, 돌아온 이순신에게 다시 박살난 전적을 가지고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줄을 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승리한 쪽이 되었지만 이후 오사카 겨울 전쟁에서 죽을 뻔 하기도 하는 등 인정받는 능력에 비해 전적이 좋지는 않다. 붙은 상대가 워낙 쟁쟁한 탓도 있는 것 같다.

 

 

 

 

 

 

 

 

 

 

 

 

《 해자를 채우고 있는 물은 민물이 아니라 바닷물이라고 한다 》

 

《 저 곳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온다고. 오래 전에도 같은 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

 

《 성벽 아래 나무가 심어진 공간이 토도 타카토라가 지은 성의 특징인 개달리기라 불리는 곳이다 》

 


 

이마바리 성에서 이마바리 수건 본사까지는 걸어서 얼마 안 걸린다고 나와서,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 제법 규모가 큰 극장 & 쇼핑몰이 이마바리 수건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

 

《 앗! 이것은! 》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긴 한데, 에버랜드 여기저기에 있는 오락실에서 농구 한 판 하는 게 2,000원이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안 간 지 하도 오래되서 요즘은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거기에서 10,000원을 내고 농구 다섯 판을 했다. 점수에 따라 인형을 받을 수 있는데 컨디션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다섯 판을 하면 인형 다섯 개를 따냈다. 항상.
티 익스프레스 바로 앞에 있는 오락실에서 자주 했는데, 시작할 때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세 판 정도 되면 사람들이 U자를 그려 뒤에서 구경하고 있다. 다섯 판을 마치고 인형 다섯 개를 들고 물러나면 다들 쳐다 보고. ㅋ

다들 폼 잡고 던지느라 정신 없는데, 고득점을 얻으려면 그래서는 안 된다. 양 손으로 부지런히 퍼 올려야 한다. 몸을 최대한 앞으로 붙인 채 오른손, 왼손 할 것 없이 부지런히 퍼올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보니 고베에 갔을 때에도 나름 고득점을 올려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한 번 해볼까~ 하고 봤더니 100円 밖에 안 한다. 딱이다. 냉큼 동전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농구공은 일반적인 공보다 작아서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KBL 공인구도 힘을 주면 몇 초 정도는 잡고 있을 정도의 손입니다)였고 바람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바닥에 튕기면 올라오다 마는 정도였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잘 안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럭저럭 들어가더라.

보통은 단계 별로 획득해야 하는 점수가 올라가고, 일정 점수를 못 얻으면 끝나게 되는데 여기는 그런 것 없이 무조건 4단계가 마지막인 모양이더라. 600점을 넘기고 끝났는데 열한 명 중 11등이었다. 10위의 점수가 900점대였다.

어디 가서 농구 게임 좀 한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 허기가 져서 라멘으로 요기를 했다 》

고추가 잔뜩 그려진, 매움을 강조한 가게가 있어서 뭔가 싶어 봤더니 비빔밥이었다. -ㅅ-

 


 

 

 

 

 

 

도고 온센에 있는 가게와는 갖추고 있는 상품이 달랐다. 종류도 훨씬 많았다. 다만, 본사라면 도고 온센에서 팔고 있는 제품도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보이는 것도 있더라. 직장 동료들에게 줄 수건은 이미 도고 온센에서 구입을 했지만, 그건 내가 쓰고 여기에서 선물을 다시 사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선물할 사람이 다섯 명인데 한 명은 아이가 어려서 턱받이를 선물로 샀다. 구입한 것들을 선물로 포장해달라고 했더니 하나, 하나 꼼꼼하게 포장을 한다. 같은 디자인이지만 색깔을 달리 해서 샀는데 종이 상자에 포장을 하면 색깔을 알 수 없으니까 "표시해줄까요?"라고 물어보더라. 진짜, 섬세하다. "수건에 대한 안내나 세탁 방법이 적힌 종이는 일본어와 영어가 있는데 어떤 걸로 넣을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바로 옆에 100円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커피 머신이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렸다. 아기를 씻기고 나서 입힐 수 있게 나온 고양이 귀 모양의 후드가 달린 제품이 있기에 사진을 찍어서 동료에게 필요하냐고 물어봤더나 사다 달라는 답장이 왔다. 제품을 집어들고 다시 계산. 아무래도 봉투가 필요할 것 같아 한 장 달라고 하니까 22円이란다. 그래서 300円을 냈더니 화들짝 놀란다. 아, 그렇지... 22엔이면 220원. 봉투 값으로 적당하다. 그걸 3,000원 낸 셈이다. 생각이라는 게 없어지고 있다.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밖에 나가니 빗방울이 툭~ 툭~ 떨어지고 있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대형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지만 택시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아 GO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10분 거리에 있는 택시가 먼 길을 달려 태우러 와줬다. 역까지 1,120円이 나왔는데 1,340円이라고 한다. 220円의 콜비가 붙는 모양이다.

