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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개와 싸운다고 물어뜯을 수는 없지 않은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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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단독으로 국정원 여직원 어쩌고 하는 기사를 냈기에 뭔가 하고 봤는데… 실망이다. 국정원 여직원이 진보 경향의 '오늘의 유머'나 '보배드림'에 올렸다는 글은 입(이 경우라면 손) 가진 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게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문제가 되는 모양인데, 이런 식이라면 군 간부가 현 정권 비판(혹은 비난)해서 처벌 당한 걸 깠던 과거가 부끄러울 뿐이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무가 말도 안 되게 해석되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처럼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지 않고 후려치기로 집권한 것들이 또 해쳐먹으려고 공무원 동원한 걸 막고자 한 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다.
예를 들어보자.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민원인이 주민센터(前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처리하다 거기 일하는 공무원의 권유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다면? 이는 문제다. 정말 나쁜 ×이 공무원 급여를 매년 10% 인상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그 사람 찍으라고 한 건지 누가 안단 말인가? 즉, 개인의 이익에 따라 선거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은 거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게시판에 본인의 의견을 게시하는 건 그 경우가 다르다. 만약 군 간부나 국정원 여직원이 소속 직장, 즉 국가의 지시를 받아 이러한 일을 했다면 이건 공적인 업무에 해당하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맞다. 그러나 퇴근 후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를 꺼냈다거나 개인적인 의견을 게시판에 올린 거라면 이건 사적인 일이지 않은가? 공무원 이전에 국민이고,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의견을 자유로이 개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사적으로 행한 일에 공적인 경우에만 적용하는 법을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기사로만 보면 국정원 직원이 썼다는 글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제시한 게 왜 문제인가? 직업을 통해 얻은 특수 정보를 통해 비판 혹은 비난을 했다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없는 말 지어낸 게 아니라면 절대 깔 일이 아니다. 공무원 이전에 국민인데, 국민 이전에 공무원이 되기를 강요하는 이유가 뭐지?


군 간부가 조만간 물러날 대통령을 비난해서 실형을 받았다. 만약 그가 직장, 즉 군 내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간부나 장병들에게 계급적 우위를 악용하여 정치적 언급을 했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퇴근하고 나서 개인 ID로 공개된 게시판에 글 쓰는 걸 가지고 처벌하다니, 이게 한심한 거다. 군인은 사람 아닌가? 사람이 살 부대끼며 사는 게 정치인데 어찌 사람한테 정치적 소신없이 살라 하는가?
같은 이유로 국정원 직원이 까일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사람이니까.


고의 발치를 통한 병역 기피 혐의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MC몽은 이미 무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절대 이를 강제로 빼서 군대 빠지려 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동갑인 하하도 잘 나가던 『 무한도전 』을 쉬면서 공익 근무로 빠졌고 김종민도 『 1박 2일 』에서 나와 공익 근무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군 문제에 대해 매니저에게 전격적으로 일임하고 있었다고? 거기에다 자격증 시험 응시나 공무원 시험 응시를 사유로 병역 연기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누가 봐도 고의적인 병역 기피 아닌가? 이를 일부러 뽑았네 아니네가 아니라 병역 기피한 사실이 있냐 없냐를 따져야 했다.

마찬가지다. 국정원 직원이 그런 글을 썼네 안 썼네는 시비 거리가 못 된다. 국민이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는데 그게 왜 문제인가? 물론 지금의 정부에서는 그걸 문제로 삼아 억울하게 감옥에 쳐넣은 사람이 제법 되지만, 아무튼…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게시판에 글 쓴 적이 없다고 거짓말 한 거지, 글 쓴 자체가 아니다.


김대중 前 대통령과 전라도를 비하한다거나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다는 식으로 글을 썼다면 욕 먹을 일이긴 한데, 그냥 자기 정치적 의견 쓴 게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 건지. 쟤들(수고 보수 꼴통)이 시궁창에서 텀벙거린다고 거기 같이 뛰어들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진중권 교수님 트위터에서 본 듯 하다. 군 간부가 현 정부 비난한 것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자 법치 국가에서 이럴 수 있냐며 난리 쳐놓고 국정원 직원에 매달려 이러고 있는 걸 보면 한겨레도 어째 좀 엇나가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거,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의 전형적인 사례 아닌가 싶다. 개가 물었다고 사람이 개를 물 수 없지 않냐. 개는 개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사람답게 대응해야 하는 거다. 발로 걷어 차든, 몽둥이 찜질을 하든.


뭐, 어찌됐든 그 여직원은 실형 선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인의 신분으로 사적인 정치 발언한 사람이 그렇게 처벌 받았으니까 말이다. 만약 군 간부는 처벌하고 국정원 직원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이 나라 법도 할 말 다 한 거다(이미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애먼 걸로 힘쓸 시간에 MB 특사나 언급했으면 좋겠다. 죄 값을 채 치르지도 않고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아프다고 빠져나오고, 특별 사면으로 빠져나오고, 죄없이 갇혔다가 형기 다 채우고 나온 사람만 불쌍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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