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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에 방 얻자마자 중고 드럼 세탁기를 샀다. 살림을 늘리지 말자 생각했지만 냉장고와 세탁기 없이 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냉장고는 방에 있었기에 세탁기만 샀다. 집 근처 중고 매장에서 샀는데 얼마 줬나 기억이 안 난다. '30만원 줬나?' 했다가 '아닌가, 20만원인가?' 했다가...
그렇게 중고로 지른, 여기저기 녹이 잔뜩 붙은 삼성 중고 드럼 세탁기를 나름 잘 써왔다. 12㎏ 짜리라서 이불도 종종 빨았고. 건조 기능도 한 번 써보자 싶어 써봤는데, 오~ 이것은 신세계!
그런데 불과 1년만에 고장이 났다. BE2 에러 표시를 하며 먹통이 된다. 검색해보니 단추 중 하나가 눌려진 상태일 때 저 코드가 뜬단다. 눌러진 단추가 없다면 서비스 기사를 불러야 한단다. 좀 더 찾아보니 직접 뜯어서 해결한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하다. 뜯을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지라 뜯고 말고 하기 싫었다. 겉은 온통 녹 투성이에, 건조 기능 쓰면 기름 냄새가 엄청나게 나고, 고장까지 났으니 이 참에 바꾸자 싶었다.
구입한 곳에 중고로 다시 팔면 몇 만원이라도 쥘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물어보니 내가 산 곳은 망해서 없어졌단다. 그리고 드럼 세탁기는 매입하지 않는단다. 가전 제품 새로 사면 기존에 쓰던 제품은 회수해 간다기에 그거 믿고 근처 집더하기로 갔다. 처음에는 높은가게를 잠시 생각해봤는데 경험 상 높은가게보다는 집더하기가 더 쌌었다.
삼성과 LG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긴 했는데 결국 LG 거 사기로 했다. ODD와 이미지 장치는 고민하지 않고 LG 거 선택하는데 세탁기는 어느 회사 제품이 나은지 망설여지더라. 백색 가전은 LG라는 말이 있긴 한데 그것도 옛 말이라 그러고. 아무튼... 삼성보다는 LG 쪽 제품이 나을 거 같아서 일단 LG로 결정하고 그리 갔다.
드럼 세탁기는 달랑 둘 밖에 없기에 이게 전부인가 하고 잠깐 실망했는데 뒤 쪽에 또 있더라. 원가가 100만원이 넘어서 이건 무리다 싶었는데 그냥 보이기 위한 가격일 뿐. 국민카드로 무이자 결제했더니 75만원이란다. 70만원대 생각하고 갔으니 내게 적합한 수준. 흰 건 72만원인데 검은 건 75만원이다. 색깔 때문에 3만원이나 차이가 나다니.
모델명도 모르고 냅다 샀는데 집에 와서 종이 쪼가리 보니 FR2558MC1Z라는 녀석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최저가가 721,330원이라고 나온다. 좀 비싸게 사긴 했지만 억울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
지르기만 했지 아직 써보지 않아서 제품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고... 원가 100만원 넘는 제품을 만 원 짜리 티셔츠 사듯 이거 주세요~ 하고 샀다는 게 스스로 좀 신기하기도 하고... 손전화가 100만원 가까이 하는 세상인데 세탁기가 그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니 스마트 폰 어지간히 비싸게 받아 먹는구나 싶기도 하고...
내일 배송할 수 있으면 배송하겠지만 금요일 저녁 시간에 구입한 거라 좀 어렵고 일요일은 쉬니까 월요일에 가지고 갈 것 같다기에 급한 거 아니니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방 구석에 굴러다니거나 어딘가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 녀석들도 처음에는 왜 빨리 안 오냐고 재촉하며 받아냈던 것들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오겠지, 뭐~ 라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게 됐다. ㅋ
내일 배송할 수 있으면 배송하겠지만 금요일 저녁 시간에 구입한 거라 좀 어렵고 일요일은 쉬니까 월요일에 가지고 갈 것 같다기에 급한 거 아니니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방 구석에 굴러다니거나 어딘가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 녀석들도 처음에는 왜 빨리 안 오냐고 재촉하며 받아냈던 것들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오겠지, 뭐~ 라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게 됐다. ㅋ
살림 늘리지 말자 다짐했는데 TV 지르고 세탁기까지 질렀다. 아홉 평 좁은 원 룸에, 살림이 꾸역꾸역 늘어간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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