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공부할 때, 자기 나라에 대한 발표를 할 기회가 많았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우리나라 음식 중에는 이런 게 맛있어요.' 라든가 '우리나라에는 이러저러한 멋진 곳이 있어요.' 같은 걸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하더라고. 추천하고 싶은 동네(?)에 대해 글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서 잠시 고민했더랬다. 처음에는 제주도를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흔하지 않나 싶더라고.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아 머리를 쥐어짠 끝에 '여기다!' 싶었던 곳이 단양.
나는 단양에 아무 연고도 없고, 가본 것도 세 번인가가 전부지만 무척 마음에 드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마사미 님에게 소개한 동네이기도 하고.
코로나만 아니면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묵으면서 짧은 여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텐데 그게 안 되니까, 아쉬운대로 왕복 세 시간 안팎의 가까운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간다. 말이 여행이지, 노래 들으면서 운전하는 게 주 목적인, 드라이브 수준의 나들이다. 지난 해 말에는 충주호에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영월에 얼굴 도장만 냅다 찍고 돌아왔더랬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하다가 단양의 도담삼봉을 검색하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오더라. 대충 주워입고 출발.
일부러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로만 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한 속도가 70㎞/H인 곳도 있고 80㎞/H인 곳도 있더라. 크루즈 모드로 따박따박 지켜가면서 달렸다. 트럭한테까지 추월 당할 정도였지만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그냥저냥 괜찮았다. 가는 동안 노기자카 46 베스트 앨범 들으니 나오길 잘했다 싶더라.
그렇게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도담삼봉 주차장에 도착. 코로나 이전에는 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승용차는 3,000원. 2014년에는 2,000원이었는데 몇 년 사이에 1,000원이나 올랐네.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는 50% 할인이 된다.
참고로 주차비가 아까운 분들은 근처의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된다. 대신 거기에 차를 세우면 조금 걸어야 한다. 1㎞ 정도 되려나?주차장이 넓은데다 버스가 없어서 차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부터 빼러 갔는데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더라. 깔끔하긴 한데 밖에서 된장 파는 아줌마가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구조. -_ㅡ;;; 지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뜨거운 물은 안 나왔고 핸드 드라이어의 바람도 비실비실했다.
도담삼봉을 바라보면서 사진 몇 장 찍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석문 쪽에 가보기로 했다. 막상 가려니까 석문까지 가는 건 귀찮아서 팔각정까지만 가는 걸로. ㅋ
2014년에 찍은 사진인데, 예전에는 이렇게 음악 분수라는 걸 설치해둔 곳이었다.
└ 2,000원 내고 노래할 수 있는데 노래에 맞춰 물이 푸슉푸슉! 없어졌네.
스윽~ 가서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내려왔다. 그리고 차로 돌아가 돌아올 준비. 대충 15분 정도 머물렀으려나?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다녀온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스포츠 모드로 뒀더니 기어 변속 타이밍이 확 느려지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지더라. 차체도 좀 바닥 쪽으로 붙는 느낌이고. 확실히 배기량이 커서인지 밟으면 밟는대로 나간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꽤나 밟고 있는데도 그 속도로 체감이 안 될 정도였고.
아! 그리고... 도담삼봉 주차장은 스텔스 차박 후보지이기도 했다. 주차장 바로 근처에 식당 있지, 슈퍼 있지, 화장실 있지, 스텔스 차박에 최적화된 곳 아닌가? 하지만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료 주차장인데다 관리하는 분이 부지런히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나면 남아있는 차에 가서 왜 안 나가냐고 하지 않을까 싶더라. 확실한 건 아니니까 저기에서 차박 시도하실 분들은 입구의 돈 받는 곳에 물어보는 게 확실할 듯. → 검색해보니 차박에 제한이 없는 모양이다. 저기에서 차박했다는 후기가 제법 있네.
예전 주차장은 이렇게 예쁘장하게 꾸며놨었는데 지금은 그냥 돈 받는 곳만 남아 있더라.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041 ← 2014년에 다녀와서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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