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안의 일기를 몰아서 써야겠다. 일단 토요일부터.
토요일은 24시간 근무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평일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자기 차례가 반드시 돌아오는 것 같고, 주말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이번 달은 평일, 주말에 각각 근무가 있었으니 다음 달에는 평일 근무만 하면 된다.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던데 금요일에 휴가를 써서 4일 연휴 만든 뒤 목요일 오전에 자고 오후에 포항 내려갈까 싶네.
스물네 시간 동안 근무하는 건 장비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2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그게 마냥 좋은 게 아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까먹거나 능숙하지 못해서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미 퇴근한 사람을 전화로 불러들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아무튼,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긴장했다.
다행히 장비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사무실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에서 근무했던 걸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새벽이 되어 미친 듯 졸리기에 자려고 했는데 30분도 못 잤다. 결국 23시간 이상을 뜬 눈으로 보냈다.
길고 긴 스물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퇴근. 미리 도서관 방문을 예약(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두 시간 동안 150명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중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해야만 한다.)했기에 숙소에서 옷만 갈아입고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여 가능한 게 다섯 권인지 일곱 권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일단 세 권만 가지고(바로대출 받은 게 두 권 있는지라) 갔는데 더 빌릴 수 있었네. 뭐, 다음 주 일요일에 예약하고 또 가면 되니까. 숙소에서 도서관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저 정도 거리는 드라이브 삼아 다닐만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 무한도전 』. 사람 죽어나가는 소설은 아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미야베 미유키도 은근히 많이 쓰는 작가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쓰는데 죄다 재미있으니...
온다 리쿠의 작품은 『 밤의 피크닉 』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나랑은 안 맞는다 싶네.
└ 사요코 시리즈도 그렇고 영... 위 작품을 보고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안 들면 손절할 예정.
이마트에 가서 핀에어 마일리지로 상품권 바꾸고, 일본에 보낼 것과 내가 먹을 것을 좀 샀더니 10만원이 우습다. 에휴...
숙소로 돌아오다가 차에 밥 먹였다. 두 칸 남아 있기에 3만원 어치 넣어달라 하고 혹시나 다 안 들어갈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넘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308 탈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비가 상당히 훌륭. 가득 채우면 포항까지 왕복이 가능하니까 말이지. 이러다가 차 나와서 바꾸게 되면 기름 값 타격이 엄청 크겠지. 연비가 반토막 날테니까. 뭐, 그래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망할 딜러 ××은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아무 소식이 없다. 대기 번호라도 알려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 제 입장에서는 차 나온다고 연락해서 기쁨을 주겠다는 심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물건 파는 사람이 저렇게 뻣뻣한 건 처음이다. 사람 좋은 내가, 전투적인 계약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말 다 했지.
숙소로 돌아와 세탁기를 돌린 후 빨래를 널고 나니까 오후가 되어 버렸다. 누워서 태블릿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이런저런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잠이 마구 몰려와 퍼질러 잤는데 두 시간도 못 자고 일어났다. 핏빗은 30분 조금 더 잔 걸로 기록했더라. 아으~ 피곤.
짬뽕 생각이 나는데 지난 번에 개무시 당한 곳은 가고 싶지 않아서, 용담 저수지 쪽에 있는 가게로 갔다. 가게 안이 휑~ 하다. 아직은 사람이 몰릴 시간이 아닌 모양. 해물 짬뽕이랑 군만두를 주문했는데, 원래 가던 백암의 중국집보다는 맛이 없다. 국물 색깔은 더 빨간데 별로 안 매워. 군만두도 바삭함이 덜하고. 백암의 짬뽕 가게가 낫다. 못 이긴 척 하고 한 번 더 다녀볼까 싶다. 원 아웃은 좀 가혹하니까.
이마트에서 사들고 온 먹태에 맥주 세 캔 마신 뒤 자고 일어난 게 여섯 시. 휴가를 내서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더 자도 괜찮지만 그냥 일어나서 일본에 보낼 편지를 부랴부랴 썼다. 간만에 일본어 끄적거렸더니 글씨가 개판. 상자에 편지를 넣고, 포장을 마친 뒤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차에 상자들을 싣고 출발.
우체국에 도착해서 밀차에 짐을 싣고 안으로 들어갔다. EMS 용지를 쓰는 것만 한나절. 상자 다섯 개를 보내는 데 22만원 넘게 들었다. EMS가 비싸긴 비싸고나. 그래도 일본의 반 값이다. 일본이었다면 거의 50만원 가까이 나왔을테지. 이런 공공 서비스의 속도나 가격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이다.
밥 먹어야겠다 싶어 지난 번에 갔었던 순대국밥 가게에 갔다. 타이밍이 나빴던 게, 말 많은 예수쟁이 아줌마가 들어와 밥 먹는 내내 떠들어대는 통에 꽤 짜증스러웠다. 혹시라도 나한테 말 걸면, '지금 아줌마 입 좀 다물게 해준다면 예수 믿겠다고 속으로 되뇌이고 있는데 계속 시끄러운 걸 보니 예수고 나발이고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라고 쏘아붙일 생각이었지만, 말을 걸거나 그런 건 없었다.