 

되돌아가는 표를 뽑고 나서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 앙팡만(호빵맨) 열차다 》

 

《 꽤 빠르다 싶더라니, 100㎞/h를 훌쩍 넘었다 》

 


 

《 역에 도착해서 또 우동과 유부 초밥으로 배를 채웠다 》

 

 

도고 온센까지 가는 노면 전차를 탔는데 맞은 편에 앉은 놈이 신발을 벗더니 계~ 속 발을 만진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못본 척 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 미친 ×은 발 만지다 코 후비고, 그러다 또 발 만지고. 남들 다 보는데 더러워 죽겠네, 아주 그냥. 급기야 양말까지 벗고 맨 발을 긁어대기 시작한다. 어디 모자란 놈인가 싶어 경멸하는 눈으로 째려 보고 있었다. 제발 좀 내려라~ 내려라~ 하고 기도했는데 종점까지 가더라. 아오~

 

《 주말이라 봇짱 열차가 운행 중이었다. 항상 서 있던 자리에 보이지 않으니 이상했다. 》

 

 

 

숙소에 가니 아까 노면 전차 안에서 봤던 커플이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3인실을 잡았단다. 나도 좀 더 주고 큰 방 잡아서 편히 있을 것을, 몇 푼이나 아낀다고... 에효...

 

바로 다시 나갔다. 며칠 전에 수건을 샀던 가게에 가서, 여기에서 수건을 샀는데 그저 수건만 샀다, 선물할 건데 포장할 만한 게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전용 파우치 같은 주머니를 팔고 있었다. 이게 은근히 예뻐서 다섯 장 달라고 했다가 두 장 추가해서 결국 일곱 장을 샀다. 한 장에 77円.

 

 

다시 지브리 샵에 가서 동료가 있으면 사다 달라고 부탁한 컵이 있는지 찾아봤다. 있더라. 사다 줄테니 충성을 다하라고 협박하면서 두 개 남아있는 걸 다 챙겼다.

 

《 이 녀석 되시겠다. 한국에서는 두 배 넘게 받고 팔더라. 》

 

 

어제 1,400円 주고 맥주 산 가게로 향했다. 안에서 마셔도 되냐니까 식사를 같이 주문해야 한단다. 안주를 주문하면 되냐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리 잡고 앉았다. 한 테이블 밖에 없었는데 내가 자리 잡고 앉은 뒤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손님을 부르는 뭔가가 있다니까. 엣헴~

 

 

《 안주가 전반적으로 맛있었다 》

 

《 얘는 좀... 》

 

 

《 맥주와 사케, 하이볼을 넘나들며 막 때려 넣었다 》

 

《 응? 돼지 혀? 돼에지이 혀어? 》

일본 사람들이 고깃집 가면 가장 먼저 소 혀를 주문해서 구워 먹는다. 그건 알고 있었고, 먹어 본 적도 있다. 키스하다가 상대 혀 씹는 기분이라 나는 영 별로였다. 그런데 돼지 혀는 처음 봤다. 돼지 혀도 먹어?

 

《 잘못 봤나 싶어 영어 메뉴를 다시 봐도, Tongue, 혀가 맞다 》

 

예쁘게 생긴 처자가 있어 불러서 물어봤다. 돼지 혀 맞냐고. 맞단다. 먹어 봤냐니까 안 먹어 봤단다. 하지만 자기네 주방장이 진짜 음식 잘 한다면서, 맛있을 거란다. 그래서 널 믿고 주문하겠다고 했다.

 

《 그리하여 이내 등장한 돼지 혀는... 》

 

맛있었다. 모르고 먹었다면 그냥 돼지의 뱃살 어디께라 생각했을 정도로 혀의 느낌(?)도 전혀 없었다. 그렇게 맥주 세 잔, 사케 한 잔, 하이볼 한 잔, 안주 두 개를 먹고 나서 계산을 했다. 8,250円 나왔다. 우리 돈으로 혼자 8만 원 어치 넘게 마신 거다. 와... 이 동네 물가는, 진짜, 아무리 관광지라 해도, 대책이 없고만. 배 부르게 먹은 것도 아니고 적당한 선에서 끊은 건데...

 

숙소로 돌아가니 시간이 이르다. 내일은 오사카에서 자고, 모레 돌아와서 숙소를 옮겨야 하니까 나갈 준비를 마쳐놔야 한다. 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방으로 올라가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잘 자다가 깼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1층에서 잠깐 봤던 수염이 부숭부숭한 영감탱이가 자정이 될 때까지 계속 떠들었다. 방음이 아예 안 되니까 1층에서 떠드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정말 짜증났다.

툴툴거리고 있는데 자정이 넘으니 조용해졌다. 그리고 저 영감탱이가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쿵쿵거리며 걷는 것도 모자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침대에서 불을 마구 켜대는 것도 모자라 방귀까지 마구 껴댄다. 더러워서 발로 걷어 차버리고 싶었다. 전철에서 본 발 긁던 ㅺ도 그렇고, 더러운 것들이 어찌 이리 많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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