밥 먹고 나와 주차장으로 가니, 아까 세워져 있던 차들이 그~ 대~ 로 있다. 우체국 안에는 용무를 보던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저 상태가 유지되는 걸 보니 우체국에 일 보려고 온 사람이 아니라 다른 용무로 온 사람들이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듯. 평택의 우체국에 비하면 주차장도 넓은 편이었는데 다른 용무로 온 사람들이 하루종일 세워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
맥주 좀 살까 하다가 오늘은 마시지 말자 싶어 그냥 출발. 숙소에 거의 도착할 무렵, 모처럼 쉬는 날인데 방에만 있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은 고궁들이 전부 쉬는 날이니까, 화요일에 쉬는 경복궁에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막상 가려니 망설여진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터미널 근처에 무료 주차장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러고보면 나는 그동안 쉬는 날마다 뽈뽈거리고 싸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차박을 시도한 적이 없다. 혼자 다니니까 게스트하우스나 모텔에서 자면 35,000원으로 충분했기 때문이지. 그 돈 아끼자고 차에서 몸을 구겨가며 자고 싶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새 차가 나오면, 뒷 좌석 접었을 때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으니까, 차박에 도전해볼까 싶다. 차박을 하게 되면 화장실과 씻는 게 불편할 것 같긴 한데, 1박 2일이면 다음 날에 느긋하게 돌아오는 게 전부인 일정을 짜서 굳이 안 씻어도 타격 없게 하면 될 것이고. 요란하게 장비 준비해서 밥 해먹고 어쩌고 하지 않고 근처에서 사먹는 걸로 대신하면 되지 않을까?
아침 일찍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한 뒤 식당에서 밥 먹고,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 사서 차에서 먹고, 느긋하게 자고. 다음 날 돌아오고. ㅋ 일단 새 차가 나오면 가장 먼저 ○○로 갈 생각이다. 찜 해놓은 차박지가 있지. 훗.
잠시 망설이다가 근처에 정몽주 선생 묘가 있다는 게 떠올라 급하게 내비게이션에 찍어 봤다. 고속도로를 타야 하고 시간도 40분 넘게 걸리는 걸로 나온다.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일단 출발. 출발한 뒤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 경로로 바꿨다.
한참을 가다가 알게 됐다. 주소만 용인이지 사실 상 광주라는 걸. 그러고보니 예전에 오포 살 때 정몽주 선생 묘소가 근처에 있었다는 걸 봤던 기억이 났다. 에휴...
아무튼, 모처럼 왔으니까 천천히 보자 싶어 느긋~ 하게 움직... 이지 못하고 미친 듯 화장실을 찾아 갔다. 오줌보가 터지려고 했거든.
화장실은 내부 시설이 꽤 낡긴 했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듯. 세면대도, 손 건조기도, 쓰고 싶지 않게 생겼다.
밖으로 나가 앞 쪽을 향해 걷는다. 넓은 잔디밭에, 사람도 거의 없고, 날씨도 좋아서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묘가 있는 곳은 자유롭게 구경하는 게 가능했다. 산책하기도 좋고, 바람 쐬기에 좋은 곳이었다.
민턴 누나들이 14시부터 배드민턴 칠 거니까 오라고 했는데 라켓도 없고 신발도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
좀 빨리 돌아갔음 싶어서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영동 고속도로에 올라가자마자 곧 용인 휴게소가 나온다고 하기에 냅다 휴게소로 들어간 뒤 우동을 사먹었다. 순대국밥 먹은 지 두 시간 밖에 안 됐는데. ㅋ
우동(용인 휴게소 우동은 맛이 없어요. -ㅅ-) 먹고 나와서 숙소로 복귀. 마사미 님과 통화할까 하다가 오늘은 쉬자 싶어 따로 전화를 드리지 않았다. 숙소에서 빨래하고, 널고, 그러면서 시간을 까먹었다. 피곤해서 낮잠 좀 잘까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네. 오늘은 좀 일찍 누워야겠다.
오후 늦게부터 돌풍과 함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정말로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16시가 넘으니까 우르릉~ 하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밖에 나갈 생각이 없으니까 쫙쫙 쏟아져도 된다. ㅋㅋㅋ
양키 캔들이 반 이상 남았는데 수명이 다 된 건지 향이 영 시원찮다. 방에 홀아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끼고 아끼던 White Musk 방향제를 하나 깠다. 아직 너댓 개 남아있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살 수 없으니까 함부로 쓸 수 없다. 아니, 팔고는 있겠지만 못 찾겠더라고. 아무튼. 방이 작아서 그런지 금방 향이 퍼진다. 아아~ 언제나 기분 좋은 향. 처음에는 향이 강하니까 일주일 정도는 저 녀석으로 버티고, 그 다음부터는 향초 녹여서 좀 따라낸 뒤 다시 켜야겠다.
오~ 번개도 친다. 밖에서 막 번쩍번쩍 한다. 16시에는 비가 오지 않았으니까, 오늘 출근했더라면 운동한답시고 나갔다가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갔을지도. ㅋ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자꾸 배가 고프네. 라면이라도 하나 먹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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